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드라마' 삼성의 아름다운 우승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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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스포츠()등록 2017.04.21 09:38

드라마같은 봄 농구의, 그 중심엔 주희정과 라틀리프가 있다 ⓒ 삼성썬더스


삼성이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봄 농구를 하고 있다.

19일 고양 체육관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삼성과 오리온의 경기에서 삼성이 오리온을 91-84로 꺾음에 따라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게 되었다. 오리온은 2경기를 먼저 내줬지만 끝까지 따라간 모습을, 삼성은 체력적 한계 속에서도 시리즈를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삼성에겐 너무나도 다사다난한 봄이었다. 5라운드까지 삼성은 1위를 유지하며 정규리그 우승에 다가서는 듯했다. 하지만 6라운드에서 3위로 내려앉으며 4강 PO 직행에 실패했다. 김태술과 크레익의 동반 부진이 뼈아팠다.  그러나 날개가 꺾인 듯 보였던 삼성은 드라마같은 경기들을 거듭하며 결국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우승의 문턱까지 온 것이다.

무엇이 삼성의 플레이오프를 드라마처럼 만들었을까. 삼성의 지난 2주 간의 각본을 살펴보자

S #1 앞 선 부진과 '크레익 딜레마'... 벼랑 끝에 몰렸던 삼성

6강 PO부터 삼성의 봄 농구 여정은 쉽지 않았다.

완승이 점쳐지던 전자랜드와의 6강 PO에서 1차전을 먼저 가져갔지만 2,3차전을 내리 내주며 패색이 짙었다. 전자랜드는 김지완, 차바위, 정효근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한 걸음 더 뛰는 농구로 삼성을 압도했다. 반면 삼성은 앞 선에서 믿고 맡길 선수가 없었다. 불혹의 노장 주희정만이 제 역할을 해줄 뿐이었다.

또 삼성은 '크레익 딜레마'에 빠졌다. 크레익은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뛰어난 농구 센스와 화려한 플레이로 주목받았던 용병. 그러나 후반기부터 무리한 개인플레이로 경기의 흐름을 번번이 내줬다. 2,3쿼터만 뜀에도 팀에서 가장 많은 3.1개(정규리그 평균)의 턴오버를 기록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던 시한폭탄이던 크레익은 플레이오프에서도 말썽이었다. 2차전에서 4개, 3차전에서 5개의 턴오버를 기록했다. 공을 오래 잡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슛 찬스에선 돌파를 택하고, 무리한 상황에선 슛을 선택했다. 이런 크레익의 무리한 플레이는 삼성을 6강 벼랑 끝으로 몰았다.

S #2 삼성의 반격과 '100%'의 확률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삼성의 편을 들어주었다.

전자랜드는 정효근과 박찬희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이미 3차전 내내 압박 수비로 체력을 많이 쓴 전자랜드였다. 전자랜드로선 4차전에서 반드시 끝내야하는 상황. 그러나 라틀리프가 홀로 40득점을 올린 삼성이 4차전을 가져갔다.

이미 지친 전자랜드를 상대로 삼성은 5차전에서 90-73으로 대승을 거두며 4강행 티켓을 따냈다. 4,5차전 삼성은 크레익이 턴오버를 줄여가며 승리 방정식을 만들었다. 크레익의 턴오버 개수는 4,5차전 합쳐서 3개에 불과했다. 삼성은 5차전에선 무려 13개의 3점포를 성공시키며 인사이드와 외곽 모두 우위를 점했다.

삼성은 이 기세를 몰아 4강에서 오리온을 상대로 2승을 선취했다. 라틀리프는 건재했고, 앞 선에선 주희정과 이동엽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 문태영과 임동섭은 필요한 순간마다 3점포를 가동했다.

이러한 삼성의 기선제압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시즌 상대 전적(2승4패)과 체력적 부담으로 인해 전문가들은 오리온이 쉽게 시리즈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농구공은 둥글었다. 6강 막판부터 예열되기 시작한 삼성의 경기력이 불붙은 모습이었다. 반면 오리온은 주득점원 헤인즈가 부진하며 어려운 경기를 자처했다.

역대 4강 PO에서 2승을 먼저 올리고 탈락한 팀은 없었다.

S #3 아쉬웠던 3차전, 지친 삼성 썬더스

그러나 삼성은 100%라는 확률을 확신으로 바꾸어내진 못했다.

3차전 4쿼터 한 때 10점차까지 앞서 예상대로 시리즈를 가져가는 듯했다. 그러나 삼성은 끝내 리드를 지켜내지 못 했다. 그 장면이 이번 시리즈 중 삼성에겐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다.

삼성은 4차전까지 가기엔 너무나 많은 체력을 사용했다. 이틀에 한 번꼴 경기를 2주일 째 치러온 삼성이었다. 거기에 6강에선 전자랜드의 압박 수비로 인해 많은 체력을 소비했다. '금강불괴' 라틀리프를 제외하고는 삼성의 선수들은 모두 지친모습이었다.

결국 이상민 감독의 선택은 다시 라틀리프였다. 공격 상황에서 최대한 라틀리프에게 볼 투입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오리온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라틀리프가 볼을 잡으면 2~3명의 선수가 붙는 트랩 디펜스를 펼치며 공격을 무화시켰다.

이러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선 오픈 상황에서 슈터들의 활약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외곽포는 응답하지 않았다. 쾌조의 슛 감을 보여주던 임동섭과 문태영은 체력 저하로 인해 4차전 내내 침묵했다. 라틀리프가 수비 여럿을 달고도 43득점을 올리며 홀로 분전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을 수 없었다.

S #4 김태술과 문태영의 부활...삼성이 안양으로

5차전 전망도 삼성에겐 밝지 못했다. 오리온은 홈 경기 이점에 선수들의 감각도 물이 오른 상태. 거기에 부상으로 빠진 '숨은 에이스' 김동욱도 복귀했다. 반면 삼성은 고된 일정으로 국내 선수들이 부진한게 뼈아팠다.

그러나 이러한 침묵을 깬 건 문태영과 김태술이었다. 문태영은 스스로 슛 감이 좋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노련하게 다양한 득점 루트를 가져가며 20득점을 올렸다.

김태술의 부활도 삼성에겐 반가운 일이었다. 김태술은 부상 여파로 PO 내내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5차전 승부의 쐐기를 박는 3점 슛을 포함해 12득점 3어시스트를 올리며 부활의 찬가를 불렀다. 크레익도 11득점 8리바운드 8AS의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보이며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삼성 드라마'는 이제 안양에서 마지막 화를 준비 중이다. 선수들의 체력은 모두 한계에 다다랐다. 그러나 드라마가 재미있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명장면들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극적인 전개를 써내려가는 삼성의 결말은 어떻게 나게 될까.

삼성과 KGC의 챔피언 결정전은 4월 22일 2시30분에 안양체육관에서 펼쳐진다
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민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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