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언제 유가족이 될 수 있을까?

등록 2017.04.24 12:41수정 2017.04.2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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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미수습자 가족 만남의 장소 허다윤양 부모가 방문객들과 만나고 있다. ⓒ 이명옥


1102일 동안 유가족이 되기를 소망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허다윤, 조은화, 남현철, 박영인, 고창석, 양승진,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아홉 명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의 이야기다.

어느 가족이든 언젠가 이별을 하겠지만 유가족이 되기를 소망하며 사는 사람들은 없다. 하지만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유가족이 되기를 소망하며 3년 동안 세월호 인양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그들은 어쩌면 앞으로 애타는 기다림을 좀더 이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세월호는 사고 1091일 만에 인양이 됐다.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낸 지 한 달, 목포로 육상 거치 된 지 2주째지만 수색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소금물 속에 박혀 있던 세월호는 만신창이가 된 채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눕혀져 있다. 선체 내부에는 뻘 흙이 가득 쌓여있다고 한다. 

인양업체인 상하이 샐비지 직원들이 뻘흙을 손으로 움켜 양동이에 담아 손으로 진입구를 만들고 있다. 절단 입구가 좁고 뻘흙과 자재들이 가득 쌓여 있어 4층 데크에는 접근조차 못한 상태다. 작업이 진척이 되지 않고 있어 미수습자 가족은 속을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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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들이 미수습자의 수습을 바라는 리본을 읽고 있다. 미수습자를 가족 품으로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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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사회노동회 기도회 수습을 발원하고 있다. ⓒ 이명옥


매일 눈앞에서 배를 보고 있는데 기다릴 수밖에 없어

"엄마 나가고 싶어요. 제발 찾아 주세요."

세월호가 바라보이는 곳에 아홉명의 미수습자 사진 아래 쓰여진 문구는 보는 사람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진상규명을 누구보다 원하지만 사람을 찾는 것이 먼저 아닌가요? 미수습자 수습을 최우선으로 해 유가족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안전 때문이라며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어요. 유가족이나 미수습자 가족이 의견을 내놓으면 검토와 점검만 거듭하는 부서들 때문에 속이 탑니다. 이런 상태라면 3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세월호 진상 규명과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기를 기도해 주세요."

얕은 기침을 하는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의 건강은 좋지 않아 보였다. 미수습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홍대 앞에서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미수습자 수습'을 요구하며 노란 리본을 나누어주고 시민들 관심을 호소하던 다윤양의 부모는 이제 목포항 앞 컨테이너에서 방문객을 만나고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미수습자 가족의 요구는 "진상규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입로를 넓히고 수색방법도 바꾸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미수습자들을 찾아 달라. 진입이 불가하다면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절단 부위를 넓히거나 일부를 절단한 후 다시 봉합할 수도 있지 않은가"라는 입장이지만 선체조사위원회는 안전상 위험이 따른다며 거듭 검토와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람이 안 다치는 선에서, 그리고 진상조사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방법을 알아봐 주세요. 우리는 유가족이 되고 싶습니다. 한편으로 아홉명 중에 찾지 못하는 가족이 있을까봐 너무 두렵기도 합니다. 미수습자 가족이 모두 유가족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허다윤양의 엄마 박은미씨는 돌아오는 방문객들 손을 잡고 고개를 숙이며 거듭 당부를 잊지 않았다.

목포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 발원 기도회'를 열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위원도 "세월호 미수습자들은 비정규직이나 알바와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그들도 최대한 피해자 가족으로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 조사위와 해수부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최대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미수습자 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미수습자 수습 발원 기도회를 위해 매주 토요일 오전 7시 30분에 조계사 앞에서 리무진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동승을 원하는 시민들은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으며 비용은 받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조계사 앞 무료 버스 운행 안내*

-매주 토요일 오전 7시 30분 조계사 앞에서 리무진 버스가 운행된니다.
일반 시민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으며 비용은 없습니다.
많은 동참을 바랍니다.
#미수습자 수습 #세월호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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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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