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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유치원 논란, 사립유치원 학부모의 생각

[주장] 소모적인 유치원 입학 전쟁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제안

등록 2017.04.21 20:17수정 2017.04.2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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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딸이 하나 있다. 여섯살이고, 작년에 다니던 사립유치원을 올해도 다니고 있다. 여덟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내년까지는 유치원을 다닐 것이고,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내년까지는 한달에 삼십만원 즈음 들어가는 돈을 계속 지출해야만 할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말한 것은 아이를 국공립이 아닌 돈 들어가는 사립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로서의 한탄을 하고자 함은 아니다.

안철수 후보의 유치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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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에게 교육정책 설명하는 안철수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학부모와 함께하는 육아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자신의 교육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주 안철수 후보의 유치원 공약과 관련된 논란이 있었다. 첫 잠깐의 해프닝은 단설 유치원이 전체 국공립 유치원으로 오해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그 오해가 정정된 이후의 후폭풍이 더 컸다.

일단 팩트부터 정리하자면 안철수 후보가 지난 11일에 열린 한국 유치원 총연합회 유아교육자대회에 참석했고 그 자리에서 대형단설유치원 신설 자제와 사립유치원에 대한 독립 운영 보장에 대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 발언 직후 SNS와 언론 매체 기사에서는 각종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엄마들의 마음을 모르는 안철수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주의 마지막날이자 선거운동 개시일 전날이었던 지난 일요일(16일)의 대국민여론조사는 그동안의 안철수 지지율의 상승세를 꺾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문-안의 지지율 차이가 표본오차범위 밖으로 벗어났고, 특히 두 후보간 여성 지지율의 격차가 확대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단설유치원과 병설유치원
단설유치원은 유치원 단독건물에 건립되고 유아교육을 전공한 원장이 운영하며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 시설을 함께 이용하면서 초등학교의 교장이 원장이다. 단설과 병설은 둘다 국공립이며 교육비가 들지 않는다.
논란이 시작되었던 지난 11일, 나 역시 저녁에 인터넷 기사를 통해 그 내용을 접했다. 안철수 후보의 발언내용을 보았고, 학부모의 반응을 중심으로 한 비판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반대되는 내용의 기사도 찾아보았다. 비판 기사는 어디든 메인 페이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찬성어조를 띤 기사는 검색해야만 찾아졌다. 당연히 비판기사 중심으로 여론이 형성될 터였다.

사실 나는 안철수의 발언 내용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기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내가 이렇게 말하는 데에 사립유치원 학부모인 나의 이해관계를 백프로 배제한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그럼에도 앞으로 갈 길이 먼 학부모의 생활을 해야만 하는 내게, 또 앞으로 학부모로서의 수많은 갈등을 겪을 내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지라도 생각을 정리해야만 한다는 압박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여론조사의 추이를 꺾을 만큼의 반향을 몰고 온 이번 논란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하고 싶었다.

다사다난한 유치원 들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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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별 따기인 유치원 입학. ⓒ 현혜영


현재 우리나라 유치원은 국공립 대 사립의 비율이 시설 기준으로는 대략 반반 정도, 하지만 취원생을 기준으로 하면 사립이 3/4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사실 그 3/4 안에 사립유치원을 부모의 적극적 의사에 의해 1순위로 선택해 결정한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늘의 별따기인 병설 유치원 혹은 단설 유치원에 지원했다 떨어지고, 일찌감치 등록해 놨지만 끝도 없이 긴 국립 어린이집 대기순서를 기다리다 결국은 사립유치원을 마지막 선택지로 결정하는 경우가 흔히 보게 되는 풍경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난 사립유치원을 보낸 부모들이 마지못해 결정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무엇인가를 '보고' 결정했을 것이다. 다만, 모두가 다 내지는 않는 돈을 내고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혜택을 못받는 듯한 느낌이 쌓일 수밖에는 없다. 사립은 입학 시에 들어가는 목돈(보통 100만 원 정도)과 더불어 한달 최저 20만~50만 원 정도가 꾸준히 들어간다. 이걸 3년치를 계산하면 정말 적지 않다. 내 기준으로 한달 30만 원씩 3년이면 1천만원 정도다.

나의 경우 단설유치원은 주변에 없어서 꿈도 꿔보지 못했고, 병설 유치원은 지원했으나 운좋게 대기 1번에 걸리고도 이후 1년 내내 전화 한 번 받지 못했다.

보통 유치원 추첨 시 향후 결원을 대비해 정원 외에 대기자를 뽑는 데 병설이나 단설같은 국공립 유치원의 대기 1번은 엄마들 말로 로또다. 그만큼 엄마들의 바람이 실려있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대기자이므로 안심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근처 사립 유치원 세 군데를 넣었다. 최종적으로는 지금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으로 결정했다.

