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에너지'의 축복, 지역에는 재앙?

[청송이 답했다 ④] 유입 인구 감소시키는 풍력발전... '고령화 지자체' 청송엔 악수

등록 2017.04.16 21:36수정 2017.04.1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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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기사 : 업체 임원 인척이 주민대표? 의혹의 청송 풍력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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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면봉산 칼데라 지형 풍력발전소 예정부지인 면봉산의 칼데라 지형. 지질학적 우수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지질공원에 등재 예정인 장소다 ⓒ 윤수현 김민정


지역의 생명줄은 '사람'이다. 사람이 있어야 자본이 유입되고, 제반 사회적 인프라를 마련할 수 있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인구수가 많은 대도시는 각종 기업, 교통로, 편의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이미 갖춰진 사회적 인프라는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유인책으로 작용한다.

반면 인구수가 적은 군소 지역은 대중교통수단이나 편의시설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 공공시설인 학교조차 통폐합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지역이든 어느 정도의 인구수를 유지하는 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1 과제다. 특히 지속적인 인구 감소를 겪어온 농촌 지역에 있어 '사람'을 잃지 않는 건 생존문제와 직결돼 있다.

줄어가는 청송 인구... 귀농·귀촌이 탈출구

청송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1971년 8만 명에 육박하던 인구는 2016년 2만 6천여 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8325명으로 지역주민의 35%에 달한다. 2016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3.2%임을 비춰봤을 때, 청송은 3배가량 더 '늙은' 사회라고 볼 수 있다.

풍력발전소가 들어설 지역인 청송군 현동면·현서면·안덕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곳은 청송 중심지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는 오지 중 오지다. 청송 평균을 상회하는 고령화 지수로 심각한 인구감소가 초래될 지역이기도 하다. 2014년 3개 면에서 출생한 영아의 수는 31명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123명으로 출생 인구보다 4배 정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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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인구 및 고령화 추이 시간이 갈수록 인구는 줄고 고령화지수는 늘고 있다. ⓒ 청송군청


청년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출생률로 대표되는 자연증가를 꿈꾸긴 어렵다. 인구를 늘릴 방법은 타지역에서의 '유입'뿐이다. 다행히 청송에게도 살길은 열려 있었다. 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55세대, 1102명의 사람들이 귀농의 꿈을 안고 청송에 정착했다. 전체 인구의 4% 수준이다. 귀촌 인구를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귀농·귀촌 인구가 청송의 '인구 유실'을 막아주는 안전판 역할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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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귀농인 현황 귀농인이 증가하고 있는 청송군 ⓒ 청송군청


청송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논하기 위해선 귀농·귀촌인이 해당 지역을 선택하는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쾌적한 생태 환경과 농업 가능성 등이 귀농·귀촌의 주요 요인"이라고 밝혔다. 도시를 떠나 작은 시골 마을에 터를 잡는 데 '자연환경'과 '새로운 일자리'가 유인책이 되는 셈이다. 부산귀농학교 관계자는 "귀농·귀촌을 택한 이들은 갑갑한 도시를 벗어나고자 한다"며 "경관과 농사 성공 가능성이 지역을 택하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풍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귀농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경찰 공무원을 하다가 2014년 청송으로 귀농한 김홍식(61)씨는 "자연환경이 좋아 청송에 왔다. 풍력발전소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오지 않았다. 건설이 시작된다면 다른 지역으로 떠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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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서면의 귀농자 터 풍력발전소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수개월째 착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윤수현 김민정


현지 부동산 업체도 고심에 빠졌다. 청소군 현서면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풍력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소문에 귀농·귀촌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 안덕면에서는 풍력발전 건설 푯말을 보고 귀농예정이었던 2가구가 계약을 취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기업 은퇴자 15가구가 귀농을 위해 현서면에 땅을 구매하고 터를 닦았지만 아직 공사도 시작하지 못했다. 풍력발전시설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몰랐던 은퇴자들은 "청송군이 우릴 속였다. 정나미가 떨어진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풍력발전소 건설로 인한 귀농·귀촌 인구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자연을 노래하다, 청송' 풍력발전기로 인한 자연 파괴는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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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진입로의 담비 멸종위기종인 담비가 마을에 내려왔다. 청송군에는 마을에서 담비가 종종 발견된다. ⓒ 면봉산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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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있는 매 천연기념물 323-7호 매가 풍력발전소 예정부지 인근에서 쉬는 모습이다. 매는 면봉산 일대에 자주 출몰하는 조류 중 하나다. ⓒ 면봉산대책위


청송군의 브랜드슬로건은 '자연을 노래하다, 청송'이다. 청송의 성장 동력이자 청송군이 지닌 가장 큰 장점으로 '청정자연'을 내세우고 있단 뜻이다.

