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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이게 미국 학부모들의 민낯이라니

[서평] 줄리 리스콧-헤임스의 <헬리콥터 부모가 자녀를 망친다>

등록 2017.04.25 08:37수정 2017.04.2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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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공부하는 과목의 수준과 관계없이 자녀가 숙제를 할 때 부모들은 돕지 않을 수 없다. 이때 비교적 바람직한 형태로 도와준다면 숙제가 얼마나 되는지를 묻고 또 숙제를 다 끝냈는지 확인한다. 아니면 옆에 앉아서 지켜보거나 숙제를 잘 못해 쩔쩔 대면 생각이 나도록 도와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글쓰기 숙제 같은 경우엔 새로 써 주거나 고쳐 주는 식으로, 또는 자녀 대신에 숙제를 도맡아서 해 주는 식으로 끼어들기도 한다."

줄리 리스콧-헤임스의 <헬리콥터 부모가 자녀를 망친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자녀를 둔 부모의 모습이 아니라, 미국 맨해튼의 부유한 동네에 사는 로라라는 어머니의 모습을 소개한 것입니다. 자기 자녀의 숙제나 글쓰기 문제에 어머니가 끼어들어 고쳐주고 또 써 주는 부분을 지적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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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표지줄리 리스콧-헤임스의 〈헬리콥터 부모가 자녀를 망친다〉 ⓒ 두레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우리나라 아이들과 미국의 아이들은 다른 줄 알았습니다. 미국의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 공부하고, 숙제도 자신이 직접 하거나 다른 학생들과 팀을 이뤄서 하는 줄 알았죠. 그 유명하다는 아이비리그 명문대학에 가는 아이들도 꼭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님을 알게 해 줍니다. 명문대학에 들어가는 아이들조차도 그 부모가 자녀들의 과제물을 대신 해 주는 경우가 많고, 입시경쟁에 나설 때는 물론이요,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그 순간까지도, 부모들이 자녀들 주위를 빙빙 맴돈다고 합니다.

그것이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민낯이 아니라 미국사회의 학부모들이 보여주는 민낯이라고 하니, 가히 놀랄 뿐입니다. 이런 미국 사회를 우리나라가 최고로 꼽고 있다니, 그야말로 한심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소수는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가드너는 CERI 조사를 통해 대학 졸업생 채용 과정에 관여하는 부모의 다양한 행태를 파악하고, 다시 행태별로 그 빈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회사에 관한 정보 수집(40%), 자녀 대신 이력서 제출(31%), 자녀가 어떤 직위에 오르거나 급여가 인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26%), 취업박람회 참석(17%), 자녀를 채용하지 않은 회사에 항의하기(12%), 면접 일정 조정하기(12%), 급여와 부가급부 협의에 나서기(9%), 승진이나 급여 인상 옹호하기(6%), 면접 과정에 참여하기(4%) 등이었다."(121쪽)

한 마디로 초등학교 때는 물론이고 중고등부 시절을 지나 대학생을 거쳐 취업 적령기에 달한 청년기 때까지, 미국 사회의 학부모들은 자녀들 곁을 뱅뱅 돌면서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말이 좋아 '지원'이요 '방향설정'이지만, 그것은 아이들을 '간섭'하고 '제한'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헬리콥터처럼 금방이라도 나타나 아이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지만, 그것은 결국 자녀들의 인생을 망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하죠.

그래서 이 책 7장에서는 "심리적 장애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자녀들을 과잉보호하는 게 결코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위기를 대처한 일이 없기 때문에, 인생에 필요한 지혜는 무엇이고 그에 따른 기술력은 어디서 어떻게 획득하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헬리콥터 부모가 되려고 하는 부모들도 문제지만, 완벽으로 휘몰아가는 무자비한 대학 당국의 압박이 더 큰 문제라고 이야기하죠. 해마다 9월이 되면 '최우수대학 순위'를 발표하는 일에서부터, 대학당국이 학생들의 'SAT'(대학진학적성시험)를 값어치로 환산해 줄 세우기를 하고 있는 모습들이 그렇다는 것이죠.

