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12, 13, 14, 15번', 그들은 왜 3억 내고 대선 나왔을까?

'이름도 얼굴도 낯선' 군소후보 5인, 면면 살펴보니...

등록 2017.04.20 21:00수정 2017.04.2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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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9일 열리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군소후보들의 선거 포스터. 기호13번 김정선(한반도미래연합) 후보의 경우, 20일 현재 공식 포스터가 공개되지 않은 관계로 당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책자형 선거공보'로 갈음했다. ⓒ 오영국, 이경희, 김정선, 윤홍식, 김민찬


"지금 언론에서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만 대선 후보인 것처럼 띄워주고 있잖습니까? 저도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습니다." (한국국민당 이경희 후보)

때 이른 대통령 선거에 무려 1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텔레비전 토론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5명의 주요 후보들만 있지 않다.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자신의 비전을 알리기 위해 나선 인사들도 있다.

일반인들에겐 낯설다. 아마 다음 5인은 성도 이름도 모르는 이들이 많을 게다. 오영국(59·경제애국당), 이경희(43·한국국민당), 김정선(58·한반도미래연합), 윤홍식(43·홍익당), 김민찬(59·무소속) 후보다.

[기호 12번] 국회 앞 '민족통일대통령리빙텔' 지은 이경희

한국국민당 이경희 후보는 2002년 만 28세의 나이로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낸 바 있는 청년정치인이다. 1993년 경희대 법학과에 입학한 뒤 네 차례나 총학생회에 출마했다. 기존 질서의 붕괴를 외치는 강성 민족해방(NL)계열의 운동권에 신물이 났다. '비운동권'을 표방하며 도전장을 던졌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전패(全敗)'였다.

그는 대학교 3학년 무렵부터 공인중개사 사무소 아르바이트를 했다. 바닥에서 분투하며 착착 밑천을 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민족통일부동산'이라는 이름의 부동산 임대업소를 차렸다.

장사 수완이 좋은 덕에 자금이 불어났다.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2002년), 이문동 한국외대 인근(2004년)에 오피스텔을 지었다. 거기에 '민족통일대통령리빙텔'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공동대표로 있는 소속 정당의 당사는 여의도 리빙텔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다.


"다른 정당은 건물 4~5층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당은 1층에 있어요. 접근성이 좋습니다. 공간도 넓어요."

이경희 후보는 유독 '민족통일'을 강조한다. 포스터에서도 '통일이 답이다!' 슬로건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는 대통령이 돼 통일을 이루겠다는 꿈을 열일곱 살 때부터 품었다. 헌법 4조에서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 수립"의 의무를 규정해놓은 만큼 이를 준엄한 명령이자 국민적 의무로 본 것이다.

"중학교 윤리 교과서에 '통일' 대목이 나오잖아요. 수업을 듣다가 분단에 따른 국가의 이권 손해, 민족의 기회비용을 알게 됐고요. 그래서 통일을 반드시 이뤄야겠다는 꿈을 갖게 됐습니다. 대학을 나온 뒤, 한국외대에서 '통일헌법' 전공으로 석박사를 마무리했거든요. 우리가 통일이 됐을 때,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 헌법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미리 준비하자는 것이죠."

그가 내놓은 담론의 다른 날개는 '40대 기수론'이다. 이 후보는 "40대인 대통령이 있으면 역동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며 "정치에 때 묻지 않은 젊은 인재들, 조직이나 연줄이 없어 정치를 못하는 우수한 인재들을 모아, 2020년 총선을 통해 많이 등용되면, 국회의 판갈이를 할 수 있다"고 정치세력의 전면 교체를 주장했다. ▲ 청년청 설치 ▲ 청년복지카드 도입 ▲ 군복무 기간 16개월로 단축 등이 주된 공약이다.

특히 이 후보는 야당도 박근혜 정부 실정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강조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전혀 구현하지 못한 야당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 해서 국정과제를 잘 수행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며 "문재인이나 안철수 후보나 박근혜 탄핵에 따른 반사이익을 본 것에 불과하고, 어쩔 수 없이 국민들의 마음이 야당으로 흐른 것 뿐"이라며 기성정치권의 '적폐 청산' 의지를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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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 선거 군소후보 주요 공약 ⓒ 박동우


[기호 14번] 철학자 출신 윤홍식 "태극기 집회 어르신도 '양심'에 끌렸다"

철학자가 대선에 출마한 경우도 있다. 홍익당 윤홍식 후보는 '홍익인간' 이념을 새로운 사회의 아젠다로 주창한다. 내가 받고자 하는 것을 남에게 베풀자는 정신을 사회 제반 분야를 넘어 정치의 현장에도 적용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고교 시절 소설 <단(丹)>에 푹 빠졌다. 명상, 단전호흡의 붐을 일으킨 소설이었다. 대학생이 되자마자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 봉우(鳳宇) 권태훈옹(1900~1994)이 살던 집을 찾아갔다. 대종교의 으뜸가는 어른인 '총전교'였던 권태훈옹에게서 홍익인간 이념을 배웠다.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한동안 감정평가사 시험 공부에 전념했다. 고시 문제집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철학 사상엔 눈길이 갔다. 딴짓에 빠졌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동·서양의 모든 철학 서적을 섭렵했다고 한다.

