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보다 지방선거 더 걱정하는 바른당, 유승민만 '골탕'

메아리 없는 '반문재인 단일화' 추진에 유 후보 '완주' 고수

등록 2017.04.25 13:41수정 2017.04.2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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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논의 의총 참석한 유승민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24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후보직 사퇴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 유승민 후보,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구 정책위의장. ⓒ 권우성


오후 7시 20분부터 장장 5시간에 걸친 토론이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의 완주 여부를 두고 벌인 전날(24일)의 설전. 그 끝은 또 다른 논쟁의 시작이었다(관련 기사 : 바른정당, 홍준표-안철수에 '반문연대' 제안 결정).

유 후보는 끝까지 완주 입장을 유지했고, 김무성·주호영·정병국 공동선대위원장 등 당 대표 격 인사들은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의 3자 '원샷 단일화'를 제안했다. 심야 시간까지 의총 상황을 취재한 일부 기자 사이에서는 "이게 뭐냐" "이 결론 보자고 지금까지 기다렸나" 등의 볼멘소리가 나왔다.

결국 '명분 싸움'이었다. 김재경, 이종구, 김성태 의원 등 '후보 단일화' 진영은 '반문 연대'를 내걸었다. 보수 후보가 분열된 상황에서 다시 오르내리는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만은 막아야한다는 주장이었다.

그 동안 유 후보는 사드(고고도방어미사일무기) 배치 입장을 번복한 안 후보와도, '성폭력 모의' 자전 에세이 논란 등에 오른 홍 후보와도 단일화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태껏 비판을 이어온 것을 모두 덮고 '반문 연대'라는 명분 하나만으로 완주를 접는 것은 창당 정신인 '진짜 보수'에도 맞지 않다는 호소였다.

진짜 보수vs. 반문 연대, 바른정당의 답 없는 '명분' 대결

당내 '반문 연대'의 구심점으로 지목되는 인물은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이다. 그 자신은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유승민 측 의원들은 '김무성 배후론'에 의심을 풀지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발언을 종료한 뒤 다시 마이크를 잡고 "비공개회의에서 어떻게 하면 북한을 주적이라고 표현하지 못하는 문재인 후보를 꺾을 수 있는지에 대해 특별한 논의를 더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공개회의 직후에도 "문 후보는 국군 통수권자가 될 자격이 없음을 강하게 느꼈다"면서 "더 깊은 이야기는 고도의 전략이라 말하지 못한다"며 '반문'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암시한 바 있다.


후보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김재경 선대위 부위원장도 "문 후보의 당선이 가시화된 지금, 공동체 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보수 후보 단일화는 시급하고 절대적인 과제"라며 반문 연대를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도 "오늘 선대위원장단 회의가 있다. 여기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면서 "투표용지 인쇄(30일경) 전에 하는 게 제일 좋고, 그 이후에도 (단일화의) 문은 열려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문 연대'라는 명분 또한 당 안팎에서 촉발된 단일화 요구의 배경을 모두 충족하지는 않는다. 그 이면에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꼴찌' 수준의 후보 지지율과 더불어, 창당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당 상황에서 '대의'보다 '살 길'을 찾는 것이 더 급선무라는 주장이다.

한 당직자는 바닥 민심의 척도인 '하부 조직'의 동요 때문에 의원들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 선거는 3년 후지만, 지방선거는 바로 내년이다"라면서 "특히 한국당에서 새로 원외위원장을 선출한 지역구의 동요가 가장 심한데, 지방의원 등 토호들이 바른정당 간판으로는 못살겠다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재보궐선거를 한 30곳 중 단 2곳의 기초의원만 당선된 암울한 상황도 위기감 조성에 한 몫 했다. 당내에서 비교적 성실한 의정 활동을 한 것으로 평가받아온 김영우 의원의 지역구(포천)에서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됐다.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부산 사상)에서는 그와 뜻을 같이 했던 구청장과 시의원, 구의원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을 결심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살점이 뜯겨져 나가는 아픔이다. 저와 생사고락을 함께 해 온 분들이지만 함께 하자고 말할 염치가 없다"는 심경을 적었다.

단일화를 주장한 당내 한 재선 의원은 "근본적인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우리 후보가 지금 꼴찌인데, 부끄러워서 선거운동도 못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주가 지나면 홍준표와 문재인의 양당 대결로 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수와 진보 간 양자 대결에서 이런 것 저런 것 가리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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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 논의 의총 참석한 유승민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24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후보단일화 및 후보 사퇴'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 권우성


완주 포기 않는 유승민, '흡수론' 다시 꺼낸 홍준표

유 후보 캠프 측의 한 인사는 단일화를 주장하는 인사 중 "내년 수도권 단체장 선거에 나오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자기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람들이 이상한 명분을 만들어 분위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보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얘기해온 하태경 의원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반문연대는) 양념이고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벼랑 끝에선 유 후보는 의총 다음날에도 '완주'를 밀어붙였다. 단일화 대상으로 꼽힌 홍 후보를 향한 비난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25일 오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간담회 자리에서 "돼지흥분제를 먹인 강간 미수의 공범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세상이다"라면서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무슨 성폭력 (예방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유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기존 (완주) 입장은 변화 없다"면서 "(토론 기조나 선거 전략도)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 전날 장시간 의총 때문인지 간담회 내내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바른정당 안에서 단일화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재준, 조원진, 유승민과 대통합을 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며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홍 후보가 유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것도 아니다. 수 차례의 TV토론으로 감정이 쌓인 상황에서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오히려 새누리당 조원진, 무소속 남재준 후보와의 '소 단일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있다.

국민의당도 "바른정당에서 (단일화) 제안을 하더라도 논의하지 않겠다. 우리 당에서도 개인적인 의견을 가진 분들도 있지만, 지금은 소위 말하는 '자강론'으로 가겠다"(박지원 대표)고 입장이 정리된 상태다.

유 후보 측의 한 캠프 인사는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는 진영의 '무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합쳐서 안철수가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하고, 이긴다고 하더라도 들러리만 서는 역할이라면 결국 남 좋은 일만 하는 것 아니냐"면서 "후보를 (단일화로) 팔아서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력을 연명하려는 것 아닌가, 너무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김무성 #홍준표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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