대통령은 이런 직업입니다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 문희상 의원 지음, <대통령>

등록 2017.04.12 11:13수정 2017.04.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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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후 차기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유력 대선주자와 관련한 책이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오마이뉴스>는 특별기획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통해 인물에 대해 깊은 정보 뿐만 아니라 새로운 리더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시민기자로 가입하면 누구나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쓸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대통령 선거가 어느덧 한 달 가량 남았다. 겨울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장미 대선이다. 각 당은 대통령 선거 후보를 모두 선출했고, 이제는 후보와 당이 힘을 합쳐 자신을 알리고 다른 후보를 견제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적으면 둘, 많아야 셋 정도의 유력 후보가 있던 그동안의 대통령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에는 원내 정당의 후보가 다섯이나 되고, 각 후보의 삶과 정치적 특색도 모두 다르다. 꼼꼼히 생각해보고 뽑을 필요가 큰 선거다.

물론 선거를 잘 한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하루 아침에 유토피아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뽑는 것은 우리를 대신해서 일할 머슴이다. 집안 살림을 이끌고, 나라 구석구석을 모르는 것 없이 꿰뚫고 열심히 일할 머슴을 잘 뽑아야 한다. 머슴을 잘 뽑아야 집안이 평화롭다.

다만, 사람들은 아직 이 머슴이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이 머슴이 일하는 청와대는 비밀스러운 공간이고, 권력자나 고위 관료들에게 익숙한 공간이지 시민들에게도 친근한 공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TV에 자주 나오는 권력자라 할지라도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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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대통령> ⓒ 경계

<대통령>은 청와대와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책이다. 자신이 모셨던 대통령의 철학, 인수위원회와 각 청와대 수석들의 역할, 비서실장의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인사의 어려움, 대통령에게 필요한 리더십을 논한다.

저자인 문희상 의원은 6선 국회의원이다. 평생 민주당계 정당에서 정치인 생활을 했으며, 열린우리당 당 의장을 맡기도 했다. 지역구인 의정부에서 6선을 하며 민주당 정치인이 당선되기 쉽지 않은 경기 북부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당의 위기 때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판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문희상 의원이 국민의정부의 청와대 정무수석, 참여정부의 비서실장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대통령은 대체 어떤 일을 하며, 청와대는 어떤 곳인지에 대해 정리했다. 바로 <대통령>이다.

자신이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겪은 재밌는 일화, 정치적 사건에 대한 소회, 청와대의 구조와 인사 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자세히 적혀 있다.

이 책의 부제는 <우리가 알아야 할 대통령의 모든 것>이다. 보통 청와대 내부 정보는 밖에 잘 드러나지 않고, 청와대에서 근무한 비서실장이나 수석들은 이런 책을 잘 내지 않기 때문에(혹은 감옥에 있기 때문에) 청와대 살림살이가 어떻고 언론에 나오는 수석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긁어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사람은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사다. 대통령은 7천명이 넘는 사람들의 인사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다. 우선 인수위원회에 정치인, 교수를 임명해서 차기 정부의 비전을 준비한다. 그리고 청와대에 사람을 임명하여 5년을 이끌 식구들을 정해야 한다.

정무수석은 국가 행정과 정치 업무를 관할한다.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인사수석은 사람을 추천하고, 민정수석은 검증을 맡는다. 민정수석은 비위와 법률 위반을 조사해야 하는 사정기관이다 보니 문재인 민정수석(참여정부)을 제외하고는 대개 검찰 출신이 맡았다.

경제ㆍ외교안보ㆍ고용복지ㆍ교육문화수석 등은 해당 부처와 소통하면서 정책을 관리해야 한다. 개인의 능력이 중요한 홍보수석은 대개 실무진이나 국회 출신이 맡는다. 수석들 밑에는 수많은 비서관들이 있다. 이들은 사명감과 균형 감각을 유지하며 때로는 고언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참모들은 자신이 보폭을 맞추어 걸어야 할 대통령이 고언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한 쪽 날개를 꺾는다. 반면 대통령을 향한 애정만으로 곁에 머물며 그가 원하는 대로 말하고 움직이는 참모는, 자신뿐 아니라 대통령까지 파멸로 이끈다. - 109P

