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벚꽃이 더 부자연스러운 거야"

[필름사진 여행기] 3주에 걸쳐 담은 진안의 더딘 봄

등록 2017.04.27 14:17수정 2017.04.2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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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벚꽃 (645N/Ektar100)4월 16일 마이산 탑영제 근처의 벚나무. 벚꽃이 탐스럽게 피어있다. ⓒ 안사을


전라북도 진안의 봄은 딱 일주일만큼 더디다. 전주 시내에 벚꽃이 만개하고 나서 한 주가 지나면 진안의 마이산 벚꽃길을 찾아가보라. 가까운 다른 지역보다 새싹이 움트는 시기 자체가 느려서이겠지만, 왠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기다리며 더 크게 자라난 것처럼 송이가 유난히 탐스러운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을 것이다.


세 번의 주말 동안 연달아 진안을 찾았다. 첫 번째 주는 일요일 새벽 부귀산 중턱에 올라 자욱한 안개 속에서 멀리 보이는 마이산의 모습을 담았고 두 번째 주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1박2일의 워크숍을 통해 자연을 만나고 필요한 협의를 했다.

사실 두 번째 주에 꽃이 충분히 피어있었다면 세 번째 방문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을텐데 4월 8일에 찾은 진안은 이제 막 얼굴을 붉히기 시작한 작은 꽃봉오리들만 가득했다. 이 날, 개나리만 실컷 보고 일주일동안 기상청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다가 저번 주 주말에서야 드디어 봄의 색을 칠한 산하를 만날 수 있었다.

부귀산 전망대에서

'진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식품으로는 홍삼이, 산으로는 마이산이 가장 먼저 생각 날 것이다. 진안에는 마이산 외에도 덕태산, 성수산, 운장산 등의 꽤나 높은 산들이 많다. 섬진강이 발원하는 데미샘이 있고 바로 옆인 장수에서는 금강이 시작되는 뜬봉샘이 있다. 고원지대답게 감입곡류하천이 잘 발달해 있고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아 자연환경이 청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리 유명하지는 않지만 제법 수려한 경치를 볼 수 있는 산이 있다. 바로 부귀산이다. 금남호남정맥의 일부이자 진안의 진산이라는 평을 받았었던 것을 보면 규모가 작지 않은 산이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명확했는데, 두남치에서 조금만 더 오르면 있는 전망대에서 마이산을 바라보고 아침 운해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자동차를 이용해 시멘트 포장과 비포장이 반복되는 임도를 오르면 승용차 두세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오고 그 곳에서 살짝 가파른 산길을 300미터만 올라가면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운전이 쉽지는 않지만 산행길이 매우 짧아 참으로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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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귀산 전망대에서 (SW612/Extar100)짙게 깔린 운무 사이로 마이산이 보인다. 일출 직후에 담은 사진. ⓒ 안사을


이곳은 근처에 용담호가 있어서 일교차가 심한 계절이 되면 항상 아침에 이렇게 운무가 운치있게 깔려 있다. 흐린 날은 일교차가 심하지 않아 안개가 짙지 않은데, 마침 주말에 날씨가 맑았고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가 적은 날이어서 좋은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해가 떠오르고 있어서 일출도 잡아보았으나 전망대의 어느 위치에서도 나무가 해를 가리고 있어 해 주변을 깔끔하게 잡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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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의 일출 (SW612)기상청에서 제공한 시각보다 더 늦은 시각에 해가 떠오르고 있다. 산촌이라서 그럴 것이다. ⓒ 안사을


사람이라고는 인기척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경치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해가 뜨고 30여분이 지나도록 그 자리에 서서 점차 밝아오는 하늘을 온 마음과 온 몸으로 만났다. 간간히 산줄기를 타고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와 귀를 간지럽히면서 들려오는 산새의 지저귐이 현실적인 감각을 종종 살려줄 뿐이었다.

점점 높아지는 햇빛을 받아 더욱 하얗게 빛나는 안개와 붉은 색이 점점 엷어지면서 환해진 하늘을 한 번 더 담고 나서야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또다시 안개가 피어오르는 계절이 돌아오면 이 곳을 다시 한 번 찾을 생각이다. 그 때는 나뭇가지에 가을을 알리는 색색의 이파리들이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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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귀산 전망대에서 (SW612/Ektar100)일출 후 30분 정도가 흐른 모습. 빛을 받아 안개가 더욱 새하얀 색을 띄었고 하늘의 붉은 빛은 점차 엷어져 갔다. ⓒ 안사을


참학력 신장을 위한 교사동아리 '자치기' 워크숍

3주에 걸친 진안의 봄 취재는 사실 이 워크숍이 모티브가 되어 자연스럽게 계획된 것이었다. 워크숍을 가기 한 주 전 진안을 둘러보았고 워크숍 당일에 꽃이 피어있지 않아 그 다음 주에 같은 곳을 한 번 더 가게 되었던 것이다.