사실 이것은 내가 우리아이 유치원을 결정하기까지의 코스다. 그런데 사실 이 코스만으로는 정말 다사다난한 유치원 결정과정이 설명되지 않는다. 병설 유치원의 경우 유치원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다.

내가 병설 유치원을 방문할 수 있는 시점은 딱 두 번, 원서 접수하는 날과 추첨하는 날이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학부모 카페나 주변 엄마들에게 물어보는 것 외에 내가 눈으로 보고 직접 판단할 거리가 없다.

경제적 이점이 크고 초등학교 부속이니 뭔가 안전한 느낌을 받는 것 외에 이 유치원이 어떤 점에서 좋은지를 직접 판단할 근거가 없었다. 병설 유치원에 원서 접수를 하면서도 내심 불안했던 부분이었다.

그에 비해 사립유치원은 원아모집을 위한 홍보회를 갖거나 혹은 유치원 방문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했다. 엄마들의 입소문 외에도 내가 직접 보고 판단할 근거가 생긴다. 물론 사립유치원이라고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입소문이 좋게 나 있는 유치원의 경우에는 사립유치원 역시 추첨 당일 날 새벽부터 줄을 서기도 한다. 사실 엄마 입장에서 좀더 괜찮은 사립유치원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조차도 운이라는 변수가 작용한다. 즉, 운은 국공립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립유치원까지 계속해서 따라 내려온다. 참, 지루하고 힘든 과정이다.

나는 사실 아이의 유치원 결정을 위해 발로 뛰었다. 병설유치원이야 기본적으로 공개가 안되니 인터넷 카페나 입소문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사립유치원의 경우엔 원아모집 홍보행사에 직접 가보거나 유치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유아교육에 대한 시각을 얻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사립유치원이 마음에 든다고 한들 그곳 역시도 추첨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중복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라 해야 할까? 내가 지원했던 사립유치원 중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유치원이 지원자 1명 미달로 추첨없이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 때까지 병설유치원의 대기 1번은 유효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마음이 없진 않았다. 그 때 그동안 옆에서 나를 지켜봤던 남편이 말했다. 내가 OOO유치원을 얘기할 때 가장 표정이 좋았다고. 그러니 그곳으로 결정하라고 말이다.

OOO유치원이 지금 우리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다. 아쉬운 마음이야 있긴 했지만 나 역시 남편의 말에 동의했다. 병설유치원은 혹시나 나에게 기회가 온다고 해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음을 접었다. 물론 내게 전화오지 않은 건 다행이라 해야 할까? 소심한 나의 고민을 하나 덜어주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결정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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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별 따기인 유치원 입학. 선택의 폭이 좀 더 넓어진다면 우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현혜영


사실 내가 OOO유치원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일단 나와 상담을 했던 선생님의 인품이 마음에 들었고, 그분이 설명해 주는 내용에 믿음이 생겨서였다. 유아교육의 전문성 뿐만 아니라 진솔함이 느껴졌고 연륜과 경험에서 나오는 느긋함도 있었다.

여기에서라면 내가 원하는 것, 아이가 행복하게, 즐겁게 성장하는 곳으로서의 유치원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다. 사실 그 유치원에 대한 첫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 유치원은 벌써 20년이 넘은 탓에 건물도 오래되어 외관상 눈을 끄는 부분도 별로 없었고, 외부 홍보에는 관심이 없는지 홈페이지도 잘 관리되어 있지 않았다.

또 다른 사립유치원들과 달리 원아모집 홍보행사도 진행하지 않고 직접 방문상담을 통해서만 원서를 제공하는 중이었다. 상담차 그 유치원을 방문하기까지 의아한 점이 많은 유치원이었다. 사실 그래서 상담요청을 해 놓고도 조금 망설이다 왠지 약속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가보았던 건데 결과적으론 내가 가장 보내고 싶은 유치원이 된 것이다.

당시 내가 여러 유치원을 알아보면서 바랐던 바람직한 과정은 이런 거였다. 내가 직접 알아보고 판단하고 그래서 나의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유치원을 골라보고 싶은 것. 이러한 선택과정에 있어 돈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지만 이미 마음이 기울어진 유치원을 놓고도 대기1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면 후회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여기서 솔직히 또 하나 고백하자면 나는 자녀가 하나 밖에 없다. 무료라는 무시무시한 혜택을 포기하고 나의 고정된 지갑에서 1년에 3백만원이 훌쩍 뛰어 넘는 돈을 과감히 써버리고자 하는 결정을 조금은 더 쉽게 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고 해야 할까? 만일 자녀가 둘이었다면 내 마음에 다시 흔들림이 있었을까?

