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결의를 지켜 신으로까지 추앙받는 관우

[디카시로 여는 세상 - 시즌2 중국 정주편 51] 낙양의 관림

등록 2017.04.17 13:39수정 2017.04.1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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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상 ⓒ 이상옥


      9척 장신으로 석자 수염을 휘날리며
       적토마에 청룡언월도로 일세를 풍미터니

       죽어서 신으로 추앙받다
               -<관림(關林)에서>

지난 주말 2차 낙양 투어에 나셨다. 1차 투어에서 보지 못한 관림과 백마사를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1차 투어와 같이 정주경공업대학교 근처에서 오전 9시 10분경 정주 동역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아직 중국어가 서툴지만 택시기사에게 정주 동역으로 가서 고속철로 낙양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는 길이 막혔다. 택시기사가 걱정이 됐는지 뭐라고 말하는데, 잘 알아들을 수가 없어 대충 짐작했다. 고속철이 몇 시에 출발하느냐는 것으로 들려 오전 10시 47분이라고 대답했다.

중국 온 지 일 년이 넘었건만 가끔 희미하게 들리는 의미 하나에 스스로 감동하는 처지고 보면 나의 우둔함을 자책할 수밖에 없다. 1차 낙양 투어와 같이 고속철로 낙양용문역으로 가는 코스가 익숙해 편안했다. 정주 동역에서 첫 번째 역인 공이역을 지나면 바로 낙양용문역이다. 낙양용문역에서 버스를 타고 관림 근처에서 내려 점심을 먹고 천천히 관림으로 걸어갔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따르면 한나라 말 황건적이 세상을 어지럽히자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에서 의형제의 결의를 맺고 나라를 구하고자 일어섰다. 이른바 '도원결의'이다.

관림 앞의 광장도 규모가 크다. ⓒ 이상옥


관림에 들어서면 먼저 만나는 관우의 애마 적토마 ⓒ 이상옥


적토마를 타고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일세를 풍미하던 관우 ⓒ 이상옥


"유비, 관우, 장비가 비록 성은 다르오나 이미 의를 맺어 형제가 되었으니, 마음과 힘을 합해 위로는 나라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편안케 하려 하고, 한 해 한 달 한 날에 태어나지 못했어도 한 해 한 달 한 날에 죽기를 원하니, 하늘과 땅께서는 굽어 살펴 의리를 저버리고 은혜를 잊는 자가 있다면 하늘과 사람이 함께 죽이소서."


중국인들은 유독 관우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이 각별하다. 관우의 수급이 묻힌 곳을 '림(林)', 즉 관림으로 황제의 묘인 능보다 높은 존칭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공자의 공림과 함께 관림(關林)이 중국에서 "이림(二林)"으로 불리며 공자의 사당을 문묘라고 하고 관우의 사당은 무묘라고 부른다. 

관우가 신으로 추앙 받는 건 그의 '신의' 때문

삼국지에는 유비, 제갈공명, 조조 등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등장하지만 관우만 거의 유일하게 중국에서 신으로 추앙받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단연 으뜸은 그의 '신의' 때문이다. 권력이나 부나 명예를 위해서는 부모도 형제도 스승도 가차 없이 배신하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류의 슬픈 자화상이고 보니 그런 것이다.

죽어서 신으로 추앙 받는 관우 ⓒ 이상옥


관우의 묘. 황제의 능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관림으로 일컬어진다 ⓒ 이상옥


조조가 관우의 환심을 사기 위해 벼슬, 재물, 저택 등 온갖 선물 공세를 펼쳤어도 도원의 결의를 맺었던 유비를 향한 마음을 꺾지 못했다. 관우가 유비의 거처를 알게 되자 곧바로 적토마를 타고 조조의 모든 회유를 뒤로 하고 갔다는 일화는 관우의 신의를 웅변한다.

관우는 손권의 군대에 붙잡혀 참수되었는데, 손권이 관우의 목을 낙양에 있던 조조에게 바치자 조조가 침향목으로 관우의 몸통을 만들어 제후의 예로 장사 지냈다는 곳이 바로 관림이다.
덧붙이는 글 지난해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디카시 #낙양 #관림 #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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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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