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딸이 위안부로 끌려가도 철거 운운 하나요?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NHK와 인터뷰 하다

등록 2017.04.09 12:16수정 2017.04.0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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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에서 인사동으로 갈 때나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올 때 종종 일본대사관을 지나는 길을 이용한다. 이유는 소녀상을 만나기 위해서다. 7일 오후에도 그 길을 걸었고 소녀상을 만났다.

소녀상 10대의 어린 소녀들을 취업을 미끼로 유인하거나 강제로 끌고 가 일본군의 위안부로 가혹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른 일본 정부가 전국 대도시와 해외에까지 세워지는 소녀상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다. 주부산일본총영사관의 총영사가 귀국했다 돌아와 국무총리부터 장관 몇을 만나자 면담요청을 했다고 한다.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처사고 엄중하게 따져야 할 일이다. 그런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그와 면담했단다. ⓒ 정덕수


잠시 차도로 내려서서 소녀상을 촬영하는데 묻지도 않고 TV카메라가 내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크게 개의치 않았으나 자세를 낮춰 최대한 카메라를 비껴나려 했다. 그들은 내 의도와 다르게 다시 내 모습을 담으려 했다.

그들을 피해 촬영하기가 어려워 그대로 2장의 사진을 촬영하고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한 사람이 다가왔다.

"일본 NHK방송사입니다. 취재를 하는데 인터뷰를 부탁합니다."

거절할 이유도 없고, 분명 소녀상과 관련된 질문이겠다 싶어 흔쾌히 응했다. 예쁘장한 기자가 말하자 처음 다가와 인터뷰 요청을 한 남자가 통역했다.

"선생님 조금 전 소녀상을 촬영하셨는데 이 길을 자주 이용하시나요?"

"네, 종종 이 길로 다니고 소녀상을 봅니다."


"그러시다면 자택과 직장이 이 근처시군요?"

"아니요. 작년 11월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물러나라고 노숙을 하며 촛불을 들었습니다."

통역이 먼저 의외란 표정을 짓더니 이를 그대로 기자에게 통역하는 건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대화에서 분명하게 "박근혜"란 말과 "광화문광장"이 들렸다.

"대통령을 물러나라고 하셨다니 이제 그 뜻은 이루셨습니다. 그럼 소녀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끄러운 과거라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기록해야 역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지켜야 하고 반드시 이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정부에서 부산의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하는데 잘못된 행동입니다."

"그러면 소녀상을 철거 할 수 없다는 말씀이시죠?"

"난 그런 말을 대한민국의 정부가 나서서 한다는 게 웃기다고 생각합니다. 소녀상을 세웠다고 주부산 일본 총영사가 일본으로 갔다가 87일인가 지나서야 돌아왔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게 왜 중요한 뉴스가 됩니까. 그리고 왜 일본이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압력을 줍니까? 뻔뻔한 짓이죠."

"부산의 소녀상도 철거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인가요?"

"입장을 바꿔 봅시다. 아베의 딸이나 일본인들의 딸이 끌려가 그런 일을 당해도 괜찮나요? 솔직히 말해서 일본인들의 딸이 아니라 대한민국 고위직들의 딸이 나라의 힘이 약해 그런 일을 당해도 가만히 있겠느냐 묻고 싶습니다. 어느 국가나 국가는 국민에 의해 존재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한동안 무언가 골몰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래도 서로를 위해서…"

"소녀상을 철거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죠? 그럼 일본에게 전범들을 위해 세운 신사를 철거하라고 우리가 말해도 되겠군요. 뻔뻔한 일이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자신들의 과거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무엇을 하지마라 할 권리가 있나요? 전 대한민국이 당당하게 미국이나 일본, 세계 그 어떤 국가와도 대등하게 행동하길 원합니다."

"그 말씀은?"

"당연한 일이죠. 일본이 압력을 가해도 된다는 법도 없고,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에 압력을 행사할 수는 없어야 됩니다. 그런데 억지를 부리면 그에 알맞게 대응할 수 있어야 비로소 국가가 국가다워지죠. 일본 대사가 맘대로 귀국을 하면 폐쇄를 시키고 다시 못 오게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혹 직업이 무엇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글을 씁니다. 시요."

어떤 일을 하며 밥을 먹고 살기에 이렇게 대답을 하느냐는 의도에서 질문을 한 모양이다. 시인이 직업이랄 수는 없다. 밥벌이와 상관없이 쓰는 게 시 아닌가.

"인터뷰 감사합니다."

그들과의 인터뷰는 이렇게 끝냈다.

솔직히 대한민국의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요청하고 "다음 대통령은 그럼 어떤 인물이길 원하냐" 물었다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거짓말이나 밥 먹듯 하고, 국민을 바보로 아는 인물은 절대로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 이런 말도 해서 국민을 떠보고 또 다시 말을 바꿔 국민을 떠보는 인물은 절대로 아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덕수이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본대사관 #주부산일본총영사관 #소녀상 #위안부 #NHK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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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보고,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고,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한 다음 이제 행동하라. 시인은 진실을 말하고 실천할 때 명예로운 것이다. 진실이 아닌 꾸며진 말과 진실로 향한 행동이 아니라면 시인이란 이름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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