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물고기 전시장' 된 금강... 올해도 어김없었다

[현장] 악취 진동하고 물고기 죽어가는 금강... 콘크리트 보에 갇혀 죽어간 물고기들

등록 2017.04.19 11:16수정 2017.04.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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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따라 나섰던 다니엘 수녀가 대형 끄리를 들고 안타까워했다. ⓒ 김종술


지난 2012년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한 백제보 상류. 이곳에 또다시 죽은 물고기가 떠올랐다. 공주보 상류 우·좌안에서도 남생이(추정), 붕어, 잉어, 끄리, 누치 등 다양한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다. 

<오마이뉴스> 미국 특별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첫날인 지난 18일 찾아간 금강(충남 공주)이 심상치 않다. 발길이 닿는 곳곳 죽은 물고기가 널브러져 있다. 썩어가는 물고기에선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

아침부터 봄비가 오락가락했다. 노란 개나리와 하얀 조팝나무 꽃이 뒤덮은 금강변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4대강 사업의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동행 중인 성가소비녀회 다니엘 수녀와 공주보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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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술

파도가 밀려오듯 강바람을 타고 금강 물살이 하류에서 상류로 요동 친다. 녹조를 밀어내기 위해 수자원공사가 설치한 공주보 상류 수상공연장 마이크로 버블기 안에는 죽은 물고기가 썩어가고 있다. 강한 바람에도 악취가 진동한다.

허리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들어간 물 속은 소 오줌 색을 하고 있다. 강물에 죽은 물고기가 즐비하다. 뻣뻣하게 굳은 채 허연 배를 드러낸 끄리(잉어과 물고기)는 뻐끔뻐끔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이내 숨을 거둔다. 죽어서 썩어가는 붕어에는 구더기가 우글거린다.

강의 중하류에서 살아가는 눈불개는 노란 금테 안경을 쓴 물고기다. 살이 단단하고 맛이 달아서 낚시꾼들의 사랑을 받는다. 눈을 부릅뜨고 죽어간 눈불개. 사체엔 파리가 잔뜩 달라붙어 있다. 남생이로 추정되는 파충류도 썩어서 흐느적거린다.

서너 발짝에 한두 마리씩. 한동안 보이지 않던 누치까지, 금강은 거대한 물고기 사체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죽은 물고기를 보며 눈물을 글썽글썽하던 다니엘 수녀가 들어올린 끄리는 60cm가 넘어 보인다. 썩은 물고기에서 풍기는 악취로 숨쉬기도 거북할 정도다.


강변에서 만난 낚시꾼은 "강물이 막혔으니 흐르는 강물, 여울에서 살아가는 어종인 누치, 끄리, 눈불개 등 물고기가 죽는 건 당연하다. 물살이 빠른 모래와 자갈에서 산란을 하는데 어디서 산란을 하겠는가, 모처럼 시간을 내서 왔는데 죽은 물고기로 악취가 너무 심하다"고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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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가 지난해 설치한 물고기 산란장 인근에도 죽은 물고기가 널려있다. ⓒ 김종술


하류인 백제보로 이동했다. 보 하류 콘크리트엔 상류로 거슬러 오르려는 물고기로 가득하다. 죽은 물고기가 널브러진 상황은 공주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40cm가 넘는 붕어부터 배가 빵빵한 상태로 산란을 하지 못하고 죽어간 물고기까지.

지난해 수자원공사가 보 하류 어도인근에 설치한 인공물고기 산란장에 꽂아놓은 버드나무는 강바람에 뽑혀 있다. 산란장 곳곳을 돌아봤지만, 물고기의 인기척은 없었다.

다니엘 수녀는 "자연과 어울림을 계획하던 중 인간의 이기심으로 신음하고 죽어가는 4대강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냥 4대강이 너무 안쓰럽고 미안해서 어루만져주고 사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서 찾아왔는데 보면 볼수록 너무 처참하고 안쓰럽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죽은 물고기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물고기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왔다. 물고기도 죽어가면서 사람과 같이 고통 받았을 것이다. 마음을 정리하기 힘들 정도로 슬프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것에 대한 미안함. 이제야 알게 된 부끄러움. 죽음의 냄새가 난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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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가 지난해 백제보 하류 어도 부근에 설치한 물고기 산란장. ⓒ 김종술


#4대강 사업 #물고기 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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