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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옆에 박정희 동상 세우고 일본 용서하자고?

[현장] 일본 용서하자며 박정희·이승만 모형 들고 부산 소녀상 찾아

등록 2017.04.21 17:35수정 2017.04.2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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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용서하고 소녀상을 철거하자고 주장하는 남성들이 21일 오후 부산일본영사관 앞에 나타났다. 이들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을 소녀상 옆에 설치하겠다며 작은 모형도 들고왔지만 야유만 받고 물러나야 했다. ⓒ 정민규


한 정체불명의 단체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21일. 이 단체가 설치를 예고한 오후 3시가 가까워 오면서 취재진 40여 명이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집결했다. TBS 등 일본 언론들도 현장을 찾았다.

경찰도 1개 중대가 기다렸고, 즉시 철거를 하겠다고 공언한 구청 직원들까지 트럭 2대를 동원했다.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 소속 회원들은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소녀상에 대한 위해를 막기 위해 소녀상을 둘러쌌다.

하지만 정작 오후 3시를 약간 넘겨 나타난 건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2명의 남성이었다. 정장 차림의 이 남성들은 자신들을 '진실국민'이라는 단체라고 소개했다. 이들이 엉성하게 포장한 작은 의자를 소녀상 앞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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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용서하고 소녀상을 철거하자고 주장하는 남성들이 21일 오후 부산일본영사관 앞에 나타났다. 이들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을 설치하겠다며 작은 모형도 들고왔지만 야유만 받고 돌아갔다. ⓒ 정민규


그 안에는 30cm 남짓한 크기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작은 모형이 놓여 있었다. 불법 흉상 설치에 대비해 망치와 수레까지 준비한 구청 철거반의 손을 무색하게 만드는 볼품없는 모습이었다.

이 남성들은 손에 '정규재TV', '100만 재일동포는 현재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라 적힌 종이를 들었다. 일본어로 쓴 종이에는 "주예수는 일본은 사랑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친구다'라고 썼다.

시민들 거센 야유 받고 돌아가 "또 오겠다" 말 남겨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길을 가던 시민들까지 합세했다. 이들은 굴하지 않고 기자회견을 하겠다며 준비해온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성명서는 곧바로 흥분한 시민들에게 빼앗겼다. 이들은 굴하지 않았다.

이들이 성경을 인용해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말하자, 듣고 있던 시민행동 소속 박철 목사가 "어디서 제대로 성경을 보지도 않고 와서 성경을 들먹이냐"고 꾸짖기도 했다.

논리적인 대화는 불가능했다. 이들은 소녀상이 불법이라고 계속 주장했다. 그러더니 탄핵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인터뷰해 친박단체의 호응을 받았던 정규재TV를 옹호했다. 그는 "정규재 주필의 말씀대로 대중의 독재가 시작되었다"고 목놓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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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용서하고 소녀상을 철거하자고 주장하는 남성들이 21일 오후 부산일본영사관 앞에 나타났다. 이들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을 설치하겠다며 작은 모형도 들고왔지만 정작 존경한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한동안 바닥에 버려두었다. ⓒ 정민규


또 그러다 갑자기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여 북한 주민을 해방시키자"라고 했고 "자유민주주의 건국 대통령 이승만과 부강한 나라 부국 대통령 박정희의 흉상을 건립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전직 대통령의 흉상을 한동안 발아래에 내팽겨쳐 두었다.

시민들은 "그렇게 떳떳한 일을 한다면서 왜 얼굴을 가리느냐"면서 "자랑스럽게 얼굴을 내보여라"라고 소리쳤지만 마스크 뒤에 감춘 얼굴은 끝까지 드러내지 않았다. 시민들의 반응이 격앙되자 결국 지켜보고 있던 경찰이 나섰다.

경찰은 이들을 시민들로부터 분리하고 지나가던 택시에 태우면서 소동은 20여 분만에 끝이 났다. 이들은 마지못해 떠나는 듯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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