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허위로 썼다고 해고할 수 있을까?

[뉴스 속의 노동법 (33)] 해고의 정당성은 업무관련성과 기업질서영향을 기준으로 판단

등록 2017.04.18 10:16수정 2017.04.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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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17일 대선후보들의 이력서가 공개됐다. 키·몸무게 등의 신체 조건부터 출신학교, 주량, 자신의 장단점 등 흡사 구직자들의 이력서를 연상케 한다.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구직자들의 이력서도 점차 진화하고 있는데, 간혹 의욕이 앞서 허위로 경력을 기재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거나, 해외연수를 다녀왔다는 식의 거짓 정보를 이력서상에 기재하였다면 입사 후에 회사가 이를 이유로 해고할 수 있을까?

근로자가 사용자의 정당한 질문이나 조회에 대하여 허위의 통지나 기술을 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채용의 의사표시를 착오(민법 제109조) 또는 사기(민법 제110조)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을 것이다(채용확정 전). 그러나 채용이 확정되어 근로자가 실제 근로를 시작한 이후에 허위경력이 밝혀져 이를 이유로 채용을 취소한다면, 이는 곧 해고에 해당되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제한을 받는다.

우리 대법원이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일관된 기준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이므로, 근로자가 이력서상에 허위로 기재한 이력으로 인해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도저히 유지하기가 곤란한 경우에만 해고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 사례에서 대법원은 근로자와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인정되는지 여부는 "고용당시의 사정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내용·기간,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지 여부, 학력 허위기재 등이 밝혀진 경위, 기업 질서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자의 학력 허위 등이 현실적으로 고용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가 될 경우에 해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근로자가 허위로 기재한 이력의 업무 관련성 정도에 따라 해고의 정당성이 결정될 것인데 예를 들어 실무적인 영어 능력을 요구하는 직무에 해외어학연수 이력을 허위로 기재하여 채용된 근로자 A와 B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A는 영어로 문서를 작성하고 해외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이 1년간 성실히 근무해왔다. B의 경우는 영어 활용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해외 고객들로부터 컴플레인이 자주 발생하여 왔고 채용 된 지는 4개월 정도 되었다.

만약 해외어학연수가 회사가 요구하는 필수적인 채용조건이 아니었다면 A의 경우 허위이력기재라는 사실만으로 해고하기에는 정당한 이유가 성립되지 않아 보인다. 다만, 허위의 이력을 기재한 사실이 기업 질서유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임에는 명백하므로 회사는 A에 대해서도 정직·감봉 등의 해고보다 낮은 수위의 징계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B의 경우 비록 해외어학연수가 채용의 필수조건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회사는 이를 이유로 정당하게 해고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경력 등을 허위로 이력서에 기재한 사실 그 자체만으로 회사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회사가 허위로 기재한 이력 등을 채용의 필수조건으로 전제했는지, 채용 후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는지, 기업 질서유지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력 등을 허위로 작성하는 것은 근로자의 '진실고지의무'를 위반한 채무불이행임이 명백하고 판례 역시 비교적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구직자의 입장에서 허위이력작성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위이다. 다만, 부득이한 사정이 있거나 단순 과실로 이력서상에 허위경력이 기재된 경우는 위의 판례 법리에 의해 다소간 보호될 수 있겠다.
덧붙이는 글 이후록 시민기자는 공인노무사입니다.
#경력사칭 #이력서허위기재 #징계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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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로서 '노무법인해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노무자문, 급여관리, 근로자들의 부당해고, 체당금 사건 등을 수행하면서 널리 알리면 좋을 유용한 정보를 기사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blog.naver.com/lhr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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