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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의 회사생활, 사장님 주머니만 두둑해졌다

마음 편히 퇴사할 수 있는 회사가 있을까?

등록 2017.04.21 17:01수정 2017.04.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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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 pixabay


"부럽다! 축하해요. 미국 가서도 잘 지내요."

남편이 미국 대학원에 붙어 유학행이 결정된 차장님에게 축하가 쏟아졌다. 점심시간에 함께 밥 먹는 회사 사람들의 축하였다. 차장님은 그동안 보았던 것 중에서 가장 밝고 멋진 표정으로 웃었다.

남편의 미국 유학행은 차장님도 바라던 일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하는 동안 몸이 축나 대상포진에 피부발진 등으로 고생해서 한참 병원에 다녔던 터라 차장님의 미국행을 내 일처럼 기뻐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차장님은 무엇보다 회사를 퇴직할 좋은 사유가 생겨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힘들어서 사표를 내고 싶은 날이 많았는데 이제는 당당히 사표를 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인수인계할 거라고 했다.

차장님의 미국행을 축하하면서 한편으로 퇴사에 대해 생각했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고, 힘든 시기도 견디며 다닌 회사인데 왜 퇴사는 쉽지 않은 일인 걸까. 퇴사 사유가 생겨서 마음 편하다는 차장님의 말이 귀에 박혔다.

회사와 직원은 서로 계약으로 묶인 관계이고, 계약 기간 안에 최선을 다해도 퇴직한다는 것은 눈치 보이는 일이다. 내가 가고 남은 일을 다른 사람이 처리해야 하는데 일시적인 업무적 불편함이 문제다. 인수인계를 잘해도 새로운 사람이 일을 처리하는 데는 이전 사람보다 시간이 걸린다. 업무처리에 드는 시간만큼 퇴사한 사람이 욕을 먹게 된다. 불가피한 일이지만 당연한 일임에도 떠난 사람에 대한 아쉬움이 불편함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직장을 한 번 이직한 경험이 있는 내 과거를 떠올려보면 퇴직은 마음 불편한 일이다. 괜히 죄지은 기분이 드는 것이 퇴직이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홀가분한 마음도 들지만 반대로 퇴사에 대한 이야기를 회사에 꺼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이후 인수인계 기간에 눈치를 보며 회사에 다니는 것도 곤욕스럽다.

회사마다 퇴사에 대한 규정이 다르지만, 이전에 다녔던 회사는 내 자리를 대신할 사람이 구해지지 않아, 6개월을 더 다녀야했다. 사장님과 나, 단 둘뿐인 작은 규모의 회사였기에 사람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이 오니 여러모로 비교되는 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토요일에도 나와 근무했는데 대체자는 토요일날 사정상 출근을 못 한다고 하니 바로 주말 출근이 사라졌다. 첫 직장인 사람이 내 4년 차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았다.

6년을 다닌 직장인데 몰랐으면 좋았을 정보만 가득 알고 말았다. 지난 6년 동안 나는 주말에 출근하지 않아도 괜찮았고, 더 많은 금액을 임금으로 요구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퇴사 의사를 밝혔을 때 월 30만 원을 더 주겠다는 사장님의 말에 화가 난 이유이기도 하다.

퇴사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꾹 참고 인수인계하다 마지막 날이 되었다. 6년 동안 다닌 직장의 사장님이자 상사인 그분은 내게 말했다.

"앞으로도 은지 너 같은 사람은 못 만나겠다."

'암요, 못 만나시죠. 급여도 짜고, 월급 인상률도 마음대로였으며, 주말 출근에, 1년을 통틀어 휴가가 딱 2박 3일이었던 이런 회사는 나도 다시는 못 만나겠습니다.'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할 대답이 입 안을 맴돌았다. 화도 나고, 끝이라는 생각에 홀가분하기도 한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회사 사정이 안 좋다는 말을 믿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내가 회사에 다니는 동안 사장님의 집은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바뀌었고, 차가 바뀌었으며, 사채까지 모두 다 갚았다. 사장님이 쓰는 돈에 내 급여로 들어왔어야 할 돈이 없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회사는 직원에게 돈이 없다고 했는데 사장님은 살만해졌다.

전 직장의 여파는 이직할 때도 영향이 있었다. 원체 박봉이었던 지라, 6년이란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졸 신입사원보다 못한 금액을 제시받았다. 계약직으로 들어가든, 정규직으로 들어가든 기준이 모두 예전 직장의 연봉이었다. 차라리 신입으로 들어가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내 연봉은 초라했다.

열심히 일했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인수인계까지 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내게 너무 쉽게 아쉬운 소리를 한다. 좀 더 인수인계를 해주고 가지 일을 다 끝내지 않고 간다고 성화였다. 두 달이나 인수인계를 더 했는데 말이다. 이전 내 전임자는 딱 2주 동안 인수인계해 주고 퇴사했다. 더 오랫동안 인수인계한 내가 왜 아쉬운 소리를 들어야 하나. 퇴사하는 사람은 죄인이 아니다.

알아봤자 기분 나빠지기만 할 일들까지 모두 깨닫고 관둔 나는 마음 편히 퇴사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회사란 곳은 들어오기도 어렵고, 나갈 때도 힘든 곳이다. 지금은 그저 퇴사하는 차장님이 부러울 뿐이다.

서른쯤 되면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차장님이 말했다. 나는 과연 내가 살아온 직장생활 12년을 책임질 수 있을까. 아니, 일하는 동안에는 회사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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