2004년 인문학 교육공간 '홍익학당'을 설립한 뒤 기독교의 '황금률', 유교의 '인', 불교의 '자비' 사상에 깃든 고갱이는 '양심'이라는 점을 누누이 역설했다. 이듬해 출판사 '봉황동래'를 설립해 지금까지 16권의 책을 남겼다. 유튜브에 게시한 강의 동영상만도 2천여 건에 육박한다.

윤홍식 후보가 정치판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난 직후였다. 집회의 불꽃이 점화된 지난해 11월, 곧장 창당발기인 서명 작업에 돌입했다.

"당시 지식인들이 하나같이 '새로운 혁명의 시대'라 했지만, 알맹이가 없더라. 민주주의를 향한 주권자의 보편적 의지는 양심이다. 촛불혁명은 '양심혁명'이 돼야 한다."

다섯 개 시·도에서 1천 명씩 5천 명의 창당발기인을 모아야 했다. 학당 회원들이 나섰다. 전국 각지로 흩어져 거리를 돌아다녔다. 서울 시내에선 을지로, 명동, 종묘 일대를 공략했다. 어르신들은 기꺼이 서명에 동참했다. 진보, 보수 성향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어르신도 서명했다. 그들은 '홍익'이나 '양심'이라는 단어를 듣자 호의를 표시했다.

그는 "진보도 문제가 되고 보수도 문제가 될 때는 양심을 어겼을 때 문제가 되기에 그런 것"이라며 "이제는 '양심적 진보', '양심적 보수'가 나와서 서로의 문제가 지닌 본질을 찾고 '이렇게 살자'는 큰 틀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이념의 틀을 깰 것을 촉구했다.

홍익당은 ▲ 독립운동가, 순직자, 의인 등 후손에 최대한 지원 ▲ 원스톱 민원 해결 '양심콜센터' 설치 ▲ '양심코리아' 국가브랜드 확립 등을 약속으로 내놨다. 특히 전국 유·초·중·고에 '양심노트'를 보급하겠다는 파격 공약을 제시했다.

'양심노트'는 윤 후보의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내가 한 행동이 양심에 따른 것인지, 욕심에 따른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끔 체크 리스트를 짰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실험해본 결과,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 옆자리에서 함께하는 학생이 관찰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인성교육의 본질은 그 사람의 양심을 자극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인성교육은 '노예도덕'을 가르치고 있어요. 주입식으로 특정 이념을 주입하고 있습니다. 시키는 것만 하면 되는 거니까, 양심 감각을 마비시키는 것이죠."

윤 후보의 공약은 단출하다. 거창한 공약보다는 리더십의 바탕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약 차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공약보다는, 그 공약을 집행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해요. 리더십 없는 리더가 작은 조직이라도 끌고 갈 수 있을까요? 리더는 그 조직의 그릇이고 문화입니다. 그 리더가 건전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국민의 만족을 위해 실제로 어떤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검증해야죠."

[기호 15번] 김민찬 "DMZ에 세계문화예술도시 건설"

'백화점식 공약'보다 몇 개의 핵심 공약으로 승부하는 건 무소속 김민찬 후보도 매한가지다. 중앙선관위 선거정보포털 홈페이지에 공약계획서를 올리지 않은 유일한 후보다. ▲ 비무장지대(DMZ)에 '세계문화예술도시' 건설 ▲ 국가진단위원회 설치 등을 개인 홈페이지에 공약으로 내건 게 전부다.

이번에 출마한 김민찬 후보는 원광디지털대 자연건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템플턴대 상담심리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삶의 전환점은 우연찮은 계기에서 비롯됐다.

경남 삼천포로 회사 워크숍을 갔을 때다. 도공들을 만났다. 가마의 짜임새가 허술했다. 어렵게 지내는 사람들이었다. 힘들게 살면서 전통 예술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처음엔 몇 명을 후원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회사를 그만뒀다. 2004년 비영리단체 '대한신문화예술교류회'를 꾸렸다. 사단법인 '대한민국명인회'의 전신으로, 문화예술인을 '장인'으로 떠받드는 단체였다.

"이분들이 연세도 있으신데, 전통이 이어지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때 조직을 해서 전국에 숨은 장인들을 찾아다녔죠. 첫 해에 7명 찾았어요. 10년이 지나니까 330명 정도까지 늘었네요."

