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토지 불로소득은 누가 가져갔나

[부동산공화국에서 공정국가로①] 대한민국을 불평등하게 만든 '땅'

등록 2017.04.20 09:59수정 2017.04.2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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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소득과 부의 양극화, 주기적 불황, 지역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부동산 불패신화와 토건국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부동산공화국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토지+자유연구소는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하고 공정국가의 길을 열지 않고서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연재 글 5편을 기고합니다. 이 글은 그 첫 번째입니다. [편집자말]
특권, 불평등의 원인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심화된 소득불평등이다. 소득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은 결국 소득 하위계층과 상위계층 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하위계층은 상위계층과의 힘의 비대칭으로 인한 착취와 고통의 희생자가 되어 간다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지금과 같은 불평등의 핵심 원인이 다름 아닌 '특권'에 있다는 점이다. 특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노력과 운이 같더라도 남보다 더 많은 이익 또는 더 적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권한 또는 지위'로 정의할 수 있다. 운(luck)이 자연적 원인이라면 특권은 인위적 원인이고 따라서 특권은 타인에 대한 차별과 손해를 수반하게 된다(김윤상 2017, 24~27쪽).

특권이 노리는 것은 불로소득인데, 사회과학에서는 이것을 '지대'(rent)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대추구, 즉 특권추구 자체는 비생산적 경제활동의 전형이다. 즉, 지대추구행위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것은 사회적 부를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대추구행위는 이미 만들어진 부와 소득을 가져오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에 대해서 시장경쟁을 존중하는 스티글리츠는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말한다.

"상위 계층 소득의 태반은 지대에서 나온다. 이런 지대는 하위계층으로부터 상위계층으로 돈을 이전시키고, 일부 성원에게는 이익을 주고 나머지 성원에게는 손실을 주는 방향으로 시장을 왜곡해 왔다."(스티글리츠 저ㆍ이순희 옮김 2013, 433쪽)

미국의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에 그대로 대입해도 손색이 없다. 그렇다. 특권은 소수에게 이익을 주고 다수를 피해자로 만들며 시장을 왜곡시킨다.

특권에는 토지특권과 정규직특권과 학벌특권 등이 있는데, 이 중에 대표는 역시 토지특권이다. 토지특권은 특권의 어머니다. 왜 그럴까? 토지는 재생산이 불가능한, 다시 말해 인간의 노력으로 그 양을 늘릴 수 없는 재화이다. 또한 인간은 토지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인간의 모든 경제활동은 토지 위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까닭에 토지특권이 낳은 문제는 거시 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토지 불로소득은 얼마나 되나?

그렇다면 토지특권이 낳은 불로소득은 얼마나 될까? 1980년대 말 토지투기가 전국을 강타하자 투기가 낳은 불로소득에 대한 규모를 추산하는 연구가 이어졌는데, 그 중 대표적인 연구가 이정우(1991) 교수의 연구다.

이 교수는 1970년대 이후 지표상의 소득분배가 상당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소득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되어온 것으로 간주하고 그것의 원인 중 하나를 토지 자본이득, 즉 토지 매매차익에서 찾았다.

그는 1980년에서 1989년까지 실현된 토지 매매차익이 연평균 GNP의 23.6%나 되고, 토지투기가 극에 달했던 1989년에는 무려 53.5조 원(GNP의 37.7%)이나 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토지 불로소득의 또 다른 형태인 토지의 현 임대가치에서 매입가액의 이자를 공제한 '순임대소득'까지 합하면 10년 동안 실현된 토지 불로소득은 연평균 GNP의 30%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내내 지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되었기 때문인지 토지 불로소득을 추산하는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던 지가가 2000년대 들어서 오르기 시작하자 토지 불로소득 규모를 추산하는 연구가 등장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실현된 소득이 아니라 잠재적 토지 불로소득의 규모를 제시하는 데 그쳤다. 이것은 어느 한 해의 지가총액에서 그 전 해의 지가총액을 뺀 값으로 구하는 방식인데, 이러한 잠재적 토지 불로소득은 호주머니에 현금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한계를 지닌다.

그러면 '실현된' 토지 불로소득 전체를 좀 더 현실에 근접하게 추산할 수는 없을까? 토지매매차익은 양도소득세를 통해서 구할 수도 있지만, 양도소득세 통계를 활용하는 것은 토지 매매차익을 과소 추정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양도소득세 통계에는 비과세 대상이 빠져있을 뿐만 아니라, 법인이 누린 양도차익은 양도세가 아니라 법인세에 들어 있는데 아쉽게도 구분해서 통계를 생산하고 있지 않다. 이런 까닭에 토지 불로소득 전체를 구하기 위해서는 취득세 통계를 통하여 주택, 토지, 일반건축물로 구분되는 각 유형의 평균보유기간을 구해서 추산할 수밖에 없다.

취득세는 2007년부터 실거래가로 부가되었는데, 보다 엄밀한 토지 불로소득의 규모를 구하기 위해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의 실현된 토지 불로소득을 추산해보면 다음과 같다.

