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산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림책 읽는 아버지] 사는 까닭 생각해 보는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

등록 2017.04.14 08:58수정 2017.04.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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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분홍고래


노르웨이 아이가 가만히 생각에 잠기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분홍고래,2017)를 읽습니다. 콘스탄체 외르벡 닐센 님이 글을 쓰고, 아킨 두자킨 님이 그림을 그립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노르웨이 아이는 머리카락이 검고, 눈알이 짙은 밤빛입니다.

아이는 궁금한 이야기를 묻습니다. 어른한테 묻는다고 할 수 있고, 하늘을 보고 묻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아이 마음속에 묻는다고 할 수 있어요.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
바로 이곳에 말이에요.
나는 그것이 궁금해요. (1쪽)

아이는 사람이 아주 많은 곳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하고 묻습니다. 아이는 전쟁이 한창인 곳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하고, 아니 살아남을 수나 있을까 하고 묻습니다. 아이는 아이한테 모질게 일을 시키는 곳에서 태어났으면 어떻게 견디었을까 하고 묻습니다. 아이는 먹을거리가 없어 굶주리는 곳에서 태어났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하고 묻습니다.


매우 바쁜 곳에서 태어난다면, 너무 고단한 곳에서 태어난다면, 이래저래 '나는 누구인가?' 하고 물을 겨를조차 없고 이런 생각은 터럭만큼도 할 틈이 없는 데에서 태어난다면, 이때에 아이는 어떤 삶일까 하고 묻고 생각합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한국 아이는 매우 바쁠 수 있습니다. 한국 아이는 '나는 누구인가?' 하고 물을 겨를이 없이 학원을 가야 하거나 시험 문제를 외워야 할는지 몰라요. 한국 아이는 '나는 수험생'이나 '나는 입시생'이라는 꼬리표가 단 채 쳇바퀴를 도는 하루를 더없이 바쁘게 달려야 할는지 모릅니다.

속그림. 아이가 전쟁터 한복판에서 태어난다면? ⓒ 분홍고래


지구 저쪽
저기에도 많은 사람이 살아요.
여기보다도 더 많이요.
내가 그곳에 살았다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을까요?
그곳에서도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라며 고민했을까요? (5쪽)

밤하늘에 가득한 별자리를 바라보노라면 우리가 디딘 이 땅은 매우 작은 곳인 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숱한 별자리를 보면서도 우리가 디딘 이 땅이 작은 줄 모를 수도 있어요. 그리 멀지 않은 지난날까지 꽤 많은 사람들은 '지구가 우주에서 한복판'이라고 여기곤 했어요. 지구가 아주 자그마한 먼지하고도 댈 수 없도록 작디작은 별인 줄 모르던 사람이 많았어요.

다시 돌아보자면, 오늘 우리는 여러 지식이나 정보로 '지구는 드넓은 우주에서 티끌보다도 작은' 줄 알기는 하지만 제대로 못 느끼면서 살곤 합니다. 어른은 어른대로 바쁘고 아이는 아이대로 바쁘거든요. 어른은 어른대로 마음을 빼앗기는 데가 많고, 아이는 아이대로 마음을 고이 쏟아서 '나는 누구인가?' 하고 헤아릴 말미를 누리기 어려워요.

속그림. 아이가 갈 곳 모를 곳에 덩그러니 놓인다면? ⓒ 분홍고래


내가
온종일 힘든 일을 해야 한다면 어떡하죠?
산속 깊숙이 햇빛도 들지 않는 곳에서요.
나는 아직 작고 여려요.
하지만 그곳에는 일을 해야 하는 아이가 많아요.
나는 그렇게 살 수 있을까요? (15쪽)

전쟁이 일어나는 곳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한다면 배부른 생각이라 할는지 모릅니다. 굶주리는 곳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한다면 참말로 배부른 짓이라 할는지 모릅니다. 아이를 괴롭히거나 들볶거나 짓밟는 곳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배부른 셈이라 여길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전쟁터나 굶주리는 곳이나 모진 자리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슬픈 물결에 휩쓸리는 하루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누구인가를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무 짓이나 함부로 하는 사람이 되어 버릴 수 있어요. 내가 누구인가를 스스로 돌아보지 않는다면, 나를 둘러싼 이웃이나 동무를 꾸밈없이 마주하면서 사랑하는 길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 지구에서 수많은 어른이 바보스러운 짓을 일삼거나, 전쟁무기를 만들어 전쟁을 일으키거나, 아이를 괴롭히거나 들볶는다거나, 온갖 따돌림과 푸대접이 판치도록 하는 모든 쓸쓸한 몸짓은, 바로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지 않는 바쁘거나 눈먼 삶이기 때문일 수 있어요.

속그림. 아이는 별자리를 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오늘 한국에서도 아이들이 별자리를 보면서, 어디에서나 별을 느끼고 우리 이 땅을 느끼며 차분히 생각할 수 있기를 빕니다. ⓒ 분홍고래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모두 안다고 착각하며 사는 건 아닐까요?
어쩌면 나처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산다면 어떡하죠? (27쪽)

노르웨이 아이가 깊고 넓게 생각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를 읽으려면 먼저 마음을 차분히 둘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바삐 줄거리를 좇는다든지, 부산스레 '책 하나에서 교훈을 찾으려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고서, 낮에는 바람을 살피면서 생각하고 밤에는 별을 보면서 생각해 보아야지 싶어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산다'면 어떤 모습이나 몸짓일는지 짚어 보아야지 싶어요. '나는 누구인가?' 하고 스스로 묻지 않고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동안 숱한 어른들은 자꾸자꾸 바보스럽거나 슬픈 굴레에 얽매일는지 몰라요. 이 핑계를 대거나 저 토를 붙이면서 자꾸자꾸 엇나갈는지 몰라요.

봄이 되어 봄바람이 불고 개구리가 깨어나요. 여름이 되면 개구리는 떼노래를 부를 테며, 제비는 온 들판을 휘저어요. 가을이 되면 열매가 익으면서 마지막 햇볕이 온누리를 따뜻하게 보듬어요. 겨울이 되면 하얗게 내리는 눈이 이 땅을 덮으면서 고요하게 어루만져요. 날을 보고 날씨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스스로 지으려는 살림을 생각하고 스스로 걸으려는 길을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별에 왜 태어났고, 이곳에서 어떤 삶을 가꿀 적에 스스로 기쁘며 아름다울 만한가를 생각해 봅니다.

아이를 비롯해서 어른 누구나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면서,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를 되새길 적에 슬기로운 사람으로 씩씩하게 설 수 있으리라 봅니다. 생각 있는 삶이기에 사랑이 있고, 생각 없는 삶이기에 사랑이 없지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콘스탄체 외르벡 닐센 글 / 아킨 두자킨 그림 / 정철우 옮김 / 분홍고래 펴냄 / 2017.2.15.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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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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