'자치기'는 어릴적 동네에서 누구나 한 번씩 해본 적이 있는 놀이일 것이다. 교사동아리의 명칭으로써의 '자치기'는 '자치의 기술'이라는 속 뜻을 가지고 있는데,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자치의 기술을 지도해주기 위해 결성한 동아리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자치에 기술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이 다소 부자연스럽기는 하지만 기억하기 쉬운 명칭을 만들기 위해 약간 억지를 부려보았다.

이 날의 워크숍은 1년의 활동 중에 유일하게 숙박을 하는 워크숍으로, 5월 말 즈음에 우리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할 '학교바꾸기 아이디어 공모전'의 기초적인 틀을 만들기 위한 협의를 목적으로 기획한 행사였다.

본인은 전주의 한 공립 고등학교의 학생인권부 부장을 역임하고 있는데, 보통 학생부라고 하면 아이들과 전쟁 아닌 전쟁을 하는 부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학생부가 꼭 학교의 질서와 기강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의 학생부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 습관 및 예절을 가르침과 동시에 학생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민주적이고 주체적인 의결 과정을 직접 기획하고 경험하도록 하는 것을 커다란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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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기' 워크숍 중 협의회의 한 장면 (645N/PRO400H)정원과 한옥의 조화가 일품이었던 한 전통찻집에서 함께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 안사을


우리가 기획하고 있는 '학교바꾸기 아이디어 공모전'은 엄청나고 커다란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학교에서 무언가 바뀌어야할 부분이 있거나 새롭게 구상하고 싶은 것에 대해 학생들이 기획안을 제출하는 공모전이다. 교사동아리인 '자치기'에서는 그 아이디어를 보다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게 다듬어주고 실제로 실행을 할 때 상시적으로 지도교사가 되어 줄 것이다.

처음 시도해보는 사업인데다가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서 여러 모로 고민을 하다가 동료 교사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모두들 흔쾌히 승낙을 해주었다. 이 날의 회의에서는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낼 때 그들에게 적절한 틀과 출발점을 제공하기 위해 보다 세부적인 항목을 제시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 함께 머리를 맞대어 보았고 아래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

1. 생기있는 아침시간, 보람있는 쉬는 시간, 즐거운 점심시간을 위해
2. 선후배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
3. 보다 적절한 개인용 전자기기의 사용을 위해
4. 등굣길이 행복해지려면

학생들은 이 네 가지의 큰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에 맞는 창의적인 기획안을 내고, 선생님들은 그것을 평가, 보완하여 실행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기획안을 실행할 때 필요한 인력들은 수시로 학생을 모집하여 해결하고 필요한 예산은 소소하지만 캠페인이나 자료 제작 용으로 미리 확보를 해 두었다.

위 네 가지의 틀은 학교가 추구해야 할 여러가지 가치들 중 학업과는 크게 관련이 없지만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들일 것이다. 지식 교육은 선생님들의 성실한 수업을 통해서 하면 되지만 위와 같은 측면들은 학교가 간과하기 쉽고, 또한 간과하지 않으려고 해도 딱히 돌파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 오히려 고민의 주체를 학생들에게까지 넓히고, 교사와 학생이 함께 힘을 합한다면 실마리를 정확하게 찾아내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자 진정한 소속감을 갖게 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쉬웠던 진안의 풍경

워크숍을 굳이 진안까지 오게 된 것은, 서로 간에 친목을 도모하고 끈끈한 관계가 형성이 되면,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통해 마음이 열리면 훨씬 더 창의적이고 유연한 회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날 서먹하던 동료들 사이가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고 학교에서 한 학기가 지나도 다 못 나눌 것 같은 의미있는 대화들을 많이 나누었다.

하지만 정작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진안의 탐스러운 벚꽃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백 그루에 한 그루 정도 피어있었을까. 너무도 아쉬운 마음에 즉흥적으로 장소를 바꾸어 이튿날 완주군에 위치한 만경강 하류 뚝방길에서 30분 정도 벚꽃을 구경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쉬웠지만 그 아쉬움이 있어서 오히려 더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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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강 뚝방길의 벚꽃 (645N/PRO400H)진안에는 아직 화사한 봄이 오지 않아서 급하게 행선지를 바꾸었다. 아직 만개하진 않았지만 양쪽으로 늘어선 벚꽃이 충분히 아름답다. ⓒ 안사을


참학력 신장을 위한 교사동아리 '자치기'와 '학교바꾸기 아이디어 공모전', 그리고 그 공모전이 실제 정책이 되어 운영이 되는 모습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또 다른 교육 기사로 작성할 작정이다. 그리고 이 날의 워크숍은 충분한 출발점이 되어 주었다.

