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

이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전자레인지 우체통

13가구 중 6가구가 귀촌한 섬 평도... "교통시스템 개선해달라" 요구

등록 2017.04.20 10:33수정 2017.04.2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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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촬영한 평도 모습. 선착장 왼쪽에는 내연발전소가 있어 주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마을 뒤 평평한 풀밭에는 염소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여수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살기 좋은 곳인지 외지에 살던 사람들이 귀촌하고 있다. ⓒ 이재언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씨와 함께 평도를 방문했다. 여수항에서 남서쪽으로 83.7㎞ 떨어진 평도는 북위 34°14′ ,동경 127°27′, 면적 0.41㎢, 해안선 길이 5.5km인 조그만 섬이다.

평도는 손죽도 남동쪽 6km 떨어진 곳에 있는 마을로 본래 이름은 석란이 많아 '석란도'라 하였으나, 섬의 생김새가 평평하다 하여 '평도'라 부른다. 부근에 소평도, 소거문도, 거문도, 동도, 초도 등이 있다.

<두산백과> 사전에 의하면 원래 전라좌수영에 딸린 섬으로 1895년 돌산군 삼산면, 1914년 여수군, 1949년 여천군에 편입되었고 1998년 4월 여천군이 여수시에 통합되면서 여수시 삼산면으로 편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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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가운데에는 당산나무가 있어 당산제를 지낸다고 한다. 대부분 섬에 있는 당집은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게 보통이지만 평도 당산나무는 정겨웠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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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독특한 우체통이 있다. 쓰다버린 전자레인지를 동네 중앙에 두고 우체부가 배달한 편지를 주민들이 오가며 자신의 편지를 찾아간다. 문을 닫으면 비가 와도 끄덕없다고 한다 ⓒ 오문수


현재 13가구에 28명의 주민이 살고 있지만 많을 적에는 45가구에 200여명의 주민이 살았었다. 섬은 남쪽 해안과 북쪽 해안이 둥글고 완만하며 양쪽 허리 부분에 만입부(灣入部)가 있다.

중앙부에 취락이 발달하였고 최고점 137m의 봉우리를 중심으로 구릉지가 있다. 주민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며 특산물로는 홍합이 많이 난다. 해마다 음력 11월 3일과 12월 30일 농사와 해조류의 풍작을 기원하는 용왕제를 지냈으며, 마을 동편에서 약수가 나오는데 그 물로 목욕을 하면 피부병과 종기가 낫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13가구 중 6가구가 외지에서 귀촌한 섬

이름이 평도여서일까? 선착장에 배를 대고 마을로 올라가는데 마을 모습이 여느 섬과 다르다. 평평한 땅에 돌담으로 싸인 집들이 반듯하고 골목길도 가파르지 않은 모습이 육지의 농촌마을 모습이다.   

길가 폐가에 자라는 산죽을 자르는 주민을 만나 "동네분입니까?"라고 묻자, "보면 모르냐!"라는 다소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내 소개를 하며 구경왔다고 하자 살고 있는 집을 가리키며 자신을 소개했다.

"서울 살다가 1992년도에 귀촌했으니까 한 20년 됐죠.  사람이 없어서 왔는데 오히려 사람이 늘었어요. 귀촌 당시에는 25명이었는데 지금 28명이나 되니까요. 삼년 사이에 다섯 집이 귀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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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뒷쪽 낚시터로 가는 길 좌우에는 풀이 잔뜩 우거져 있다. 주민이 많을 때는 이곳에 농사를 지었는데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묵혔다고 한다 ⓒ 오문수


인사를 마치고 조금 더 올라가니 훨씬 더 젊어 보이는 분들이 나타났다. 섬마을에 가서 주민을 만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날씨 좋은 날이면 대부분 바다에 나가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오셨으니 차 한 잔 하자"는 주민을 뒤따라가니 정원을 도시 못지않게 예쁘게 단장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가니 집안 편의시설도 도시형 주택에 손색이 없다. 외지에서 귀촌한 부부(남편 김백만, 부인 석윤지)는 작년에 평도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우리 부부는 낚시를 좋아합니다. 5~6년 동안 낚시 다니다가 평도가 좋아서 작년에 정착했죠. 실은 손죽도에 땅을 사려다 사람이 너무 많아 평도로 들어왔어요. 평도는 우선 조용할 뿐만 아니라 인심도 좋고 물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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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평도에 정착한 김백만 석윤지 부부가 정원과 텃밭을 만들다 우리를 따뜻하게 환영해주고 맛있는 점심까지 제공해 줬다. 대지 3백평에 건평 28평으로 도시주택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 오문수


김백만(56)씨 집은 대지 3백평에 건평 28평으로 작년에 완공했다. 5년 전에 땅을 사 평탄작업을 했고 지금은 정원을 조성 중이며 한편에는 가용으로 쓸 텃밭도 만들고 있다. 

나이든 남자들이 섬이나 시골에 귀촌하려고 할 때 거쳐야할 첫 번째 관문이 부인의 반대다. 하여 석윤지씨에게 "귀촌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바로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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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때 배웠던 북과 장구솜씨를 보여주는 김백만 석윤지 부부 ⓒ 오문수


"섬으로 들어간다고 하니까 아는 언니들이 '너 미쳤냐?'고 했어요. 저는 기관지가 안 좋아 도시에 나가면 가래가 끼어요. 도시에 나가 일주일만 있으면 평도로 돌아오고 싶어요. 장성한 두 아들도 섬에 들어가는 걸 반대하지 않았어요."

부부가 이곳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평도에 고기가 많기 때문이다. 평도 앞바다에는 돔, 감숭어, 볼락, 참돔, 능성어, 고등어, 아지가 잡히고 밭농사로는 마늘, 감자, 콩, 고구마를  재배한다. 부인 석윤지씨에게 "낚시의 매력을 얘기해 달라"고 하자 신이 나서 이야기 한다.

"낚시의 매력은 잡생각이 안 나는 겁니다. 바다에 던져놓은 찌만 쳐다보다가 고기가 잡히면 손 끝에 오는 손맛이죠. 밤에는 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바닷가 조약돌이 별빛에 반짝이는 게 예뻐요."

차와 맛있는 점심까지 대접받은 후 골목길로 나서다 갯바위에서 채취한 돌김을 말리는 길호철(77) 할아버지를 만났다. 초도에서 태어나 처가인 평도로 왔다는 할아버지가 젊은 사람들이 섬에 귀촌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이 모두 도시로 나가고 하나도 없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와 무거운 것도 들어주고 그래서 좋아요. 동네에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니까 활력이 있어 좋아요."

교통시스템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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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 연구원이 운전하고 나는 뱃머리에 앉아 다음 행선지까지 가는 동안 가끔 심한 파도가 몰아쳐 물벼락을 맞기도 한다. 섬이 고향이 아닌 나는 때론 겁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 오문수


동네주민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것은 교통 문제다. 여객선인 '섬사랑'호를 타고 인근 섬을 거쳐 여수에 도착하면 12시 40분이다. 여수에서 평도행 배는 1시 40분이니 한 시간만에 일을 마치고 평도로 돌아온다는 건 불가능하다. 때문에 평도 사람들이 여수에 가면 반드시 1박을 해야 한다.

"교통만 편리해지면 농수산물에 대한 판로도 확보돼 살기 좋은 섬이니 교통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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