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살 된 일본 은행나무 모양은?

가면 갈수록 운명 같은 숙제가 더 많아지는 쓰시마

등록 2017.04.25 11:03수정 2017.04.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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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우리들은 다시 니이(仁田)까지 내려갔다. 길을 가는 도중 정말 대단한 바위담장이 보여 무조건 차를 세웠다. 거대한 담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문은 없어서 그냥 출입이 가능한 집이었다. 도둑이 거의 없는 섬이라서 그런가 보다. 아무튼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 엄청난 집이다. 쓰시마에서 본 집 가운데 가장 크고 웅장한 규모의 성 같은 저택이다.

가면 갈수록 운명 같은 숙제가 더 많아지는 쓰시마 일본 쓰시마 대저택 ⓒ 김수종


일본 쓰시마 니이의 저택 ⓒ 김수종


집 주인이 누구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나오는 길에 물어보니 "평일은 이즈하라에 살고 주말에는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이라고만 이웃 사람이 알려주었다. 멋진 저택 구경을 잘하고 나왔다. 정말 욕심이 가는 집이다.


일본 쓰시마 저택 ⓒ 김수종


그리고 다시 남쪽으로 차를 달려가서 미네(三根)에 있는 '호타루노유(ほたるの湯)'로 갔다. 목욕을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은 오후1시에 문을 연다고 한다. 나중에 생각을 해보니 지역의 관광 안내도만 보아도 목욕탕 운영시간이 나와 있는데, 단순한 우리들은 드라이브를 핑계로 그냥 섬을 일주한 듯하다.

일본 쓰시마 목욕탕 간판만 구경하다 ⓒ 김수종


목욕도 대충은 포기하고 마트가 있는 사카로 갔다. 나는 청주와 초콜릿을 몇 개 샀고, 경희 선생은 술과 생활용품을 조금 샀다. 대구 새댁은 시장을 보려고 왔는지 무엇이든 왕창 사서 나왔다.

20대 초중반에 일본 유학을 했던 색시라서 그런지 일본에 대하여 아는 것도 많았고 구매할 것도 무척 많은지 싹쓸이 쇼핑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사실 조금 웃음이 나오기는 했다. 늘 별로 살 것도 없고 사고 싶은 것도 없는 나 같은 사람보다는 나아보이기는 했지만, 어떻게 들고 가려는지 걱정이 앞선다.

일본 쓰시마 장례식으로 이예 선생 공적비만 보고 오다 ⓒ 김수종


이제 슬슬 배가 고픈 시간이라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고는 이웃한 엔쓰지(円通寺)로 가서 절도 보고 쓰시마 도주 집안의 묘소도 둘러보려고 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오늘은 장례식이 있는 날이라 관광객의 출입을 금한다고 한다.

일본 쓰시마 타이야끼 ⓒ 김수종


그래서 바로 인근의 '나가도메카시덴(永留菓子店)'이라고 하는 '타이야키(たい焼き, 붕어빵)'전문점으로 가서 붕어빵과 녹차를 한 잔씩 했다. 빵을 먹으면서, 빵집 주인에게 "인근에 임진왜란 때 만들어진 귀 무덤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혹시 아시냐"고 물어보았다. 주인이 "잘 모른다"고 했다.


이어 손님으로 들어온 공무원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주인이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그 분이 "이 근방은 잘 모르겠다. 예전에 귀 무덤 이야기는 들었다. 북섬 북서부의 사고천(佐護川) 유역에 하나가 있다는 말은 들은 듯하다"라고 했다.

아무튼 사람마다 말이 다르다. 그래도 이곳 쓰시마에 귀 무덤이 몇 개 더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다음 기회에 자료를 더 찾아보거나, 김삼관 사장을 모시고 이 근처를 둘러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쓰시마 다가오는 어린이 날 ⓒ 김수종


이제 북쪽으로 길을 잡아서 간다. '히토에(一重)' 방향으로 올라가는데 이곳에도 작은 여관이 보인다. 사실 쓰시마에 올 때마다 숙소로 고생을 해서 가는 곳마다 여관이 있으면 일단은 방 상황을 확인하고 연락처를 받아두거나 주고 오는 편이다.

나중에 자전거 하이킹이나 트레킹 하는 사람들과 동행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수시로 숙소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오늘 이 여관에는 아무도 없는지 초인종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어서 일단은 전화번호만 적어서 왔다.

