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이 없다, 해수욕장에서 저녁 별보기를 했다

사스나 시마오쿠니다마미고 신사, 삼족오 닮은 문양을 보다

등록 2017.04.24 13:29수정 2017.04.2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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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차를 돌려 북섬의 중서부 '기사카(木坂)'에 자리한 쓰시마 최고의 신사 중에 하나인 '가이진(海神)신사'로 갔다. 쓰시마 제일의 신사라고 불리는 가이진신사는 1871년 국가가 관리하는 신사가 되었다.

가이진 신사에서 일본 쓰시마 ⓒ 김수종


예전에는 남섬 이즈하라에 있는 오진천황(応神天皇, 오진텐노)을 모시는 큰 신사인 '하치만구(八幡宮)신사'와 비교된다고 하여, 북섬의 '하치만구(八幡宮)'라고 불리던 곳이다.


제신은 바다의 신인 도요타마히메노미코토(豊玉姫命)를 주신으로 하늘과 불의 신인 히코호호데미노미코토(彦火火出見尊)와 형제자매인 후키아에즈노미코토(鶿芽葺不合尊), 무나카타산진(宗像三神) 등을 모시고 있다.

일본 쓰시마 규모가 대단한 신사이다 ⓒ 김수종


가을 대제가 열리는 음력 8월 5일에는 신행식, 방생회가 열리며 신사의 전통춤인 '묘부노마이(命婦舞)'가 거행된다. 보물로는 8세기 신라의 것으로 추정되는 3면의 목조 가면과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11점, 중국에서 온 거울인 호주경, 고대의 장식용 칼인 광봉동모 등이 있다.

2012년 이곳에서 한국으로 밀반출되었다가 2016년에 다시 반환되었던, 원래 서산 부석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관음보살좌상과 금동여래입상이 있는 곳이다. 입구에서부터 소나무가 장관이다. 좌우로 큰 나무들이 무척 많다.

일본 쓰시마 소나무가 좋은 가이진 신사 ⓒ 김수종


100여개의 돌계단을 올라가면서 원시의 숲을 자랑한다. 직진하였다가 다시 좌로 다시 우로 돌아서 오르는 계단이 대단하다. 도리이(鳥居)며 수백 년은 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신전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놀랍기까지 했다. 

일본 쓰시마 가이진 신사 본당 앞에서 ⓒ 김수종


삼나무, 소나무, 벚나무, 녹나무, 바위 등등이 멋스럽다. 신전의 계단을 올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본전은 개방되어 있지 않았지만, 내부의 일부를 보는 것만으로도 장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 쓰시마 벚꽃이 좋다 ⓒ 김수종


사람이 없고 날씨까지 흐려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행히 마당에 큰 벚나무가 꽃을 활짝 피우고 있어서 안심하고 둘러볼 수 있었다. 뒤편의 숲에도 큰 나무가 무척 많았다. 국가지정문화재다운 웅장함과 엄숙함이 있는 곳이다. 이곳의 진면목을 보려면 음력 8월 대제 때 방문하면 좋을 것 같아 보인다.


일본 쓰시마 일몰을 잠시 보다 ⓒ 김수종


이제 천천히 신사에서 내려와 일몰을 보기 위해 인근의 '기사카(木坂)전망대'에 올라본다. 바닷가 언덕 위에 서쪽 하늘을 보기에 좋도록 전망대를 만들어 두었다. 오늘은 조금 흐린 날씨라서 일몰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름이 낀 날씨임에도 불구하여 나름 천천히 지는 해를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일본 쓰시마 다랭이논이 보인다 ⓒ 김수종


30분 정도 찬바람을 맞으며 서쪽 바다를 보았다. 지나가는 배도 보고, 우측 산언덕에 있는 쓰시마에서는 처음 보는 다랭이논(terraced paddy field, 棚畓)도 보았다. 남쪽의 바다와 작은 섬과 바위도 구경했다. 쓰시마에 농토가 귀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곳에 다랭이논까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일본 쓰시마 일몰을 감상 중인 경희 선생 ⓒ 김수종


역시 인간의 지혜는 끝이 없는 것 같다. 부지런함의 최상, 그것이 농부에게는 다랭이논인 것 같다. 흐린 날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이 좋다. 쓸쓸한 사람의 뒷모습도 좋은 곳이다. 구름이 비켜주어 일몰을 잠시 보았다.  

일몰을 본 다음, 천천히 저녁요리를 하기 위해 다시 차를 몰고는 히타카츠항으로 갔다. 아직은 영업을 하고 있지 않은 식당이라 편안하게 오늘 해변에서 구입한 파래를 넣은 된장국과 도시락, 쇠고기, 청주 등으로 맛있게 저녁을 했다.

일본 쓰시마 아침 도시락 ⓒ 김수종


보말고둥은 씻고 삶아서 우선은 이쑤시개로 빼어내면서 반 정도는 그냥 먹었다. 남은 반은 내일 아침에 된장국에 넣기 위해 냉장고에 다시 넣어 두었다. 간단하게 미리 도시락을 준비했고 나머지는 이렇게 조리해서 먹으니 마치 캠핑을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시간이 늦어 숙소가 있는 사스나로 다시 차를 몰고 갔다. 그런데 이런 불상사가 있나! 마지막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빈방이 없어서 돌아 나와야 했다. 저녁 10시가 넘었다. 인근에 있는 몇 군데 숙소를 돌았지만, 토요일 밤이라 빈방은 전혀 없었다. 다시 히타카츠로 돌아와 캠핑 장비 대여점에서 긴급하게 침낭을 3개 빌렸다.