결국은 만나고 돌아온 진안의 화사한 봄

진안과 무주를 굽이굽이 흐르는 금강변, 마이산의 산책로는 꼭 필름에 담고 싶은 밑그림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 밑그림에 봄이라는 색채가 채워지지 않았던 지난 주의 아쉬움을 버리지 못하고 기어코 진안으로 차를 몰았다. 큼직한 중형 카메라 두 대를 차에 실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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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가는 길(1) (67ii/Ektar100)야산에 꽃들이 듬성 듬성 피어있다. 정돈된 모습은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봄꽃의 모습이다. ⓒ 안사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위 사진처럼 산허리에 간간히 핀 봄꽃이 참 이상해 보였다. 녹색빛 사이에 뜬금없이 들어선 분홍빛도 자연스럽지 않았고 띄엄띄엄 피어있는 모양새가 참 질서 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남원과 전주 간을 매일 자가용으로 출퇴근 하던 시절 함께 카풀을 했던 동료 교사에게 말했다.

"형. 저런 나무들 되게 이상하지 않아요? 부자연스럽고. 왜 벚꽃이 저기에 피어있는지 신기하네요."

그 당시 나의 질문을 받았던 교사는 생물 전공이었다. 그의 한 마디가 스물 몇 해 묵어있던 나의 고정관념을 뒤흔들었다.

"원래 쟤네 자리가 저기야. 길가에 쭉 심어놓은 벚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거야."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말이었지만 나에게는 상당히 큰 파장으로 다가왔다. 내가 지금까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오히려 자연이었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풍경이야말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던 것이다. 만들어진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짤막한 대화를 기점으로 나는 저렇게 산 중턱에 아무렇게나 핀 봄꽃을 참 좋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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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가는 길(2) (67ii/Ektar100)모래재를 통과하는 옛 길. 모래재터널 직전에 작은 초소가 있어서 안전하게 차를 대 놓고 사진을 한 컷 담았다. ⓒ 안사을


위 사진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상당히 경사가 심하고 구불구불한 모래재 옛길을 올랐다. 아버지가 청년이었을 때에는 이 길이 전주에서 진안과 장수, 무주로 가는 유일한 통로였는데 포장조차 되어있지 않아서 폭우가 쏟아지거나 겨울이 되면 버스가 굴러 떨어지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만큼 험한 길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무진장 멀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이는 이 세 지역의 첫 글자를 합한 것과 같아서 전북지역에서는 이 단어와 세 지명의 관계를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힘겹게 좁고 험한 길을 조심조심 올라 터널을 지나면 언제 오르막이 있었냐는 듯 평지가 펼쳐진다. 고원지대가 시작된 것이다. 마치 잭이 동화 속에서 콩나무를 힘겹게 타고 올라가 구름을 지나 만난 새로운 세상과도 같은 느낌이다.

올라오던 탄력으로 악셀 페달에서 발을 떼고 조금만 더 핸들을 조작하면 그림처럼 늘어선 메타세콰이어 나무를 볼 수 있다. 담양보다는 나무의 크기가 작고 길이 짧지만 충분히 운치가 있어서 드라이브 코스로 한 번 쯤은 올라가 보는 곳이다. 아직은 새로운 이파리가 나지 않아 땅에서부터 가지 끝가지 한 가지의 색으로만 옷을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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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메타세콰이어길 (645N/Ektar100) 길가에 주차되어있는 차들이 참 얄밉다. 사진의 오른편 바깥쪽으로 조성되어있는 주차장은 규모가 작긴 하지만 자리가 텅텅 비어있었다.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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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과 학교 (645N/Ektar100)메타세콰이어길이 끝날 무렵 보인 한 초등학교. 화사한 벚나무 몇 그루가 자라나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을 것을 생각하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 안사을


진안 읍내를 지나 조금 더 마음을 써서 달리다 보면 용담호반을 둘러싼 벚꽃길을 만난다. 이 날의 목적지 중 가장 먼 곳이자 회차 예정 포인트는 무주군 부남면에 위치한 잠두1교였는데 그 곳으로 향하는 도중 뜻하지 않은 장관을 만났다. 처음 보는 유채꽃밭이었다.

