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 5년 전 약속한 차별금지법에 '유보적'

[그것이 묻고싶다] "기독교 앞에서 작아진 후보들"

등록 2017.04.25 22:42수정 2017.04.2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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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에 차별금지법 제정 약속을 촉구했다. ⓒ 김도희


유력 대선 후보들이 실효성·강제력이 있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4년 전의 약속을 져버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수 개신교계의 '표심'을 의식해 기본적인 인권보장 약속마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극적인 후보들을 비판했다. 이 단체는 지난 4일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김선동 후보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공개질의 했다.

이날 공개한 답변에 따르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김선동 민중연합당 후보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마이뉴스 19대 대선톡 그것이 묻고싶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따르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두 후보는 지난 대선과 이번 대선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의 인권선언'을 통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약속했던 문 후보는 이번 공개질의에 "평등을 저해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 정책을 마련하겠다"면서도 "사회구성원들 간의 설득과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또한 지난 2012년 대선후보 인권공약 검증토론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던 안철수 후보는 이번 질의서에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하지 않았다.


보수 기독교 눈치 보느라 2012년 입장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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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에 차별금지법 제정 약속을 촉구했다. ⓒ 김도희


이 같은 답변에 대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적폐에서 가장 중요한 불평등, 차별에 대한 포괄적 금지법 제정에 상의한 대선 후보들의 답변은 새로운 민주주의 변화를 바라는 시민에게 무척이나 실망스럽다"며 "아주 무성의하게 답변해준 후보도 있고 좋은 말만 가득 담아 입장이 모호한 후보도 있다"고 비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사회적 합의를 말할 때 염두에 두는 것은 일부 보수 기독교 집단 등 차별선동 세력"이라며 "소수자 인권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올수록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기에 '사회적 합의'로 차별금지법을 유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강자 참여연대 대표는 "모든 차별을 포괄해 금지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17, 18, 19대 때 정치인들이 포기했다. 비겁하기 짝이 없다"며 "지난 20일 기독교 공공정책협의회에 대선 주자 캠프에서 모두 참석해,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홍준표 후보 캠프 정치인들이 차별금지법 제정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정치인들이 기독교 앞에서 작아지는 모습을 보인다"고 분노했다.

민김종훈(자캐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신부는 "인권의 이름 앞에 누군가의 고통을 계량화하고 비교할 수 없다"며 "대선 후보 대부분이 이런 문제에 깊은 고민이 적어 보인다. 일부 후보는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아야 하는 사회에, 성소수자는 일부 종교계의 요구나 출산율 때문에 차별 받아도 되는 것처럼 주장한다. 심각하고 웃지 못할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김재왕 소수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사회통합을 원하는 대선후보들에게 "사회통합을 원한다면 그 첫걸음으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답변서를 보면 유력한 대선후보일수록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말을 흐렸다. 차별을 가만두는 것이 그들의 사회통합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 3호는 차별금지 사유를 포괄하고 있지만, 차별에 대한 실체적 규정과 강제력, 혐오표현 규제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은 헌법상 평등권을 구체화하는 기본법으로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해왔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19대 대선후보 #공개질의 #문재인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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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인턴기자 김도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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