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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학보다 진로, 학교 밖에서 더 절실했다

[서평] 임하영의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등록 2017.04.20 08:33수정 2017.04.2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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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무엇을 공부해야 하지? 대학에 가야 하나? 아니, 그 전에 대학에 들어갈 수는 있으려나? 군대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학벌, 연줄 없이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모두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임하영의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에 나오는 말입니다. 지금의 중고등부 학생들이 생각할 법한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사회에서는 학벌과 연줄이 없이는 성공하기 힘든 사회구조이니 말이죠. 어른 세대가 자라나는 세대에게 그토록 대학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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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영의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 천년의 상상

그런데 그 친구는 달랐습니다. 현재 그는 스무 살의 진취적이고 예술적이며 지적인 청년이 돼 있지만 성장 과정은 남달랐습니다. 여섯 살 때 유치원을 그만 둔 뒤로는 단 하루도 학교에 다니지 않는 친구죠. 철부지 소년이던 열 살 때 중국 동부3성과 베이징을 여행 한 뒤로는 역사 공부에 심취했고, 열네 살 무렵에는 매일같이 도서관 생활을 통해 독서근육을 키웠다고 하죠.

그리고 열다섯 살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수차례 독후감 대회에 응모하여 받은 상금을 모아 여행을 다녔고, 그 무렵 경제 흐름에 관심을 두고 전 재산 50만 원으로 주식투자에 뛰어들어 40%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독학으로 역사·문화·경제·예술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 백과사전식으로 공부했던 셈입니다.

"언스쿨링에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진학이 최종적인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단순한 '진학'보다는 평생 무엇을, 왜, 어떻게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인생의 소명을 찾아나가는 '진로'가 더욱 중요한 것이지요. 부모는 아이가 본인의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을 조용히 옆에서 돕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진학이 필요하다면 차후에 대학을 선택해서 공부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대학은 필수 조건이 아니라 선택 사항일 뿐입니다."(53쪽)

스무 살의 나이에 그렇게 세상 속의 주체적인 의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것,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에 박학다식한 관점들을 지니며 살아갈 수 있는 것, 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부모의 교육관도 무시할 수만은 없었던 것임을 알게 합니다.

그런데 그의 나이 열일곱 살, 다시 말해 고등학생의 나이가 되자, 그에게 불안이 엄습해 왔다고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인지, 군대는 언제쯤 가고, 또 전역 후에는 무엇을 하면서 먹고 살아갈 것인지, 그런 불안이 그에게 밀려들었던 것이죠.

그때 만난 선생님이 있다고 합니다. 불안의 파도를 헤치고 나갈 수 있도록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 두 분의 멘토 말이죠. 홍세화 선생과 손미나 선생이 바로 그 분들이라고 합니다. 홍세화 선생은 그에게 "노예가 될 것인지, 자유인이 될 것인지"를 고민케 했고, 손미나 선생은 "어떻게 가슴 뛰는 직업을 찾을 수 있는지"를 스스로 묻게 찾게 해 주었다고 알려줍니다.

"생존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나는 여행 초반부터 꾸준히 글을 써서 <오마이뉴스>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끝내 마침표는 찍지 못했다. 낮에는 도시를 둘러보며 거리 연주를 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생활이 몇 주간 지속되자 체력이 바닥에 다다른 것이다. 글쓰기와 여행의 호흡을 도저히 맞출 수 없어 결국 하나를 그만두어야만 했다."(212쪽)

열여덟, 이제 곧 스무살의 나이에 다다르자, 성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 앞섰을 때, 그가 떠난 유럽 여행길 이야기입니다. 친척 동생과 단짝 친구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서 모은 돈과 설날에 받은 용돈, 그리고 통장에 얼마 남지 않은 잔고를 털어 비행기 표를 사서 떠났는데, 88일간의 유럽 여행 중에 돈이 바닥이 났을 때, 그가 행한 일은 '거리의 악사'가 된 것이라고 하죠. 그러면서도 그 여행지의 흔적들을 남기는 글도 연재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자라나는 우리 집 세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이 친구가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스스로 독서근육도 키웠고, 세계 여러 곳도 여행하면서, 너무나도 대견스러운 청년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여전히 줄세우기식의 학교교육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 아이들에 비해, 스스로 창의적인 길, 하고 싶어하는 일을 위해 앞으로 전진해 나아가는 이 친구를 보면서, 앞으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가야 할지, 더욱더 고민하는 계기로 삼게 되었습니다.

다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미래의 아이들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거라고 예견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 흐름 속에서 과연 주체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며, 자기 적성에 맞고 자기 소질에 맞는 꿈을 키워나가는 게 어떤 것인지,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를 내다보게 했으면 좋지 않겠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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