다녀온 후 필름 작업을 하면서 검색을 해보니 지난 해 10월에 조성한 곳이고 내가 다녀간 그 다음 날부터 축제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갑자기 펼쳐진 노오란 물결에 깜짝 놀라 곧바로 국도에서 지방도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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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과 하늘 (67ii/Ektar100)진안 읍내를 지나 안천면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만난 유채꽃밭.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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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면 유채꽃밭 (67ii/Ektar100)멀리 보이는 벚꽃과 유채꽃의 조화가 아름답다. ⓒ 안사을


용담호는 금강물이 댐을 만나 이룬 호수인데 수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으면 골짜기를 굽이굽이 돌아 나가는 금강을 만날 수 있다. 계절마다 이 곳을 찾아 마음에 휴식을 얻고 사진을 담아오곤 한다. 화려한 풍경은 아니지만 사람의 때가 많이 묻지 않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느낌을 물씬 받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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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마을 (645N/Ektar100) 감동교를 건너기 직전 만날 수 있는 금강과 언덕의 봄 풍경.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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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벼룻길 (67ii/Extar100)금강 벼룻길 중 일부의 모습. 벚나무와 산벚나무, 연두색으로 올라오는 2017년의 새 이파리가 함께 어우러져 색색의 봄을 연출하고 있다. ⓒ 안사을


위 사진에서 꽃나무가 일렬로 서있는 부분은 자동차 한 대 정도가 지나갈 수 있을만한 넓이의 오솔길이 나있는 곳이다. 잠두1교와 잠두2교 사이, 포장 도로의 건너편에 조성된 길인데 작은 낙석이 군데 군데 굴러 떨어져 있기도 했고 봄이라 활발하게 움직이는 실뱀들이 몇 마리 목격되기도 했다. 도보로 40분 정도면 왕복할 수 있다. 간단히 산책을 마친 후 마지막 목적지인 마이산으로 향했다.

마지막 벚꽃은 마이산에서

아마 용담호반 주변 벚나무의 꽃망울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면 마이산으로 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주일 전만 해도 꽃봉오리조차 찾기 힘들었던 꽃나무가 며칠 만에 활짝 피었고 이미 꽃잎이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진안을 찾을 때마다 들르던 다슬기탕 집의 걸걸하신 식당 이모가 하셨던 한 마디가 결정적이기도 했다.

"다슬기탕 먹어! 뭐더러 아침부터 비빔밥을 먹어? 탕이 맛있어. 그나저나 오늘 마이산 꽃이 징그랍게 좋다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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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 북부 매표소 (645N/PRO400H)산책은 남부 매표소에서 할 예정이었지만 마이산의 모습을 멀리서 담기 위해 북부 매표소를 잠시 들렀다. ⓒ 안사을


만약에 마이산을 애초에 갈 생각이었다면 새벽녘에 출발하여 가장 먼저 그곳으로 향했을 것이다. 벚꽃이 절정을 이룰 때 마이산의 진입로는 길 자체가 주차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체가 심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차라리 오후 4시가 넘어가니 들어가는 차량이 엄청나게 많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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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 남부 매표소 주차장에서 (645N/Ektar100)줄지어 선 자동차와 북적거리는 사람들 위로 벚꽃이 지붕처럼 만개해있다. ⓒ 안사을


주차장에서는 주차비를 승용차 기준으로 2천원을 받고 매표소에서는 문화재 관리비 명목으로 도립공원임에도 불구하고 성인 기준 3천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그것도 무조건 현금으로 말이다. 어차피 사찰로 들어가는 돈이니 과세 대상이 아니라서 그렇게 하는 것 같았다. 관련 법 조항을 매표소 옆에 붙여놓은 것을 보니 평소에 이러한 징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관광객이 왕왕 있었나 보다.

매표소에서 20분 정도만 걸으면 갑작스럽게 꽤 넓은 저수지가 나오고 그 뒤로 5분 정도만 더 걸으면 이색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마이산 탑사가 나오는데 이 날은 탑영제에서 발길을 돌렸다. 꽃을 보기 위해서 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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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영제 (645N/Ektar100)한가로이 오리배를 운전하는 가족단위의 나들이 객들과 벚꽃의 조화가 참 평화롭다.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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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마이산 벚꽃 (645N/Ektar100)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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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으로 담은 벚꽃 (67ii/Ektar100)탑영제 바로 밑의 벚나무 두 그루가 역광을 머금고 빛나고 있다. ⓒ 안사을


사람이 정성스럽게 조성한 꽃길을 걷기도 하고 바람과 새들이 동산에 심어준 꽃들을 원없이 만나기도 했다. 세 번의 주말 동안 자연의 돌봄을 받았고, 그로 인해 나 또한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정말로 아름다운 봄이었다.
#진안 #봄 #필름사진 #금강 #마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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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대안교육 특성화 고등학교인 '고산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필름카메라를 주력기로 사용하며 학생들과의 소통 이야기 및 소소한 여행기를 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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