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페르시아 도시를 찾아가다

[이란 역사문화기행 20] 페르세폴리스 1

등록 2017.04.24 13:58수정 2017.04.24 15:34
0
원고료로 응원
쉬라즈를 떠나며

a

페르세폴리스 ⓒ 이상기


아침 8시 호텔을 나선다. 오늘은 고대 페르시아의 영광을 상징하는 아케메네스 제국의 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페르세폴리스로 떠난다. 오전에 페르세폴리스를 보고, 오후에는 제국의 묘당인 낙쉐로스탐과 처음 도읍지인 파사르가데를 살펴볼 것이다. 그런데 쉬라즈를 떠나며 잠시 꾸란 게이트를 살펴보려고 한다. 그것은 과거 이스파한에서 쉬라즈로 들어올 때 꼭 거쳐 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거꾸로 북쪽으로 나가면서 꾸란 게이트와 작별인사를 할 예정이다.


꾸란 게이트는 부이왕조(Buyd Dynasty: 945-1055)의 아두드 알 돌라(Adud al-Dawla)에 의해 10세기 후반 처음 세워졌다. 부이왕조는 압바스 제국 통치하에서 이란 지역을 다스린 왕조다. 잔드왕조 시절에는 수리를 거쳐 탑 위에 조그만 방을 만들고 그곳에 필사본 꾸란 두 권을 안치했다. 그것은 이 문을 지나는 사람들이 알라의 축복을 받으라는 의미에서였다.

a

꾸란 게이트 ⓒ 이상기


그러나 카자르 시대 지진으로 게이트가 큰 피해를 입었고, 1937년 꾸란은 파르스 박물관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1949년 현재와 같은 모양으로 수리 복원되었고, 길가 공원 안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므로 차를 타고 올 때는 쉬라즈 시내 방향으로 차를 세우는 것이 좋다. 현재 꾸란 게이트는 수로와 바닥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주변이 좀 어수선한 편이었다. 

페르세폴리스의 역사

a

페르세폴리스 궁전 ⓒ 이상기


페르세폴리스는 쉬라즈에서 동북쪽으로 60㎞ 떨어진 지점에 있다. 버스로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닿을 수 있다. 쉬라즈에서 야즈드 방향으로 나 있는 65번 국도를 타고 마르브다쉬트(Marvdasht)까지 간다. 그리고 페르세폴리스로 이어진 지방도를 따라가다 보면 침엽수림 가로수길을 만나게 된다. 1971년 페르시아제국 건국 2500주년을 맞아 심은 나무로 페르세폴리스 입구까지 이어진다.

페르세폴리스의 역사는 기원전 518년 다리우스(Darius) 1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30년대 고고학적인 발굴 결과 궁전과 테라스 작업이 그때 처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곳 페르세폴리스에 여름궁전 또는 의전용 궁전을 지으려는 계획의 일환이었다. 아케메네스제국은 파사르가데에서 건국해, 수사로 수도를 옮겨간 다음, 페르세폴리스에 제2의 수도를 건설한 것이다.


a

페르세폴리스 조감도 ⓒ 이상기


페르세폴리스는 해발 177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그 때문에 수사에 비해 여름에 상대적으로 시원하다. 그리고 넓은 평원에 자리 잡고 있어 식량공급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또 다리우스 1세 때는 최대로 영토를 넓혀 많은 식민지를 가지게 되었고, 이들 국가로부터 조공을 받게 되었다. 그 때문에라도 새로운 궁전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아케메네스제국은 서쪽으로 그리스 북동부까지, 동쪽으로 파키스탄까지, 북쪽으로 흑해까지, 남쪽으로 이집트까지 지배하게 되었다. 고대문명의 중심인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를 아우르는 대제국이 된 것이다. 5000만의 인구를 가진 중앙집권적 국가로, 지방에 총독(Satrap)을 파견해 다스렸다. 언어를 통일하고 도로를 새로 건설했으며, 역원제도에 해당하는 차파르 하네((Chapar Khaneh)를 통해 교통과 통신체계를 정비했다. 

a

페르세폴리스로 올라가는 계단 ⓒ 이상기


    
기원전 518년 다리우스 1세는 미트라산(Mount Mithra) 북서쪽 산록에 궁전을 짓기로 결정하고 부지 조성공사를 벌인다. 먼저 서쪽으로 계단과 테라스를 만든다. 계단은 높이가 12m로, 남쪽과 북쪽으로 올라갈 수 있게 만들었다. 계단은 모두 111개로 높이가 10㎝ 폭이 38㎝다. 그리고 계단의 좌우 길이는 6,7m다. 이 계단을 올라가면 만국의 문(Gate of all Nations)이 나오고, 그 둘레를 성곽이 둘러싼 형태다.

