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단풍이 아닙니다. '번개에 굳은 나무'

등록 2017.04.25 12:26수정 2017.04.2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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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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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인식


며칠 전 어스름 무렵 뇌성과 번개가 심했다. 열대나라 인도네시아다운 현상으로 우기에서 건기로 가는 진통이다. 산마을은 그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이 더러 생긴다. 비와 돌풍이 함께 겹쳐질 때는 아름드리나무가 길에 드러누워 길을 가로막기도 하고 집을 덮치기도 한다. 물론 정전이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번쩍~ 번개가 일고 우르르 쾅쾅 소리와 함께 나무 한그루가 순식간에 생명을 잃었다. 푸르게 우거졌던 나무가 늦가을 서릿발에 언 나무보다 더 심하게 변했다. 가지도 많고 잎도 촘촘히 한 이웃이 정원수로 탐을 내던 나무다. 두 그루가 나란히 선 모습이 참 보기 좋았던 나무였는데, 이젠 하나가 짝을 잃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이 우주의 진통임을 번개와 뇌성으로 깨우쳐주는 그 의미는 알겠다. 그런데 피해를 입은 나무는 죽어서도 아직 떨고 있다. 순식간에 굳은 때문일까? 색이 변한 잎, 말라버린 잎을 떨구지도 못한 채.

차라리 우지끈 쓰러뜨리고 갈 일이지.

#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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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2015년 5월 인사동에서 산을 주재로 개인전을 열고 17번째 책 <山情無限> 발간. 2016,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장 역임. 현재 자카르타 남쪽 보고르 산마을에 작은 서원을 일구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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