일본 쓰시마 저녁 수묵화 같은 미우다해수욕장의 풍경 ⓒ 김수종


그리고는 다시 미우다와 니시도마리로 가서 숙소를 더 알아보았다. 아쉽게도 여기에도 빈방이 없다. 숙소 구하는 것을 포기하고는 미우다해수욕장에 가서 저녁 별보기를 잠시 했다. 흐린 날이라 별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구름이 밀려오는 가운데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남쪽 하늘은 수묵화를 보는 듯 울긋불긋했다.  

야간 순찰을 하는 기분으로 해수욕장을 둘러보았다. 구름 속에 가려진 하늘도 보았다. 멀리 수묵화처럼 펼쳐진 남쪽 하늘도 구경하고는 다시 식당으로 돌아왔다. 마루와 작은 방이 있는 2층에서 나와 고 선배가 자고, 방이 있는 3층에서 여성 3명이 잠자리에 들었다.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아서 제대로 씻지는 못했지만, 얼떨결에 재미난 야간 산책을 했다.

일본 쓰시마 보말고둥파래된장국 ⓒ 김수종


16일(일) 아침이 밝았다. 고 선배는 아침부터 인근을 돌아서 도시락을 사왔다. 일어나기 무섭게 도시락과 보말고둥 된장국으로 식사를 하고는 대충 세수를 했다. 그리고는 일단 미우다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목욕탕인 '니기사노유(渚の湯)'로 이동했다. 이런! 이곳은 오전 10시에 문을 연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어제 저녁 야간 순찰을 했던 해수욕장을 둘러보았다. 아침부터 바닷물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아직 추운데 말이다. 해수욕장 입구의 주차장에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걷기 대회 행사가 열리는지 아침부터 천막이 설치되었다. 홍보용 현수막과 안내판 주위에 사람들이 많다. 

일본 쓰시마 걷기 대회가 열린다 ⓒ 김수종


천막 주위를 서성거리다가 할머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무슨 행사인가요?" "지역 주민들을 위한 걷기(キラキラ ウオーク, 반짝반짝 walk)행사로 주변을 6KM정도 걷는 걷기대회가 1년에 한번 열리는데 오늘입니다"라고 했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참가자에 한하여 국민건강보험에서 포인트를 제공하여 보험료 할인까지 해 준다고 되어 있다.

일본 쓰시마 걷기대회에 참석 준비 중인 주민들과 ⓒ 김수종


쓰시마에는 주로 어른들만 보이는데, 오늘은 일요일이고 걷기대회가 있어서인지 학생들과 함께 어린아이들도 간간히 보인다. 할머님과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고는 기념으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이제 우리들은 북섬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일주하는 드라이브 코스를 택하여 출발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이즈미(泉)마을이다. 이곳에도 작은 여관이 있다. 그리고 도요(豊)를 지나 가와치(河內)로 갔다. 어제 준비한 실을 임진왜란 당시에 조성된 귀, 코 무덤에 걸고는 우선은 정식으로 인사라도 드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쓰시마 귀, 코 무덤에서 큰 절을 올리다 ⓒ 김수종


나와 고 선배는 돌무덤 바로 옆에 있는 나무에 3색의 실을 하나씩 묶었다. 실이 부족했지만 그냥 우선은 정성으로 눈물을 흘리고는 큰절을 두 번씩 했다. "다음에는 술과 제물과 제문, 여러 종류의 실을 왕창 사와서 정식으로 제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씀을 올리고는 돌아서 나왔다.  

일본 쓰시마 우선 귀, 코 무덤 옆에 있는 나무에 색줄을 매다 ⓒ 김수종


그리고는 사스나로 갔다. 지난번에 잠시 갔다 왔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 위의 본전을 대충 살펴보았기에 오늘 다시 볼 생각으로 '시마오쿠니다마미고(島大国魂御子)신사'로 갔다. 입구에 있는 거대한 삼나무에 다시 반한다.

신사의 입구 일본 쓰시마 ⓒ 김수종


   

일본 쓰시마 무환자 나무 ⓒ 김수종


그리고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무환자나무(ムクロジ, 無患子, 무쿠로지)가 보인다. 북섬에서 가장 오래된 무환자나무라고 하는데 흰색의 빛깔도 좋지만, 모양도 특이하다. 그리고 바로 본당이다.

일본 쓰시마 삼족오를 닮은 듯하다 ⓒ 김수종


입구에 들어서니 오리 같기도 하지만 내 눈에는 삼족오(三足烏, 태양에 살면서 천상의 신들과 인간세계를 연결해주는 신성한 상상의 길조(吉鳥)인 동시에 동아시아에서는 태양신으로 불리는 세 발 달린 검은 까마귀)를 더 닮은 문양이 보인다.
 

일본 쓰시마 지붕에도 삼족오 문양 ⓒ 김수종


일본 쓰시마 삼족오를 닮른 노랜 ⓒ 김수종


일본도 삼족오를 섬기는데, 혹시 고구려와 연관이 있는지는 조사를 더 해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절과 상당히 비슷한 분위기의 신사이다. 입구는 물론 지붕 위에도 삼족오 문양이 여러 개 보인다. 이곳도 나무가 참 멋진 곳이다. 

일본 쓰시마 삼나무 좋다 ⓒ 김수종


#일본 # 쓰시마 #가이진 신사 # 시마오쿠니다마미고신사 #삼족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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