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홍준표·안철수에 '반문연대' 제안 결정

유승민 반대에도 3자 원샷 단일화 추진... 당내 정면 충돌 양상

등록 2017.04.25 01:52수정 2017.04.25 01:52
79
원고료로 응원
a

'사퇴' 논의 의총 참석한 유승민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24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후보직 사퇴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기 전 물을 마시고 있다. ⓒ 권우성


바른정당이 유승민 대선 후보의 완주 의지와는 별개로 안철수 국민의당·홍준표 자유한국당대선 후보에게 3자 원샷 단일화를 제안하기로 했다. 사실상 '반문재인 연대' 재점화에 나선 것이어서, 안 후보와 홍 후보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그러나 유 후보 본인은 이같은 단일화에 반대하고 있어 당내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주호영 공동중앙선대위원장은 25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라면서도 "다만, 좌파 패권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3자 단일화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적극 강구하고, 후보는 그 과정을 지켜보기로 결론을 내렸다"라고 전했다. 단일화 추진 작업은 주 위원장과 김무성·정병국 공동선대위원장 등 3명이 맡기로 했다.

그는 유 후보가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는 결론에 대해 "(단일화를) 제안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동석한 이진복 원내수석부대표는 "(후보의 기존 입장에서) 진일보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주 위원장은 "제가 지금 발표하는 것도 의원 전체가 동의한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당·바른정당에 단일화를) 정식 제안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고 부연했다. 만약 두 당이 단일화를 거부할 경우에 대해서는 "더 논의하겠다"라고 답했다.

a

'사퇴' 논의 의총 참석한 유승민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24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후보직 사퇴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 권우성


그동안 바른정당은 한국당에는 '친박(친박근혜) 청산', 국민의당에는 '사드 배치 찬성' 등을 단일화의 조건으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 저지라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 지금까지의 전제조건을 사실상 거두기로 의견을 모았다.

주 위원장은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후보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런 부분을 굳이 고집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일화 시기 마지노선으로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라면서도 "시기적으로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은 투표용지 인쇄 이전(30일)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상욱 대변인은 "오늘 의원총회에서 유 후보는 3자 후보단일화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라면서 주 위원장의 브리핑 내용을 반박했다. 유 후보는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이 한국당·국민의당과 단일화를 두고 접촉한 것에 서운함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계 "단일화해야"... 이준석 "탈당 협박 언급한 의원도 있다"

a

굳은 표정의 바른정당 의원들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 의원들이 24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승민 후보 사퇴 및 후보단일화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유승민 후보와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은 24일 오후 7시 30분부터 의원총회를 열고 5시간에 걸쳐 대선 전략을 주제로 난상토론을 벌였다. 의총에는 바른정당 의원 33명 가운데 해외 출장 중인 김학용 의원과 국토종주 중인 이학재 의원을 제외한 31명이 참석했다. 유 후보는 강원도 유세를 마치고 곧바로 서울로 이동해 회의에 합류했다.

이 자리에서 김성태 의원을 비롯한 일부 참석자들은 직접적으로 후보 사퇴를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단일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음에도 여전히 유 후보의 지지율이 3~4%대에 머물러 있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조선일보>·칸타퍼블릭이 지난 7~8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격차는 5자구도일 때보다 4자 또는 양자 구도에서 더 줄어들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양자 구도를 가정할 경우에는 문 후보(41.4%)와 안 후보(41%)의 격차가 0.4%p에 불과했다. 바른정당 내에서 '반문연대' 단일화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특히 이진복·장제원 등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단일화 압박이 거셌다는 후문이다. 김무성 위원장 역시 직접 발언하며 단일화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유 후보 측근인 이준석 바른정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의총에서 탈당 협박을 언급하면서 후보를 압박하는 의원이 있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반면, 유 후보 완주를 주장한 여론도 적지 않았다. 섣불리 단일화를 시도했다가는 실리와 명분 둘 다 챙길 수 없다는 시각이다. 박인순 의원은 "예사로운 시국이 아니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후보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라며 완주론에 한 표를 던졌다.

의총에 참석한 한 수도권 의원 역시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지율이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해서 사퇴나 단일화를 요구하는 건 별로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며 "만약 단일화로 안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국민의당이 호남에 기반을 둔 당인데 우리에게 장기적으로 득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이기 때문에 단일화 자체가 의미 없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론조사 추세처럼 문-안 격차가 계속 벌어질 경우 단일화를 해도 역전승을 이루긴 힘들다는 뜻이다.

유승민 "국민 마음 열어주실 것" 호소했지만...

의원들이 발언을 전부 들은 유 후보는 참석자들에게 "믿고 따라와달라"라고 호소했지만, 결국 후보 완주 의사와 별개로 3자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유 후보는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저의 지지도나 여러 가지가 기대에 못 미치는 답답한 상황이라서 의원님들께서 걱정이 많으신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라며  "지금부터 가는 길이 아무리 험하더라도 언젠가는 국민들께서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주실 걸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유 후보 지지자들은 의총장 앞에서 '보수의 자존심 유승민' 등의 손피켓을 들고 의원들이 들어갈 때마다 손을 잡으며 "우리가 후보를 지키겠다, 돈 걱정 마시고 잘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혜훈·김세연 의원 등 유 후보 측근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고맙다"라고 답한 반면, 몇몇 의원들은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김무성 의원은 "이거 놓고 얘기하라"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유승민 #바른정당 #단일화 #홍준표 #안철수
댓글7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