그러니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중학생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학부모들은 학부모들대로 헬리콥터 부모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그야말로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전혀 다르지 않는 모습입니다.

과연 이것의 해결책이, 어느 대통령 후보의 지적처럼 '학제개편'을 한다고 해서, 진정한 처방전이 될 수 있는 걸까요? 결코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만약 그 처방전이 통했다면 지금쯤 미국사회는 헬리콥터 부모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대학문제로 골머리를 앓지 않을테니 말입니다.

이 책 3부에서 제시하는 '다른 방안', 다시 말해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자녀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하되, 집밖에서 마음 놓고 노는 문화를 만들어 주고, 심지어 학교에서조차 '아이들을 풀어놓도록' 하고, 때로는 아이들 스스로 '몰입하도록' 하고, 기본적인 요리 기술도 익히도록 돕는 것들이 그것이라고 하죠. 그야말로 아이들이 '부모의 완벽주의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학제개편'을 넘어서서 '진로개편'을 위한 유럽식 교육풍토를 조성할 때에만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부할 아이들은 공부하여 대학에 가서 연구하도록 하고, 공부에 취미가 없는 아이들은 자기 진로에 맞게 일찌감치 자신이 좋아하는 기술을 연마하여 취업의 길에 뛰어들도록 하는 것 말이죠. 대신에 '화이트칼라나 '블루칼라'란 말 자체를 없애고, 그 연봉도 차이가 없도록 하고, 그 분야의 '장인'들이 진정으로 대접받는 사회가 되도록 하는 것 말입니다.

그 부분이 이 책 제 17장에서 이야기하는 바와 맞닿아 있습니다. 직접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자녀들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찾게 만든다"는 것이나, "10대 초반과 10대 청소년이 분재가 아니라 야생화라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것, "고약한 일도 벌어지게 내버려 둔다"는 것, "자신의 열정과 목표를 찾아내 그에 알맞은 진로를 설정"토록 하는 것 등이 그런 틀을 새롭게 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를 위해 부모가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해 줍니다. "부모가 자녀의 학교 교육에 대해서 적절한 수준에서만 관여"하고, 자녀를 향해 "갖춘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고 뒷받침하는 부모"가 되고, "자녀 양육의 가치 기준에 부합하는 동아리를 찾아내는 부모"가 되어 주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대학 입시제도가 잘못되고 부모들이 어찌해 볼 수 없는 수많은 사회문화적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부모들은 오늘 밤에는 저녁을, 내일 이른 시간에는 아침 식사를 함께 나눌 자녀들을 거느리고 있고, 사회와 세상은 아이들을 잘 길러 내는 일을 부모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이제 부모들이 자녀 주변을 맴도는 다수의 행태에서 벗어나고, 의존성이 아니라 자립심을 길러 주며, 일러준 대로 하는 행태보다는 타고난 모습 그대로를 뒷받침해 줌으로써 올바른 자녀 양육 활동을 벌이는 나에게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 함께 힘을 합치면 자녀 양육의 추를 반대 방향, 즉 성인다운 모습으로 자녀를 키우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499쪽)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그런 생각이 들기 마련일 것입니다. 미국의 아이들도 우리나라 아이들처럼 명문대학과 대기업에 목을 매고 있고, 그를 위해 학부모들이 죄다 헬리콥터 부모가 되고 있다는 것, 그것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도긴개긴이라는 것 말입니다. 이런 총체적인 난국은, 제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 해도, 어느 대통령 후보의 주장처럼 '학제개편'을 행한다 해도, 결코 극복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게 합니다.

무엇보다도 부모들의 의식이 깨어나야 하고, 자라나는 아이들 세대의 의식도 바뀌어야 하고, 미국이나 우리나라의 국가교육정책도 진학정책에서 진로직업정책으로 바뀔 때에만, 그리고 그 분야의 장인이 대접받는 사회가 될 때에만, 백년지대계의 난국이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하면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이 '헬리콥터 부모'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이 책을 읽고서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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