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라고 얕보면 '안돼'

구례 참거래 농민장터... 일에 대한 만족도·보람은 더 커

등록 2017.04.25 12:34수정 2017.04.2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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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거래 농민장터에서 일하는 김애희 씨. 회사는 작지만 어디보다 실속 있다고 말한다. ⓒ 이돈삼


"작은 고추가 맵다잖아요. 우리 회사가 그런 것 같아요. 겉으로 보이는 회사는 작지만, 속이 꽉 찼거든요. 실속도 있고요. 우리 회사 최고예요."


김애희(여·33) 씨의 자랑이다. 김 씨가 일하는 곳은 지리산 자락, 구례읍에 있는 '참거래 농민장터'다.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과 도시의 소비자를 연결시켜 주는 직거래 장터다. 유통 비용을 없애 생산자를 돕고, 소비자에게는 농산물을 싸게 사먹을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농산물 쇼핑몰이다.

참거래 농민장터는 겉보기에 아담하다. 직원도 대표를 포함해 3명이 전부다. 하지만 여기에 농산물을 생산·공급하는 지역의 농가가 200여 곳에 이른다. 소비자는 전국 각처에 고루 분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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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참거래 농민장터 모습. 겉보기에 회사라는 느낌보다 집처럼 편안해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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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참거래 농민장터 가족들. 마치 가족처럼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 이돈삼


김 씨가 참거래 농민장터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7월. 전남광역새일센터 취업설계사의 소개를 받았다.

"간호조무사로 일했는데요. 셋째 아이를 낳으면서 그만 뒀어요. 육아 때문에 정신이 없었는데, 조금씩 여유가 생기니 다시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남편의 수입이 있었지만, 세 아이(15살, 12살, 5살)를 키우려면 만만치 않기도 했고요."

김 씨는 출산 전에 했던 간호조무사나 사무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구례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전남광역새일센터를 만난 건 그 즈음이다. 지인의 소개였다.


취업설계사를 만나 상담을 하고 구직 신청을 했다. 셋째 아이의 양육 때문에 정시 출퇴근이 가능하고, 주말엔 쉴 수 있는 일터를 부탁했다. 운이 좋았는지, 며칠 뒤 바로 면접을 보라는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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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거래 농민장터의 누리집. 여기에 올려지는 사진까지도 따로 보정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 그대로다. ⓒ 이돈삼


"솔직히 참거래 농민장터에 대해 잘 몰랐어요. 구례에 있는 줄은 알았지만요. 몇 년간 일손도 놓았던 터여서 부담이 됐지만,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사장님이 많이 배려해 주셨거든요."

김 씨의 회고다. 그녀가 참거래 농민장터에서 하는 일은 누리집을 관리하고 전화와 SNS를 통한 고객 상담, 주문·취소 확인, 농가 연결, 입금 확인 등이다. 셋째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전 8시 30분까지 출근을 한다. 퇴근시간은 오후 6시. 주 5일 근무다.

"고객 상담이 어려웠어요. 막무가내로 항의를 하고, 화를 내는 고객도 계셨는데요. 무섭더라고요. 한때는 그만둘까도 생각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제 경험이 부족한 탓이었어요. 지금은 융통성을 발휘합니다. 좋은 물건, 싸게 줘서 고맙다는 전화도 많이 받아요. 그럴 때 뿌듯합니다."

김 씨의 자랑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팔아줘 농민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보람도 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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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거래 농민장터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들. 일회용 접시 위에 올려놓고 찍은 모습이 눈길을 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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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거래 농민장터의 페이스북에 올려진 사진. 미나리를 소개하면서 미나리를 재배하는 가족의 순박한 모습을 같이 올렸다. ⓒ 조태용


참거래 농민장터는 지난 2006년 조태용(45) 씨가 개설했다. 온라인을 통해 농산물을 팔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유기농단체에 준 것이 계기였다. 사업계획서는 그가 일본에서 휴대전화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서 만들었다.

제안서를 받은 농민단체가 조 씨에게 같이 운영할 것을 강권했다. 지리산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던 조 씨는 내친김에 사표를 내고 귀국을 했다. 구례에 둥지를 틀고 참거래 농민장터를 열었다.

참거래 농민장터에서 파는 모든 농산물은 생산자인 농민이 적정한 값을 매긴다. 소비자에게는 농산물의 품질 상태는 물론 생산자의 정보까지도 소상히 알려준다. 상투적으로 쓰지 않고, 가식 없이 농민들의 이야기를 '생얼' 그대로 보여준다.

"참거래 농민장터는 단 1원의 광고비도 지출하지 않았습니다. 입소문에 따른 재구매와 SNS 활용이 전부죠. 보통 쇼핑몰은 소비자 중심인데, 참거래 농민장터는 농민 편에 섰고요. 그러면서 소비자를 만족시켰죠. 가격도 최저가 수준에서 정하되, 그 이익이 농민한테 돌아가도록 했고요. 한 마디로 싸게, 많이 파는 구조로 해서 이익을 농민들에게 돌려준 거죠."

조 씨의 운영 철학이다. 그는 "농사를 지으며 참거래 농민장터에 농산물을 대주는 농민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나 스스로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도록 살기 위해 노력했고 또 그렇게 살아 왔다"며 강한 자긍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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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거래 농민장터와 거래하는 농민들 사진 앞에 선 조태용 대표. 조 대표는 이 농민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자신 스스로도 부끄럽지 않도록 살고 있다고 말했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참거래 농민장터 #김애희 #조태용 #농산물직거래 #전남광역새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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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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