만일 그 때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학부모 부담이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해본다. 그리고 나는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그런 조건 하에 비슷하게 놓였을 때 지금과 같은 국공립 입학 전쟁은 어떤 양상으로 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선택의 기준은 여러가지가 될 것이다. 유치원의 시설 조건과 규모, 교사의 수나 자질, 통학거리, 교육 프로그램의 다양성 혹은 퀄리티 등. 이런 것들을 고려해 자신의 자녀에게 가장 최적인 곳을 선택해 갈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모습이 아닐까.

그것이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병설이든 단설이든. 그렇게 되면 학부모 입장에서는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해지며 다섯, 여섯살 아이 하나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줄을 서고 로또 확률을 기대하며 노심초사하지는 않아도 될 것이다.

또,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돈보다는 퀄리티에 의한 선택이 가능해지고 그럼으로써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시장 경쟁의 기반 자체가 비슷해진다. 가장 중요한 건 교육의 수혜자인 아이들이고 그 아이들이 받게 될 교육 서비스의 질로 소비자는 판단하고 공급자는 경쟁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립유치원 원장의 도덕적 일탈 문제라든가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의 매너리즘 문제와 그에 따른 창의 교육의 부재와 같은 엄마들이 걱정하는 일들도 공정한 경쟁 시스템 내에서 자연스럽게 도태시키는 시스템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끼리 날세우지 말고 서러워하지도 말자

그래서 나는 안철수 후보의 대형단설유치원 신설 자체 발언이 나왔을 때 각종 기사에서 다룬 학부모의 분노-단설유치원에 보내고 싶어하는 학부모의 마음도 모르고 한 이야기-와는 다른 방향에 서 있었다.

사립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가 전체 원아의 75%인 상황에서 우선 해결되어야 할 것은 그 75%의 아이들도 나머지 25%의 아이들과 비슷한 지원을 받아야 하고, 그런 점에서 예산이 있다면 그 아이들이 먼저 지원 받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국공립유치원의 원아들은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원아 1인당 지원금의 5배에 해당되는 금액이 지원된다고 한다. 그 지원되는 금액은 결국 국민 세금이다. 그런데 그 세금 혜택이 불균등하게 배분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대형 단설 유치원의 경우 하나 짓는 데만 1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소요되고 부지확보 역시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시간과 비용 상의 비효율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시간비용의 문제는 별도로 하더라도 단설을 늘린다고 단설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열망을 다 담아낼 수도 없다.

얼마 전 단설 유치원에 당첨된 옆집 엄마가 부러워 우는 엄마를 본 적이 있다. 순전히 운인 것을 아는 데도 서럽다는 것이다. 단설유치원은 전체 유치원의 5%도 안 된다. 반대로 괜찮은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도 학비 부담으로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엄마들도 있다. 특히나 아이가 둘, 셋 이상이면 더 그렇다.

그런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미안해 한다. 그런 감정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누구는 사립유치원은 돈이 되는 엄마나 선택하는 곳이라며 씁쓸히 얘기하는 걸 들어본 적도 있다.

나 역시 씁쓸했다. 내 지갑 속은 작년이나 올해나 달라진 게 없는 데 내 욕심-내 기준에 부합되는 유치원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때문에 아이를 사립유치원에 보내면서 내 지갑 속의 돈을 쪼개고 나를 위한 지출은 점점 줄여가는 한국형 엄마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 씁쓸한 감정들을 엄마들끼리, 학부모끼리 보이지 않는 화살 쏘듯 건네지는 않았으면 했다. 문제는 교육 정책에 있고 그런 교육 정책이 만들어놓은 공평하지 않은 구조에 있다는 걸 알아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를 비교 구도 속에 떨어뜨려 놓고, 그에 따른 감정의 몫은 우리에게 돌려 놓았다는 것을 알아야만 우리는 이 감정 소모적인 유치원 입학전쟁의 틀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내 아이가 소중하기에 이제는 불평등한 구조 내에서 좀더 좋은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피말릴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서 있는 곳이 정의롭고 평등하며, 그래서 평화롭길 바란다.

국공립 안에 진입한 엄마들과 못한 엄마들로 나뉠 것이 아니라, 또 우리동네 S대처럼 여겨지는 대형단설유치원에 미친 듯이 줄 서고도 서럽기만 할 것이 아니라, 엄마들의 주관있고 자신있는 선택들이 맞부딪히며 자유로이 경쟁하는 시장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유치원 신설 전략을 표면에 내세우기보다는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하고 공평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 보이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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