공예·국악 등 각 분야의 장인을 가려냈다. '대한민국명인'으로 추대했다. 매년 이들과 함께 '대한민국명인전'을 열어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힘썼다. 문화예술계에서 활약하는 장인들을 발굴하는 일은 해외로 뻗어 나갔다. '세계명인회'를 조직하는 한편, 2012년 국내외에서 발굴한 장인들을 한데 모아 관리하는 단체를 만들었다. '월드마스터위원회'라고 이름 지었다.

70여 개 국가의 주한대사관에 자국 문화예술인 중 장인으로 꼽힐 만한 이들을 추천해달라 요청했다고 한다. 그 결과 280여 명의 해외 문화예술계 장인을 발굴했다. 해외 장인들을 국내로 초청해 2010년과 2012년 '월드마스터 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특히 2014년부터 매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주한외국대사관의 날'을 개최했다. 세계 각국의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장이 됐다. 김 후보가 '민간외교의 성과'로 자랑하는 대목이다.

김 후보는 몇 안 되는 공약 가운데 비무장지대에 '세계문화예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일성을 부르짖었다. 문화예술 분야를 둘러싼 지대한 관심이 투영된 산물이다. 각국의 문화예술촌을 들여와 한 도시 안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장을 여는 한편, 남과 북의 공생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정책을 사과나무에 비유했다. "오염된 땅에다 사과나무를 심으면 튼실한 과일이 나오겠나. 오염된 땅을 다 갈아엎어서 깨끗하게 만든 다음에 사과나무를 심어야 제대로 된 과일이 자란다"며 정책을 만드는 시스템의 '진단'에 주목했다.

적폐 청산의 해법으로 내놓은 '국가진단위원회 설치' 공약은 부처 및 공공기관 내부에서 이뤄지는 상시 감사 체계를 강화하자는 구상이다. "구조적인 잘못을 다 찾아내야 헛되이 쓰는 예산을 파악해서 복지 부문으로 돌릴 수 있죠. 국장급을 중심으로 각 부서에서 근무한 이들을 대상으로 자체 진단 과정을 통해 조직을 정화할 수 있게끔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호 7번] "800만 지지자 있다"는 오영국, 자기 사업 홍보에 치중하는 듯

경제애국당 오영국 후보는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공약을 선보였다. 오영국 후보는 ▲ 세계 1위 경제대국 건설 ▲ 2~3년내 1300만 개 일자리 창출 ▲ 강력범죄 제외한 모든 징역형 사면 ▲ 신용불량자 700만 명 이상 전원 신용 회복 ▲ 세계전자은행 설립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19대 대통령 후보'라 검색하면 포털 사이트 검색창 맨 위에 내 이름이 뜬다"며 아리송한 말을 늘어놓았다. 또한 오 후보는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800만 명 넘는 엄청난 지지세력이 전국에 깔려 있다"며 "미국 맥(General MacArthur)재단의 재정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고, 나는 거기서 부회장을 맡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기업 300개사가 합쳐진 단체가 '국제금융기구'인데, 여기서 공약의 재원을 조달하겠다" 등 믿기 어려운 주장을 잔뜩 폈다.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그의 직업은 '하하그룹 회장'이다. 하하그룹은 의료용 대장 세정기를 판매하는 업체다. 샤워기 호스에 끼우면 강한 수압의 물을 내뿜는데 이를 통해 변비를 해소하고 숙변을 제거할 수 있단다. 오 후보는 "우리 회사는 세계 최초로 수명 연장하는 제품을 개발한 회사"라며 "18년 동안 연구·개발해서 지난해 10월 14일에서야 마무리를 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유독 자사를 떠올리게끔 하는 공약이 많이 눈에 띈다. 하하그룹의 먹거리 원천은 대리점 사업이다. 그는 유통청을 설치하고, 방문판매 관련법을 폐지하겠다 약속했다.

특히 '1300만개 일자리 창출' 가운데 33%에 달하는 430만 개 일자리를 하하그룹에서 만들겠다 공언했다. 오 후보는 "대리점이나 지점 등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추산한 것"이라며 "일자리의 수가 더 많이 나오지만, 과장했다는 이야기가 나올까봐 일단 최소치로 잡았다"고 해명했다.

[기호 13번] 박근혜 명예회복·상고사 재정립 외치는 후보도 있어

한반도미래연합 김정선 후보는 줄곧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외쳤다. 박근혜씨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뒤에도 이러한 주장은 계속됐다. 지난 3월 12일에도 SNS에 글을 올려 "박근혜 대통령은 99일 이내에 명예회복하여 세계 여성 인권의 세계 지도자로 우뚝 솟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 김영란법 폐지 ▲ 기초의원 폐지 및 광역단체장 정당추천제 폐지▲ 사이버특수군 병력 10만 양병 ▲ 세계재활은행(WRB) 설립 ▲ 상고인류역사 재정립 등이 그의 주요 공약이다. 기자는 김 후보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2017대선 #대통령선거 #군소후보 #무소속 #대통령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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