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안철수는 '철수', 문재인은 '후퇴'

[그것이 묻고싶다] 2012년 내세웠던 공약 5년 뒤엔?

등록 2017.04.25 11:36수정 2017.04.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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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당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정부는 반값등록금을 반드시 실현해야 하며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유권자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최윤석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입장을 바꾼 건 사드만이 아니다. 반값등록금 공약도 바뀌었다. 2012년 대선에선 "모든 학생이 반값등록금의 실질적 혜택을 받게 하겠다"던 안 후보가 이번 대선에선 반값등록금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130여 개 학생회, 학생단체가 소속된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대학생 시국회의(아래 대학생시국회의)'에서 고지서상 반값등록금 시행에 관한 입장을 물었을 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측은 '유보'라고 답했다.

오마이뉴스 19대 대선톡 그것이 묻고싶다


지난 12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주최한 대학교육비 토론회에서도 안 후보 측은 고지서상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는 정책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대신 "소외·취약계층 자녀부터 단계적으로 반값등록금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5년 전까지만 해도 안 후보는 반값등록금 시행에 찬성이었다. 2012년 당시 안 후보의 공약은 '청년안심등록금제'다. 청년안심등록금제는 반값등록금과 학자금 신용보증기금이 결합된 형태로 국가가 등록금의 반값을 지원하고 남은 반값에 대해서도 학자금 신용보장기금을 설립해 장기 저리로 대출해주는 것이다.

당시 안 후보가 냈던 정책공약자료집에 따르면, 국가가 국공립대학뿐 아니라 사립대학의 반값등록금을 모두 부담한다. 다만 2014년부터 반값등록금 적용을 시작해 그 대상을 점차 확대하는 것이다. 2014년엔 소외․취약계층 자녀와 전문대 재학생, 2015년에는 지방대 이공계로 2016년에는 지방대 전체, 2017년에는 수도권 전체로 확대 적용되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약속이 현재 공약집에는 없다. 21세기 한국 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값등록금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국민의당 "재원 부담돼, 입학금은 폐지하고 국가장학금 확대"


국민의당 선대위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관영 의원은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립학교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반값등록금을 국가에서 보장해서 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재원이 많이 들어가서"라고 반값등록금을 반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김 의원은 "기본적으로 (우리는) 반값등록금 대신 입학금은 폐지하고 여러 가지 대출제도나 국가장학금을 개설하는 방식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힘든 사람들한테 자원이 더 집중되게 하는 시스템"이라고 부연했다.

재원부담으로 공약을 바꿨다는 말이다. 하지만 안 후보가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세웠던 2012년에 비해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사립학교가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니고 정부가 부담해야 할 등록금 예산이 몇 배가 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입정원 감소로 반값등록금에 대한 정부 부담은 줄어들고 있다.

참여연대와 국회교육희망포럼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지난해 11월 22일 주최한 토론회에 따르면, 반값등록금을 하는데 필요한 재원이 2017년엔 5조3458억 원이지만 2022년엔 4조8203억 원, 2023년엔 4조1181억 원으로 감소한다. 정부가 2016년 당시 국가장학금을 위해 투입한 예산이 3조6545억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는데 막대한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건 아니다.

또한, 반값등록금에 필요한 예산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재원부담을 이유로 반대하는 건 2012년 당시 안 후보의 약속이 재원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안철수는 '철수', 문재인은 '후퇴', 심상정 '표준등록금제'

안 후보의 공약이 사실상 반값등록금에서 '철수'했다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후퇴'했다. 문 후보는 2012년 대선 땐 등록금 고지서에 반값으로 찍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는 국가지원을 늘려 부담을 낮추겠다는 식이다.

문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 '대학생 반값등록금 실질적 실현'을 적었다. 단기적으로 연평균 1조2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학의 등록금수입액 절반을 국가가 지원하고 장기적으론 표준등록금제를 도입, 국가장학금을 전면 개편해 실질적인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 후보가 "등록금 가운데 절반은 학생이 부담하고 절반은 정부가 부담하겠다. 아예 반값으로 낮추겠다"며 "국공립대부터 반값등록금을 시행하고 2014년부터 사립대에 적용하겠다"고 한 것에 비하면 후퇴했다.

반면 심 후보는 고지서상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공립대 등록금은 0원으로, 사립대는 액수 상한 표준등록금제을 도입해 등록금을 절반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반값등록금을 반대한다. 홍 후보는 지난 2011년부터 반값등록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2011년 7월 4일 열렸던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홍 후보는 "반값등록금은 정치적인 슬로건"이라며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반값 하기보다 저소득층 자녀에게 지원하는 사업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는 "비싼 등록금이 공론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비싼 등록금 수준을 그대로 두고 세금으로 지원부터 하자는 아이디어엔 동의할 수 없다"며 "대학등록금에는 굉장히 거품적인 요소가 있고 사학이든 국공립대든 재정운영에 불투명한 부분이 있어 거품부터 제거하고 저소득층을 지원, 등록금 대출이자를 인하하는 식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대선후보들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공개질의와 답변 내용을 모아 '19대 대선, 그것이 묻고 싶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 '종교인 과세 유예'에 대한 후보들의 답변 내용처럼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을 일목요연하게 망라했다. 사회 온갖 분야의 목소리에 대한 후보들의 응답을 한 눈에 비교해 볼 수 있다.

#그것이 묻고싶다 #대선 #안철수 #반값등록금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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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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