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의 빛과 그림자

등록 2017.04.21 09:49수정 2017.04.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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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평가제 장점] 학생 참여형 수업 더욱더 활성화될 것

4차 산업혁명시대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내신 평가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1점 차에 의해 등급이 갈리는 지금까지의 상대평가 방식에서는 학생들이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발산적인 공부를 도저히 할 수 없다.

학생들에게 일정부분 평가로부터의 자유로움을 주어 자기 스스로 찾아서 공부를 하게 해야 한다. 지금은 각 고등학교별로 중간고사 기간이다. 이때쯤이면 아이들은 거의 초주검이 된다. 왜냐하면 한 달 전부터 중간고사 준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시험 스트레스 기간인 것이다.

시험공부도 공부지만 어차피 1등급은 4%밖에 나오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험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앞으로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 이러한 강박 구조에 약간의 숨통이 트일 것이다. 평가의 척도를 <매우 우수 – 우수 – 보통 – 미흡 – 매우 미흡>의 다섯 단계로 하는 것이 성취평가제이다. 같이 열심히 노력하면 함께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이른바 절대평가 시스템인 것이다.

성취 수준만 정해 놓고 이를 달성하면 모두 A등급을 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 고등학교에 도입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수업의 변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수업의 변화는 평가의 자유로움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수업은 변화하는데 평가는 예전 방식으로 한다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 학생 참여형 수업이 더욱더 활성화될 것이다. 기존의 상대평가에서는 수업과 평가가 따로국밥 식이 될 소지가 많았었다. 학생 참여형 수업을 한다손 치더라도 어차피 평가에 가서는 서로 경쟁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자유로움이 생겨난다. 기존의 상대평가에서는 많은 인원이 수강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들어야 상대적으로 1등급을 맞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이나 진로와는 무관한 과목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정해서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소수가 듣는 과목일지라도 예전에는 폐기되었겠지만 성취평가제 하에서는 살아날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고등학교 1학년은 공통과정이지만 2학년부터는 선택과정이기 때문에 자신이 필요로 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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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영역별 공통과목, 선택과목 ⓒ 김재훈


이러한 교육과정 개정 취지에 맞는 평가 체제가 성취평가제인 것이다.

성취평가제 도입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가장 문제시하는 것은 대입에서 내신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우선 당장 학교현장에서 성적 부풀리기가 나타날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에서부터 대학입시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학생부 전형에서 내신의 무력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는 교과 내신의 등급만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대학에서는 고등학교 내신이 성취평가제로 바뀌면 이를 보완할 평가 방안을 개발하거나 고등학교에서도 보완적인 평가 요소를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보완해야 할 평가요소나 성취평가제를 위한 대비책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았다.

 ① 프랑스 바칼로레아 같은 졸업시험을 실시하여 그 성적을 제시함
 ② 소논문과 같은 학생 연구물
 ③ 고교 – 대학 연계과목 개발 및 수강 실적
 ④ 내신의 무력화로 인한 학생부 교과전형 소멸에 따른 보완책 필요
 ⑤ 일반고의 경쟁력 약화 대처 방안 강구
 ⑥ 성취평가제 도입에 따른 교원 심화 연수 필요
 ⑦ 고등학교 선택과목의 질이 고급화될 것임
 ⑧ 소인수가 듣는 과목 개설을 위한 기간제 교사 대거 투입
 ⑨ 성적 부풀리기 방지를 위한 원점수 평균과 표준편차 기재
 ⑩ 학년별 평가에서 교사별 평가로의 완전 전환 기회

여기까지 내용은 성취평가제 도입에 따른 좋은 점을 기술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제도에는 명과 암이 있는 법, 성취평가제 도입에 따른 문제점을 생각해본다.

[성취평가제 단점] 성적 부풀리가 횡행할 것

첫째, 특목고나 자사고가 유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상대평가 체제에서 불리한 학교가 특목고나 자사고였다면 그 반대인 절대평가 체제로 간다면 그 불리함이 상대적으로 상쇄될 것이므로 당연히 성취평가제는 특목고나 자사고에 유리한 제도임에는 분명하다.

물론 일반고가 특목고보다는 교육과정을 더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으므로 일반고도 해볼만하다는 논리도 있지만 그건 일반고가 아주 잘 운영되었을 때이지, 현재와 같은 시스템과 학생들로 구성된 상태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학생들의 선택과목이 다양하게 늘어나면 이를 가르칠 교사가 있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기간제 교사를 투입하는 것도 어느 한도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교사 수급에 따라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말로는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에 따른 다양한 교과를 선택하는 윈윈을 이야기 하지만 학교 현장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학생선택의 폭이 교사 수급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가능한 제한된 선택일 수 밖에 없다.

셋째, 성적 부풀리기가 횡행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5.31 교육개혁 이후 도입된 종합생활기록부(종생부)에서도 절대평가를 도입했었는데 그 당시 수많은 학교에서 성적 부풀리기가 만연하였다.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면 시험문제를 쉽게 낼 것인가를 고민하였고, 그것을 제자 사랑이라고 여겼다.

대학은 고등학교 내신을 믿을 수 없다고 아우성을 쳤고, 그래서 자기들이 스스로 시험을 쳐서 선발하겠다는 본고사 부활을 외쳤다. 지금은 학생부 종합 전형이 서서히 정착되어가는 시점이라 그 당시와는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성취평가제도가 도입되면 학교현장의 성적 부풀리기는 봇물처럼 터질게 자명하다.

시험 문제를 어렵게 내는 선생님은 비난의 화살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선생님들도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대처할 것이다. 그리고 성적 부풀리기를 방지하기 위하여 원점수 평균과 표준편차를 학생부에 기재한다고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선생님들이 시험문제를 쉽게 출제하는 걸 포기하진 않는다.

넷째, 학생들은 대입에서 약화된 내신을 만회하기 위한 스펙 쌓기에 올인할 것이다. 이는 결국 학생들이 교과목 공부는 게을리하고 다른 활동에만 매달리는 본말전도의 공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정작 교육 당국에서는 빅 아이디어니 어쩌고 하면서 야심 차게 교과서를 개발하고 개정 교육과정을 도입했지만 학생들로부터 완전히 외면당하는 꼴이 될 것이다. 이럴 바에야 그냥 상대평가를 해서 학생들이 교과 공부라도 제대로 하게 만드는 게 차라리 낫다.

다섯째, 성취평가제는 현장 교사들에게 엄청난 업무 부담과 피로를 가져다줄 것이다. 수업을 혁신적으로 바꾸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에 따른 평가 기준의 설정과 평가업무뿐만 아니라 상대평가 시절과는 사뭇 다른 학생과 학부모들의 민원에 시달릴 소지도 있다.

학생들의 진로와 창의력 계발을 위한 성취평가제라면 업무 부담과 피로쯤이야 견뎌낼 수 있지만, 진로나 창의성 계발이 빛 좋은 개살구라면 현장의 교사들의 아우성은 더 커질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고등학교에 도입할 예정인 성취평가제의 빛과 그림자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문제는 성취평가제 도입의 그림자에 해당하는 부분을 어떻게 잘 해결하여 빛이 나는 제도로 안착시키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대한민국 교육이 미래로 가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시간이다.
첨부파일 20170420_134549.jpg
#성취평가제 #2015개정 교육과정 #고교 내신 #대학입시 #성적부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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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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