<표1> 토지 불로소득 규모(207-2015) 주1 : 토지 불로소득 = 매매차익 + 순임대소득* * 순임대소득 = 토지의 현 임대가치 - 토지 매입가액의 이자 주2 : 모든 수치는 <지방세정연감>의 취득세 자료와 한국은행(ecos.bok.or.kr)이 생산한 국민계정 자료를 통해 계산해서 구했음. ⓒ 남기업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9년 동안 실현된 토지 불로소득은 연평균 GDP의 24.5%나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1980년대와 비슷한 규모의 토지 불로소득이 지금도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적폐청산과 토지 불로소득 환수

그러면 매년 최소 300조 원 이상 되는 토지 불로소득은 누구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것일까? 각종 토지소유 통계는 토지를 과다하게 소유한 소수의 개인이나 법인이 차지했다는 것을 추측하게 해준다.

먼저 개인의 토지소유불평등을 살펴보자. 대한민국에는 무주택가구가 44.0%(2015년 현재)에 이르고 인구의 1%가 개인토지의 55.2%를 인구의 10%가 97.6%를 소유하고 있으며, 토지를 한 평도 소유하지 못한 세대가 40.1%(2012년 현재)나 된다.

그리고 2014년 현재 부동산소유자 상위 10%는 하위 10%에 비해 가액기준으로 127.36배나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불평등이 극심하다(김영주 의원실 2016년 8월 31일 보도자료).

이렇게 되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주택에서만 발생한 연평균 189.3조 원의 토지 불로소득은 인구 절반에 가까운 44%의 무주택세대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된다. 그 뿐만 아니라 무(無)토지소유자들은 토지 불로소득을 전혀 누리지 못한다. 토지소유통계로만 보면 상위 1% 혹은 10%가 토지 불로소득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법인의 토지소유불평등은 개인보다 훨씬 심하다. 2014년 현재 상위 1%의 법인이 전체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의 76.2%(가액기준)를, 상위 10대 기업이 무려 35.3%를 소유하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소유의 편중도가 계속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8~2014년 6년 사이에 상위 1%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은 546조 원에서 966조 원으로 77% 증가했고, 상위 10개 기업의 보유 부동산 가격은 180조 원에서 448조 원으로 무려 147%나 폭증했다(김영주 의원실 2016년 8월 31일 보도자료).

그런데 법인소유부동산에서 발생한 토지 불로소득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117.8조 원이나 된다. 이것을 통해서 우리는 매년 100조 원 이상의 토지 불로소득은 상위 1% 기업이 차지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이런 정황은 가계의 소득불평등 기여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와 관련된 연구(남기업ㆍ이진수 2017)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5년 동안 토지 불로소득은 가계의 소득불평등에 29.7~42,8% 영향을 미쳤고, 같은 기간 근로소득은 가구 소득불평등에 38.6~50.6% 기여한 것으로 나온다(<표 2>와 <그림 1> 참조).

<표2> 가계의 소득불평등 기여도 자료 : 남기업남기업ㆍ이진수. 2017. "부동산소득은 소득불평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 부동산소득 추산과 Gini분해를 통한 소득불평등 영향 분석." <토지+자유 연구> 제16호 ⓒ 남기업


<그림1> 가계의 소득원천별 불평등 기여도 변화(2008-2015) ⓒ 남기업


결론적으로 말해서 토지 불로소득이 소득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고, 가계만 따로 떼어서 보아도 근로소득에 버금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소득 전체가 불로소득이라는 점이다.

근로소득에 의한 불평등은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다. 물론 근로소득 내에도 각종 특권이익이 포함되어 있고 그것도 소득불평등에 영향을 주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틀림없는 노력소득이다. 다시 말해서 사회적 부를 증가시킨 기여에 대한 대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토지 불로소득에 의한 불평등은 그 자체가 정의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비효율을 초래한다.

'적폐청산',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이다. 누적된 폐단을 청산하지 않으면 헬 조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적폐청산은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적폐세력이 누리는 '부당이득'을 차단하는 일이다.

대개의 경우 적폐세력은 불로소득을 먹고사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토지 불로소득이다. 다시 말해서 토지 불로소득이 적폐세력의 중요한 물적 토대인 것이다. 적폐청산을 제대로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토지 불로소득 환수를 구체적인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

참고문헌
김윤상. 2017. <이상사회를 찾아서>. 경북대학교출판부.
남기업ㆍ이진수. 2017. "부동산소득은 소득불평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 부동산소득 추산과 Gini분해를 통한 소득불평등 영향 분석." <토지+자유 연구> 제16호
김영주 의원실. 2016년 8월 31일 보도자료. "1% 기업 부동산 보유액 966조원, 상위 10개 기업 부동산 보유액 6년새 147% 폭증."
이정우. 1991. "韓國의 富, 資本利得과 所得不平等" <경제논집>. Vol.30 No.3.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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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는 토지공개념과 기본소득, 그리고 통일을 염두에 둔 대안 국가모델에 관심을 갖고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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