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방관이 살기 좋은 도시는?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15] 소방관이 살기 편한 주(州) 탑텐(Top 10)

등록 2017.04.24 11:34수정 2017.04.2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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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미국의 한 소방잡지가 흥미로운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조사 내용은 미국에서 소방관으로 살기 편한 10개의 주를 선정하는 것이다.

각 주별로 소방관의 평균 급여수준, 식료품 가격, 집값, 공공요금, 교통, 건강 및 기타 비용들을 종합해 10개 주를 선정했다.

선정된 주는 앨라배마, 플로리다, 아이다호, 일리노이, 인디애나, 미시건, 미주리, 네브래스카, 텍사스, 워싱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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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방관이 살기 좋은 10개 주 (출처: https://www.firerescue1.com/) ⓒ 이건


위와는 반대로 소방관 급여를 받고 살기엔 너무 비싼 도시들도 있다. 로스앤젤레스, 뉴욕, 덴버, 포틀랜드, 오스틴이 그 주범이다. 이곳에서 소방관으로 살려면 월급의 50% 이상을 주택 임대료로 써야할 각오를 해야 한다.

지난 해 발표된 또 다른 조사도 눈길을 끈다.

조사 내용은 소방관 정규직 비율이 높은 주 5개와 최저수준인 5개 주를 선정하는 것이다.

소방관 정규직 고용율이 높은 5개 주는 하와이(90.9%), 플로리다(51.8%), 매사추세츠(43.6%), 애리조나(42.7%), 캘리포니아(41.8%) 순으로 정해졌다.


반대로 의용소방대원 고용율이 높은 5개 주는 델라웨어(98.3%), 미네소타(97.2%), 펜실베이니아(97.1%), 노스다코타(96.9%), 사우스다코타(96.6%) 순이다.

미국 소방관들은 각 주별로 다양한 고용형태 속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방관들과 같은 정규직 소방관도 있고, 하루에 몇 시간만 일하는 임시직, 출동을 할 때만 급여를 지급받는 유급직(Paid-on-Call), 그리고 의용소방대원이다.

미 연방 소방국(U.S. Fire Administration) 자료에 따르면 50개의 주 중에서 정규직 소방관 고용 비율이 의용소방대원의 비율보다 높은 주는 단 2개주뿐으로, 몇몇 주는 거의 100%가 의용소방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정규직 소방관의 비율이 전체 소방관의 69%를 차지하고 높은 물가가 소방관의 삶을 옭아매는 미국의 이면을 보면 과연 미국이 소방관의 천국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방관들은 "돈이 아닌 명예를 먹고 산다"고 말한다. 소방관이란 직업을 선택하는데 높은 연봉과 좋은 처우가 선택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조사된 미국의 소방력은 전국적으로 3만개의 소방서에 110만 명의 소방관이 근무 중이다.

미국은 여러 가지 다양한 조사를 통해서 소방의 길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소방관으로써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와 시민들이 지원하는 것은 바로 소방관의 행복지수가 그 지역사회의 안전수준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44000여명의 소방관이 있다. 서울에서 제주에 이르기까지 근무여건도 각양각색이다. 500여 명의 국가직 소방관을 제외하고는 99%가 지방자치단체 소속이다.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하고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재정문제로 소방관의 삶과 행복 수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는 듯 보인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소방관들에게 미처 지급하지 못한 수당만 해도 1900억 원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다.

국가적으로도 불과 2년 전 국가인권위가 소방공무원의 인권실태를 살짝 들여다 본 것 말고는 소방관 행복지수의 관점에서 보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가와 국민은 소방관들에게 높은 수준의 헌신을 요구한다. 하지만 술에 취해 소방관을 폭행하고 소방차의 진로를 방해해도 그 처벌에 관해서는 관대하기만 하다. 소방관이기 때문에 참아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소방관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는 어디일까?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높고 소방관을 존중하고 예우하는 그런 도시는 어디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에 소방관이 살기 편한 도시가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

이제 소방의 선진국들은 한 인간으로써 소방관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이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에 관한 연구에 투자와 관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이건 선임소방검열관 #미국소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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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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