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반문연대 단일화' 거부하는 세 가지 이유

[분석] 호남민심 이탈 우려, 단일화 효과에도 의문... 총선 승리 자신감도 작용

등록 2017.04.25 16:46수정 2017.04.2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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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광주 북구 우치로 전남대 후문 앞에서 지역 거점 유세를 펼치며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바른정당 발 '반문재인 3자 단일화' 바람이 25일 발생 하루도 되지 않아 소멸되는 분위기다. 우선 전날 5시간에 걸친 의원총회에서 단일화 추진을 결정했지만, 정작 유승민 후보는 의총 이후에도 여전히 완주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후보가 의지를 갖지 않은 단일화 추진은 힘을 받기 어렵다.

다른 후보들의 반응도 차갑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유 후보와의 단일화에 찬성했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까지 함께 하는 단일화는 거부했다. 게다가 안 후보 측은 아예 후보 단일화 자체를 거부했다. 결과적으로 세 후보 모두를 한 테이블에 앉히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다.

특히 가장 단호하게 거부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안철수 후보다. 안 후보는 세 후보 중에 가장 지지율이 높지만 최근 하락세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0%p 차이로 밀리고 있다. 안 후보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보수층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 보수정당 후보들과의 단일화에 욕심이 날 수 있다. 

그럼에도 안 후보는 꿈쩍하지 않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호남 민심 이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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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지지호소하는 박지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24일 오후 전남 목포역 광장에서 열린 ‘국민이 이깁니다’ 국민승리유세에서 안철수 대선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안 후보의 지지층은 그 경향성을 규정하기 어렵다. 후보 스스로 '진보, 보수' 구분을 거부하며 기존 양당 정치에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이 지지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 민주당에 실망한 야권 지지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 실망한 여권 지지자가 혼재돼 있는 상태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호남에 야권 지지층이라고 볼 수 있다. 안 후보는 정치에 처음 입문한 지난 대선부터 민주당에 실망한 호남 민심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당시 호남은 안 후보가 사퇴하자 정권교체를 위해 문재인 후보에게 전략투표로 몰표를 줬다.


그러나 문 후보가 대선에서 패했고, 안 후보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독자 창당을 준비하자 호남은 또 다시 안 후보에게 상당한 지지를 보냈다, 이후 민주당과 통합, 다시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호남은 안 후보에게 상당한 지지를 보냈다. 그것이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호남 의석 싹쓸이하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호남에서조차 문 후보에게 뒤처지는 여론조사가 계속 나오고 있고, 두 후보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그동안 호남 민심을 안 후보에게 묶어 두었던 '반문재인 정서', '참여정부의 호남 홀대론'이 점차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정당, 특히 '박근혜 세력'이 남아 있는 자유한국당과도 손을 잡는다면 호남민심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 되고 있다. 보수표를 잡으려다 핵심 지지기반을 잃게 될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바른정당 쪽에서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만으로도 호남 민심이 술렁일 수 있다"라며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표를 잃는 꼴이다. 그래서 오늘 박지원 대표가 단일화 제안을 단호하게 끊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단일화 제안이 와도 논의 안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단일화 효과의 실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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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2012년 12월 13일 오후 대전 으능정이 문화거리에서 '아름다운 동행' 합동유세를 펼치고 있다. ⓒ 남소연


안 대표 측이 단일화를 꺼리는 또 다른 이유는 실제 단일화를 이루더라도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지지층이 안 후보에 투표할 것이라는 걸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수 년 동안 수차례 '야권연대'의 후보 단일화 사례가 있었지만 각 후보의 지지율이 단일화 된 후보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열성지지자의 경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잃은 상실감, 단일 후보로 나선 상대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투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게 정치권의 진단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2년 대선의 후보 단일화다. 당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자구도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의 합은 박 후보를 앞섰다. 또 박근혜-문재인, 박근혜-안철수 구도의 가상 양자구도에서도 모두 박 후보를 이기는 조사가 여러번 제기됐다. 두 후보 사이에 단일화 협상이 시작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안 후보가 실제로 사퇴해 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진 이후 상황은 예측과 달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문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당시 여론조사 분석에 따르면 기존 안 후보 지지층 가운데 절반 정도만 문 후보를 지지했고, 나머지 절반은 박 후보 지지와 투표 포기로 반반씩 나눠졌다. 이 같은 경향은 최종 결과까지 이어졌다.

현재 구도 역시 비슷하다. 문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안 후보와 양자대결을 가상한 조사에서 박빙을 이루고 있다. '반문 3자 단일화'가 거론 되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단일화를 이뤘을 경우 홍 후보의 지지층과 유 후보의 지지층이 안 후보를 100% 지지할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지난 총선의 학습효과

안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가 실패하는 모습을 본 것에 이어 지난 총선에서는 '야권연대', '후보 단일화'가 없어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일종의 학습효과다.

안 후보는 지난해 4월 총선에 다가올수록 당내에서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압박을 받았다.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 천정배 당시 공동대표가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를 강하게 주장했다. 호남에서는 경쟁하지만,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개헌선 확보를 저지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는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실제로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안 후보는 야권연대를 끝까지 거부했다. 결국 국민의당은 호남 의석을 쓸어 담고 정당득표에서도 더민주를 앞섰다. 수도권에서는 자신을 포함해 2석밖에 얻지 못했지만 상당수 지역에서 당선권까지 가는 후보들이 많았다.

안 후보는 지금도 비슷한 상황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에게 뒤지고 보수정당 후보들과의 단일화 압박이 있지만 이를 단호하게 뿌리치는 것이 오히려 당선 가능성을 높인다는 판단이다.

국민의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여론조사가 불확실하다는 것은 지난 총선에서 이미 드러났다"라며 "지지율이 빠지면서 실망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지만 우선 안 후보가 당선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의지를 믿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단일화 #홍준표 #문재인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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