이를 방증하듯 청송은 4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앞두고 있다. 등재된다면 제주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세계지질공원으로 자리 잡게 된다. 명성에 걸맞게 빼어난 생태 환경을 자랑한다. 수달, 담비, 오색딱따구리를 비롯한 각종 희귀종의 보금자리다.

장전2리 주민 신현옥(66)씨는 "도시에는 길고양이가 있지만, 여기에는 수달과 담비가 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마주친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이 동네를 누비는 곳이 바로 청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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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면봉산의 노루 청송군 면봉산은 노루, 담비, 매, 수달 등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 면봉산대책위


풍력발전기가 건설되면 청송의 사회·경제적 자본이자 귀농·귀촌 유인책인 '빼어난 생태환경'은 유지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생태적 요충지에 풍력발전기가 건설되면 동물 이동이 단절된다"며 풍력발전소 건설에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풍력발전기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주민들의 걱정거리다.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풍력산업협회는 논문을 통해 "풍력터빈 소음은 인간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200∼5000㎐ 주파수 범위에서 발생한다"며 "이 때문에 풍력발전단지 주변 1900m 이내 사람들은 심야 소음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 전남도 조사에 따르면 풍력발전소가 위치한 전남 영양군과 신암군 지역 주민 39%가 두통에 시달리고 43%는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풍력발전기가 주민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단 가설이 어느 정도 증명된 것이다. 풍력발전시설이 9기에 불과한 이들 지역과 달리 청송에는 24기가 건설될 예정이다.

청송은 사과의 고장이다. 1924년 독립운동가 박치환이 사과 묘목을 들여와 재배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현재 3145 농가가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한 해 생산량은 5만4000톤에 이르며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군의 상징인 군화가 사과꽃이기도 하다.

풍력발전소 건설이 확실시되자 사과 농가는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발전기 소음과 저녁이면 의무적으로 켜놓아야 하는 불빛 때문에 사과 수정을 돕는 벌이 제 역할을 못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물 다양성 연구를 주관하는 미국의 BIO3는 "풍력발전기의 소음·누전·불빛 때문에 벌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풍력발전소의 고용효과, 실상은 10명?

청송군은 풍력발전소 건립으로 인해 주민들이 겪을 경제적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다. 청송군청 관계자는 "풍력발전기 때문에 벌이 줄어든다는 증거는 없다"며 주민들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에 더해 "오히려 풍력발전소 건설이 수백 명에 달하는 고용창출 효과를 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취재결과 고용창출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송군이 주장하는 고용인력 대부분은 건설 과정에만 참여하는 공사 인부였다. 주식회사 청송면봉산풍력 함충석 이사는 "공사인부까지 포함한다면 400명가량 고용될 수 있겠지만, 완공 이후엔 10명 내외의 인원만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청소·경비 등의 단순 노동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자리 증대를 홍보해 온 청송군청은 "장기적인 고용창출 효과가 없는 것은 인정하지만 공사 인부는 모두 지역민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고용창출은 사실상 '허구'에 가깝다.

풍력단지로 분열된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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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7일 면봉산 풍력단지 조성 반대 시위현장 주민 400여 명이 청송군청 앞에서 풍력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면봉산대책위


지역 공동체도 둘로 갈라졌다. 풍력발전단지 건설이 예정되면서 자연스럽게 찬성파와 반대파가 나뉘었다. 대립은 건강한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찬성 측은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 외부세력을 끼고 반대를 한다"며 반대파를 비난했고, 반대 측 또한 "찬성파 사람들이 풍력회사 뒷돈을 받았다"며 찬성 측을 힐난했다.

이에 대해 찬성 주민은 "풍력발전이 마을의 새 동력이 될 수 있어 찬성하는 것뿐"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반대 측 대표인 이승철 풍력단지조성저지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지난 2월 24일 열린 반대시위에서 "보상금으로 억만금을 줘도 찬성 안 한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 사는 환경이 먼저"라고 보상금 의혹을 차단했다.

평화로운 마을공동체를 그리던 귀농·귀촌인의 꿈은 여지없이 깨져나갔다. 귀농자 최상희(47)씨는 "풍력발전단지 건립을 두고 주민들이 편을 갈라 싸우고 있다"며 "출신 지역을 떠나온 사람 입장에선 지금 상황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귀농·귀촌인을 끌어들이던 '수려한 자연환경', '새로운 일자리', '마을공동체'라는 청송의 매력은 스러지고 있다. 인구 유입 요인이 없는 마을은 생존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대규모 풍력발전이 전력 소비량이 많은 도시 사람들에겐 '친환경 전기'라는 축복을 안겨줄지 몰라도 청송군과 같은 작은 지역엔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청송 풍력발전소의 과정과 문제를 분석한 '청송이 답했다'의 마지막 기사입니다. 취재를 도와준 강동훈 군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풍력 #청송 #신재생에너지 #풍력발전 #면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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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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