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난무하는 고소장, 몇 명이나 감옥갈까

또 다시 시작된 상호 고소·고발전, 과거 대선 사례 돌아보니...

등록 2017.04.23 11:13수정 2017.04.2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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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조기대선이 다가올수록 후보 간의 네거티브 공방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일단 폭로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난타전이 가열되면서 서로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선거운동 이틀째인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대선후보 아들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박지원 대표, 김유정·양순필 등의 대변인단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혐의 고발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대선운동 기간 후보 간의 '고소·고발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선 때마다 여야 후보는 상대 후보 검증을 명분으로 네거티브 싸움을 벌였고, 이내 고소·고발로 이어지곤 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대부분 '없던 일'로 끝났다. 승자가 먼저 취하하면, 패자도 마지못해 물러서는 식이었다. 다만, 2012년 대선은 양상이 다른 편이었다.

사법적 처벌보다는 상대방의 '거친 입'을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취지가 강한 대선기간의 고소·고발전 양태를 <오마이뉴스>가 돌아봤다.

[2002년 대선] 이회창 아들 병역비리 의혹으로 고소·고발했다가 서로 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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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3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바른정당 대선후보 유승민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 ⓒ 이희훈


2002년 대선 당시에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대통령 후보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야의 고소·고발이 끊이질 않았다. 당시 민주당은 이 후보의 '20만 달러 수수 의혹'과 아들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 등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신기남·설훈 의원 등을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그러자 민주당도 관련 의혹과 관련해 한나라당의 정형근·고흥길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으로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승자'로서 상생의 제스처를 취했다. 한나라당을 상대로 고소·고발한 16건 중 15건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상대로 고소·고발한 22건 중 19건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측근 윤여준 전 장관을 상대로 20만 달러 수수 의혹을 제기한 설훈 민주당 의원의 경우 허위사실 폭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2월 사면됐다.

[2007년 대선] 'BBK 사건'으로 고소·고발 쏟아졌지만 대부분 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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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손 꼭 잡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대치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찾아 이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 연합뉴스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둘러싸고 BBK 사건 등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여야의 고소·고발이 쏟아졌다. 당시 정동영 후보의 대통합민주신당(이하 민주신당,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은 이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신당은 이 과정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 등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경준 기획입국설' 등을 제기한 정두언·진수희·차명진 의원 등도 고소·고발했다.

한나라당도 BBK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한 정동영 후보, 박영선·정봉주 의원 등을 명예훼손 및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했다. 공개석상에서 "국민이 노망들었다"는 발언을 한 김근태 당시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도 형사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다음 해 6월 민주신당을 대상으로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고발 20여 건을 일괄 취하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다른 당도 국민과 정치권 화합을 위한 한나라당의 결심을 이해하고 이제는 국민을 위한 정치로 돌아오자"라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에 민주신당의 후신인 통합민주당도 한나라당을 상대로 낸 고소·고발 9건을 모두 취하했다. 대선과정에서 빚어진 싸움이 정치적 해결을 보게 된 것이다. 당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선과정에서 발생한 정치적 공방을 법적으로 끌고 간 것에 유감을 표시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 처분을 풀지 않은 정봉주 전 의원은 BBK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인정돼 2011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 판결 받아 실형을 살았다. 이로 인해 피선거권도 10년간 박탈됐다.

[2012년 대선] 대선 승리에도 화해 손길 내밀지 않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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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초박빙 구도를 펼치면서 양쪽 캠프에서도 네거티브 공세에 따른 여야 간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달랐다. 박근혜 후보 당선으로 그동안의 관례처럼 여야가 화해할 듯했으나,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물러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여야가 서로 의뢰한 대표적인 사건 모두 취하 없이 수사가 진행됐다.

대표적인 사건은 'NLL 논란'이다. 이 사건은 당시 새누리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비공개 대화록을 거론하면서 시작됐다.

민주당은 정문헌·이철우 의원과 박선규 선대위 대변인을 공직선거법상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새누리당은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대선이 끝난 뒤 검찰은 'NLL 논란'으로 고소·고발된 여야 인사들을 무혐의 처분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처음 문제를 꺼내 든 정 의원의 경우 검찰의 판단에 따라 약식기소됐지만 법원의 판단으로 정식재판에 회부됐다. 정 의원은 이후 대화록 유출로 인한 국가 기밀 누설 혐의가 인정돼 2014년 12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선거를 약 일주일 앞두고 터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도 고소·고발전의 불씨를 당겼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 쪽이 국정원 여성 직원을 '감금'했다고 주장하며 당시 강기정·김현·문병호·이종걸 의원 등 민주당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법원은 사건이 일어난 지 3년 반 만인 지난해 7월 전원 무죄로 결론 내렸다.

[2017년 대선] 민주당-국민의당·한국당·바른정당 싸움 본격화,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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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아이를 키우는 것은 국가의 책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보육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실시되는 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고소·고발전이 펼쳐지고 있다.

바른정당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과거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말을 바꿨다는 주장이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공식선거운동 첫날이었던 17일 문 후보를 검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문 후보가 TV토론에서 자신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발언한 내용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도 고소·고발전에 합류했다. 문 후보 쪽은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한 한국당 소속의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을 고발했다.

선거 기간 동안에 상호 고소·고발을 밥 먹듯이 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괄 취하하는 관례가 빈번했지만, '죄질이 나쁜' 일부 인사들의 경우 선거판에서 빚은 설화로 인해 큰 대가를 치러야할 수도 있다.
#문재인 #이회창 #박근혜 #이명박 #네거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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