그리고 다시 북으로 간다. 정말 완연한 봄의 정취를 차로 가면서도 느끼고 있다. 고 선배와 나는 번갈아 가면서 운전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차가 많지 않은 곳이고 과속도 불가능하여 이곳에서 차를 운행하는 일은 쉽고 편한 편이다. 시속 50~60KM만 유지하면 사고걱정도 없이 무난하게 앞으로 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 보면, 한국에서 온 것 같은 자전거 여행족들을 만나기도 한다. 때로는 달리기를 하면서 운동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도 발견하게 된다. 정말 걷거나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곳이다. 나는 약초를 캐는 지인들에게 산나물이나 하수오, 더덕채취를 단체로 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물론 법률적인 것은 확인을 한 다음에 말이다.

일본 쓰시마 1500살 은행나무 ⓒ 김수종


멋진 봄의 기운을 자동차 안에서 느끼며 달린다. 잠시 차를 세우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걸어도 보지만, 그냥 편안하게 드라이브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조금 더 가니 '긴(琴)'에 당도한다.

이곳 긴에는 1500년 은행나무가 한그루 있다. '긴(琴)의 장수은행나무(大銀杏, 오오이쵸)'라고 하여 높이가 23m, 둘레가 13m나 되며, 1500년 전 백제로부터 전해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이다.

일본 쓰시마 1500년을 더듬다 ⓒ 김수종


오래된 고문서 등의 기록에도 '바다에서 보면 나무가 울창해 산과 같으니'라고 적혀있을 정도로 대단한 고목이다. 지난 1798년에 번개를 맞아 가지가 부러지고 나무 안이 타 버리기도 했다. 또한 1950년에는 태풍의 피해를 받아 기둥나무가 부서지기도 했다.

그러나 경이로운 생명력으로 아직도 살아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거목이다. 이 나무는 중국과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수종으로 불교의 전래와 함께 한 나무이다. 당시에도 대륙과 일본의 창구역할을 했던 쓰시마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은행나무이다.

일본 쓰시마 1500살 은행나무 ⓒ 김수종


특히 생명력이 강하고 종자의 발아율도 높은 은행나무는 일본에서도 신사와 절에 주로 심어 사계절 강인한 학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나무는 봄에는 잎이 무성해지고 가을에는 노란색 물이 들었다가 늦가을 금화를 흩뜨리듯 낙엽이 지는 것이 특징이다.

낙뢰를 맞아 중간에 불에 탄 자국이 있고, 기둥나무가 부러져서 모양이 이쁘지는 않았지만, 1500년이란 시간의 자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보기에 정말 좋은 나무다. 이어서 우리는 가을이면 상당히 많은 쓰시마 사람들이 찾는 곳인 슈시천(丹志川)의 '단풍(もみじ,紅葉)가도'를 달려보았다.

봄이라 단풍은 없었다. 그래도 작은 실개천과 함께 삼나무 숲이 좋다. 저 끝자락에 단풍나무들이 잎을 드러내고 있었다. 겨울~여름에는 원채 조용한 곳이다. 한산하게 차를 타고 가도 무리가 없어서 천천히 달려보았다. 

이제 차는 서서히 히타카츠(比田勝)항구에 도착했다. 우선 점심을 먹고서 조금 쉰 다음 출국 수속을 해야 한다. 늦은 점심은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중국요리점인 야에(八重)식당으로 가서 해결했다.

일본 쓰시마 내가 좋아하는 야끼소바 ⓒ 김수종


4명이 앉아서 다들 다른 음식을 주문했다. 나는 야끼소바(焼きそば), 고 선배는 나가사키짬뽕(長崎ちゃんぽん), 경희 선생과 대구새댁은 쟁반우동을 주문했다. 각자 조금씩 나누어 맛을 보았다. 특히 야끼소바를 좋아하는 나는 오랜 만에 맛난 음식을 먹은 듯했다. 사실 지난번에 와서 먹은 우동은 별로였는데, 야끼소바는 맛나다. 

오늘은 하루 종일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많이 했지만, 나름 재미나고 즐거운 하루였다. 북섬을 크게 한 바퀴 돌아본 것이다. 역시 생각보다는 볼 것이 많은 섬이다. 6번을 왔는데도 아직 못 본 곳이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다음 달에 오면 다시 귀, 코 무덤을 찾아보는 것과 시라타케(白嶽)등산, 해수욕장 주변에서 캠핑, 계곡 트레킹 등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5월이라 날씨도 좋고 나름 싱그러운 초여름의 정취를 만끽 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일본 쓰시마 선물을 조금 사다 ⓒ 김수종


아직 나에게는 볼 것도 공부할 것도 많은 일본 쓰시마, 조선통신사를 비롯하여 임진왜란 이후의 한일외교와 정치사, 사회문화적인 문제까지 자료를 찾고 연구할수록 배울 것도 느낄 것도 많은 곳이다. 여섯 번의 방문을 통하여 이제 조금 더 쓰시마를 느끼고 배우게 된 것 같다. 정말 조금!

#일본 #쓰시마 #1500살 은행나무 #히타카츠 #귀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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