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어린이날 행사 보조금 끊고 '장소 사용'도 불허

[현장] 시민단체 공주시청 찾아가 항의... 공주시 측 "시 행사와 겹쳐 복잡하고 안전상 위험"

등록 2017.04.24 18:31수정 2017.04.2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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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전경 ⓒ 김종술


"지난 18년간 이어오던 어린이날 행사를 빼앗겼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십시일반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둔치공원에서 조촐하게 진행했다. TV에서 보던 유명 개그맨은 없었지만, 성황리에 개최됐다. 그런데 올해는 둔치 사용도 못 하게 한다."

제21회 웅진골 어린이날 큰잔치 추진위원회(아래 단체)의 하소연이다. 공주시는 지난해 공주지역에서 활동하는 20여 개의 시민단체가 18년간 이어오던 어린이날 행사의 보조금을 일방적으로 중단 통보했다. 공주시가 직접 석장리 박물관에서 치러지는 구석기 축제에 어린이날 행사를 통합 운영하겠다는 이유였다.

사전 통보도 없었다. 오시덕 공주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세계석장리 박물관 행사에 관람객이 찾지 않을까하는 조바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보조금이 끊긴 단체는 부랴부랴 시민모금을 통해 금강 둔치공원에서 행사를 마무리 했다(관련 기사: 공주시 어린이날 행사 따로따로 연 사연).

다가올 5월 5일 95회 어린이날 행사를 위해 금강 둔치공원 사용을 받으려던 단체는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받았다. 공주시가 둔치의 사용을 불허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공주시 담당자는 "석장리 축제와 연계해서 모든 행사를 불허한다는 방침이다"고 말했다.

금강 둔치공원에서 2.1km 떨어진 석장리 박물관 행사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24일 오전 10시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장 및 회원들이 공주시를 찾았다. 그러나 오시덕 공주시장과의 면담은 비서실에서부터 차단당했다.

제21회 웅진골 어린이날 큰잔치 행사를 추진 중인 단체의 회원들이 공주 시장실을 찾아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 김종술


비서실 관계자는 "시장과의 면담을 위한 사전 조율이 없었다. 오늘은 돌아가시고 이후에 면담 일정을 잡아서 연락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박종우 공동추진위원장은 "전임 시장과는 면담도 자주했는데, 오시덕 시장이 들어서면서 그동안 수차례 면담 신청을 했지만, 단 한 차례도 받아주지 않고 있다. 무조건 비서실에서 차단할 게 아니라 시장님에게 보고라도 해달라"고 요청했다.


비서실은 사전 면담이 신청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시장과의 면담은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큰소리가 오가면서 험악한 분위기까지 오갔다. 이후 부시장실에서 안전관리과, 복지지원과 담당자들과 면담을 하는 것으로 조율이 되었다.

신경미 공주민주단체협의회 공동대표는 "20년 가까이 진행하던 어린이날 행사 보조금을 공주시가 사전 협의도 없이 끊었다. 보조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시민들 스스로 힘을 모아서 하는 행사에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방해만 하고 있다"며 "벅적이는 석장리 행사장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한적한 곳을 원하는 시민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안전관리과 담당과장은 "어린이날에 구석기 박물관에서 (공주시)주최로 행사가 있다. 그리고 둔치에서도 자전거축제가 예정되어 있다. 작년에 둔치가 혼잡하고 안전상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사용승인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고 말했다가 참석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유병덕 부시장은 "공주시는 시민이 만든 주식회사로 공무원은 사원일 뿐이다. 주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 사원의 일이다"며 "시민의 뜻이라면 받아드릴 것이다"고 말했다. 유 부시장은 동석한 안전관리과 담당 과장에게 다시 검토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다시 안전관리과로 이동했다. 단체는 담당 공무원의 요구대로 행사 신청서를 작성했다. 담당자는 "협의가 끝나면 연락을 주겠다"고 입장이다. 단체는 둔치 사용승인이 나지 않더라도 행사를 강행할 입장을 표명하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제21회 웅진골 어린이날 큰잔치 행사를 위해 시민단체에서는 전단지를 만들어 홍보를 하고 있다. ⓒ 김종술


한편, 제21회 '웅진골 어린이날 큰잔치' 추진위원회는(공주농민회, 공주생태시민연대, 공주여성인권회, 공주책읽는시민행동, 공주희망꿈학부모연대, 공생공소, 동요로여는평화세상, 성평등교육문화센터, 우리놀이협동조합,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공주지회, 참여자치시민연대, 우금티기념사업회, 한살림)는 공주지역에서 활동하는 1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단체는 5월 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충남 공주시 신관동 금강 둔치에서 우리장단 배우기, 솜사탕 나누기, 만다라 그리기, 물총놀이, 비눗방울, 탁본 및 스탬프, 움직이는 도서관, 북아트, 동요 배우기, 딸기스무디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뻥튀기, 전통우리놀이, 모종나누기 등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공주시 #어린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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