성곽 안쪽으로 궁전과 건물 등 왕가의 통치와 거주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페르세폴리스는 처음에는 의식용 또는 의전용 궁전으로 구상되었지만, 크세르크세스(Xerxes) 1세에 의해 통치와 거주용 궁전으로 확장되었다. 페르세폴리스는 크세르크세스 1세의 아들인 아르타크세르크세스 1세 때 12만5000㎡의 크기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정치, 경제, 행정의 중심으로 어느 정도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a

파괴된 페르세폴리스 ⓒ 이상기


페르세폴리스가 파괴된 것은 기원전 330년 마케도니아제국의 알렉산더 대제에 의해서다. 그의 페르시아 침공은 기원전 334년 현재의 이스탄불에 해당하는 그라니쿠스(Granicus)를 정복함으로 시작된다. 정복로는 안티오키아, 알렉산드리아(332 B.C.), 바빌론, 수사를 거쳐 페르세폴리스로 이어진다. 알렉산더는 정복한 도시를 파괴하고 그곳에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은 도시를 파괴함으로써 페르시아의 재기를 막고자 함이었다.     

만국의 문

a

만국의 문 ⓒ 이상기


남북으로 이어진 계단을 올라가면 동쪽으로 만국의 문이 나온다. 만국의 문은 페르세폴리스 궁전으로 들어가는 출입용 궁문(Gate Way Palace)이다. 4개의 기둥에 세 개의 문이 있는 문루형 전각으로 가로 세로의 길이가 25m쯤 된다. 기둥의 높이는 16.5m, 지붕을 포함한 건물의 높이는 18m가 넘는다. 건물 가운데 4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고, 동쪽과 서쪽에 폭 3.82m, 높이 10m의 문이 있었다.

동서 양문 벽에는 수호신상이 조각되어 있다. 서쪽에는 황소상이, 동쪽에는 사람의 얼굴에 날개가 달린 황소상이 조각되어 있다. 고대 페르시아에서 황소는 부와 번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서쪽의 출입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남쪽 아파다나 궁전으로 나가는 남문이 있다. 이 문은 폭이 동쪽과 서쪽의 문보다 넓어 5.12m다. 이 문은 페르세폴리스의 중심궁전인 아파다나로 출입하는 페르시아인들이 시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a

만국의 문 남쪽 문 ⓒ 이상기


그리고 4개의 기둥 안쪽은 외국의 왕과 사신들의 대기실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만국의 문 안에서 의자 모양의 석조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왕과 사신들은 이곳에서 기다리다가 출입이 허락되면 동문을 통해 나간 다음 아파다나 궁전이나 백주궁전(百柱宮殿)으로 안내되었을 것이다. 아파다나 궁전은 아케메네스제국 황제가 외국 사신들을 접견하는 공식적인 알현궁으로 사용되었다.

사신들이 동문으로 나가다 보면 북쪽 수호신상 위쪽으로 세 가지 쐐기문자를 볼 수 있다. 그것은 페르시아어, 엘람어, 바빌로니아어로 된 포고령이다. 그 중 가운데 있는 것이 페르시아어다. 이것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a

만국의 문 안쪽 쐐기문자 포고령 ⓒ 이상기


위대한 신 아후라마즈다가 이 땅과 천상과 인간을 창조했다. 그는 인간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었고, 왕중의 왕 만왕의 왕인 크세르크세스 황제를 내셨다. 위대한 왕 왕중의 왕 온 나라의 왕인 나 크세르크세스는 다리우스 왕의 아들로 아케메네스제국의 만백성을 통치하고, 온 나라를 다스린다.

위대한 왕 크세르크세스는 공포한다. 아후라마즈다의 은총으로 내가 이 만국의 문을 만들었다. 페르시아 전역에 행해진 아름다운 일들도 내가 했고 나의 아버지가 했다. 아름답게 보이는 모든 일은 아후라마즈다의 기호로 우리가 했다. 크세르크세스는 간구한다. 아후라마즈다여, 나와 나의 왕국을 보호하소서. 나와 나의 아버지에 의해 행해진 이 모든 것을 보호하소서.