이 많은 청와대 사람들을 관리하는 이는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또한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공식 측근이기 때문에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메시지도 관리하고, 일거수일투족도 꿰야 한다. 만사를 다 꿰느라 스트레스가 심해서 문희상 의원은 알레르기와 두드러기까지 걸렸다고 한다. 개성 강한 500여 명의 비서관들을 관리하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알려진 대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비서실장 시절 과로에 스트레스까지 겹쳐 이빨을 10개나 뽑아야 했다. (중략) 심지어 성격상 웬만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없던 나도 참여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하면서는 난생 처음 알레르기와 두드러기로 꽤 애를 먹었다. 이렇듯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 124P.

청와대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쉴 시간도 없다. 과로가 필연적인 직업이다. 대통령은 쉬지 않고 산더미같은 서류를 결제하고 참모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참모들은 매 분마다 일정을 확인하고 미리 파악한 정보를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문 의원 본인도 비서실장 시절 주말에도 항상 출근해서 비서실 직원들을 힘들게 했지만 일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대통령 역시 보고와 지시 사항이 너무 많아서 쉴 틈이 없다. 연설문을 검토해야 하고, 외부와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고는 업무 처리를 할 수도 없다. 자칫 잘못하여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되면 청와대 자체가 꽉 막힌 불통의 건물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김대중과 노무현,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오전 9시에서 아무리 늦어도 10시까지는 하나같이 정장에 넥타이를 딱 매고 본관 집무실로 출근해 책상 앞에 앉아 있었던 데는 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 뜨면 출근이고 눈 감으면 퇴근이라는 대통령이 거의 매일 혼자 TV를 보면서 저녁을 먹을 겨를이 어디에 있나. - 159P

이외에도 대통령에게는 국회와의 관계 설정이 중요한 일이다. 여당과 야당이 합의를 통해 이끌어낸 안건은 정부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합의가 잘 되지 않는 경우에는 각 당도 책임이 있겠지만, 합의에 이른 사안을 정부에서 마음에 안 든다고 깨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문 의원의 정치 철학이다. 입법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대통령과 국회의 권위를 지키겠다는 의장이 있어야 민주주의가 잘 운영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정신없이 3년이 지나면, 대통령의 권력이 점점 약해지기 시작한다. 레임덕이 온 것이다. 남은 정책들을 수행하고 힘이 빠지는 걸 느끼면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말년에 들어선 대통령은 자신의 삶을 갈무리하며 나이를 먹는다. 이것이 대통령의 삶이다.

그렇다면 우린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까? 서독의 정치인이었던 헬무트 슈미트는 좋은 정치인의 자질로 열정, 균형 감각, 책임감을 말했다고 한다. 열정은 불타오르는 감정이 아닌 목표에 집중하는 헌신을 뜻한다. 균형 감각은 내적 집중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관조하는 능력이다. 서로 상반되는 부분이 있는 열정과 균형 감각을 조절하는 힘은 임무를 해결하겠다는 책임감이다.

여기에 문 의원이 추가로 언급하는 세 가지 능력은 도덕성, 국민통합 능력, 국정운영 능력이다. 도덕성은 항상 문제가 되지만 항상 높이 요구되는 능력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능력이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협상력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모두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고, 국가 역시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은 공존하고 대립하는 가치와 목표 중에서 길을 찾아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통합시켜야 한다.

문 의원은 여기에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춰 국정운영능력까지 겸비하면 좋은 대통령 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능력을 갖춘 후보가 이상적인 대통령 후보다.

물론 이런 인재는 아무 때나 나오는 것이 아니다. 좋은 열매는 좋은 땅에서 나온다. 기름진 옥토와 튼튼한 씨앗이 있어야 열매가 제대로 나온다. 흙을 밟고 밭을 가는 건 힘들지만 그래야 좋은 열매가 나온다. 마찬가지로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은 어렵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은 격려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관심을 갖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결국 이 나라 주인은 투표하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런 시민들의 민심을 읽고, 한 시대의 시대정신을 아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힘주어 외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민들이 숙고해야 할 말이다.

대통령 : 우리가 알아야 할 대통령의 모든 것

문희상 지음,
경계(도서출판),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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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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