a

만국의 문 기둥 세 개 ⓒ 이상기


만국의 문 기둥은 원래 4개였다. 그러나 현재는 3개만이 남아 있다. 그것도 1965년까지는 서쪽의 두 개만 있었다고 한다. 동남쪽의 기둥은 이란과 이탈리아 고고학자들이 주변의 부재를 모아 복원한 것이다. 그 때문에 오히려 더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기둥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종형 기단부, 기둥 위에 만들어진 원반 모양의 토러스(Torus), 실린더 형태의 축, 꽃장식의 상단부, 무릎 꿇은 형상의 황소 기둥머리(柱頭)가 그것이다.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새 두 쌍과 황소 한 쌍

a

호마 한 쌍 ⓒ 이상기


만국의 문 동쪽 출구로 나가면 앞에 폭 9.7m, 길이 92m의 대로가 펼쳐진다. 이 길은 군사로(Army Street)로 백주궁전 북쪽으로 곧장 뻗어 있다. 길 양쪽으로 방과 창고 형태의 구조물이 보인다. 이곳은 친위대의 주거공간과 이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구조물 북쪽으로 새의 머리를 한 이상한 동물이 보인다. 한 쌍이 등을 맞대고 있는데, 독수리 머리에 사자 몸을 한 호마(Homa)다. 

호마는 페르시아 전통에서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져, 도자기 등 생활용품에서 표현된 예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페르세폴리스에서는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1954년 발굴되었고, 1976년 콘크리트 기둥 위에 놓여 보호되고 있다. 이 호마는 현재 이란 국영항공사인 이란 에어(Iran Air)의 상징 마크로 사용되고 있다. 호마는 한 쌍씩 두 개가 있다.

a

미완성 문 ⓒ 이상기


여기서 더 가면 백주궁전 입구에서 기둥머리로 쓰인 황소 두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도 역시 호마처럼 등을 맞댄 한 쌍의 황소였으나 훼손된 채로 곳곳에 널려 있다. 이들 가운데 미완성 문(Unfinished Gate)이 세워져 있다. 이것도 역시 네 개의 기둥으로 둘러싸였고 지붕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현재는 돌과 기둥머리만 남아 그 형태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100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궁전

a

백주궁전 북문 조각 ⓒ 이상기


미완성 문을 지나면 백주궁전 북문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백주궁전은 북쪽에 주랑 형태의 현관이 있다. 주랑에는 8개씩 두 줄로 된 기둥이 동서로 길게 이어진다. 그리고 주랑 남쪽으로 가로 세로 각 10개씩 백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궁전 본채가 있다. 이 백주궁전은 가로 세로가 각각 68.5m로 아파나다 궁전에 이어 두 번째 큰 규모다.

이 궁전은 아르타크세르크세스 1세에 의해 기원전 470-450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동남쪽 코너에서 발견된 바빌로니아어 명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궁전의 사방으로 두 개씩 문이 있고, 문 안쪽으로 조각이 새겨져 있다. 북문 안쪽에는 왕이 100명의 친위대로부터 사열을 받는 장면이 새겨져 있다. 이에 비해 남문 안쪽에는 왕의 즉위를 축하하는 28개국 사절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a

메디아군과 페르시아군 친위대 ⓒ 이상기


북문의 벽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6단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윗단에는 관을 쓴 왕에게 메디아 사신이 향을 바치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왕의 뒤에서는 친위대원 세 명이 호위하고 있다. 그 아래로 다섯 단이 있는데, 각 단에 10명의 친위대가 새겨져 있다. 이들은 아케메네스제국을 이루는 두 축 페르시아인과 메디아인이다.

이들 벽의 조각이 양쪽으로 있으며, 마치 거울에 비친 것처럼 대칭을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친위대가 모두 100명이 된다. 이를 통해 페르시아 군대 편제는 100명 단위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100주 궁전에 100명의 친위대, 페르시아 사람들은 10진법을 즐겨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a

백주궁전 남문과 내부 조각 ⓒ 이상기


남문의 벽은 크게 3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위쪽에 아후라마즈다상이 있다. 중간에는 옥좌에 앉은 왕이 있다. 왕의 뒤에서 관리가 시중을 들고 있다. 가장 아랫쪽에는 왕의 즉위를 축하하는 14개국 사절들의 모습이 3단으로 새겨져 있다. 상단에 4개국, 중간단에 5개국, 하단에 5개국이다. 이러한 모습이 벽의 양쪽에 새겨져 있으니, 축하사절단이 28개국이 되는 것이다.

이들 중 상단에 있는 중요한 나라가 메디아, 엘람, 바빌로니아, 아르메니아, 앗시리아다. 중단에 있는 중요한 나라는 파르티아, 박트리아, 카파도키아, 이집트, 이오니아, 간다라다. 하단에 있는 중요한 나라는 인디아, 스키타이, 아라비아, 리비아, 에티오피아다.
덧붙이는 글 페르세폴리스는 중요한 내용이 많아 3회에 걸쳐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페르세폴리스 #만국의 문 #다리우스와 크세르크세스 #호마 #백주궁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