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 세월호 이용한 공방 이제 그만

세월호 유가족이 보내는 충고

등록 2017.04.26 05:40수정 2017.04.2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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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3주기인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앞 무대에서 추모식에 참석한 대선후보들이 분향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 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 ⓒ 이희훈


엄동설한에 광장을 뜨겁게 밝혔던 촛불 혁명이 5월 9일 대통령 선거를 향해 이어지고 있다.

억울한 참사로 인해 자식의 상여를 메었던 부모의 입장에서, 지난 박근혜 정권에게 당했던 섭섭함은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리지만 그래도 많은 국민들이 함께 촛불을 들어 주셨기에 외롭지 않게 살아왔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에게 새 시대를 여는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미래에 대한 가슴 설렌 희망을 품게 된다.

산모가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해 산고를 이겨 내듯, 우리가 험한 세월을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라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당선권에 근접한 일부 후보자들의 무차별적인 네거티브 공방을 목격하면서 "과연 우리의 미래를 저들에게 맡겨도 될 것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새 대통령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공정한 나라, 힘 있는 나라를 건설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꽃길보다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자리에 출사표를 던진 사람들이 비장한 각오로 자신의 정치적 비전과 역량을 선전하기보다는 표를 의식해 세월호 참사 같은 가슴 아픈 소재를 이용하는 것은 소리 높여 비판하고 싶다. 또한 그들의 그러한 행위는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욕보이는 비인간적인 행위가 분명하다.

진정으로 국민 위하는 대통령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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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는 유가족과 시민들 세월호참사 3주기를 하루앞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월 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매우 전문적인 일부 영역을 제외하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만큼 잘 아는 사람들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잘못된 대통령과 정부 덕분에 겪지 말아야 할 경험을 참 많이 했다. 죽어도 인정하기 싫었던 대통령을 비롯하여 각계각층의 사람을 만나 보았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도움과 비난도 받아 보았다. 굶고, 걷고, 머리를 깎고, 찬 이슬을 맞는 등 정상적인 인간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희생자 부모라는 이름 하에 다 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현재 출사표를 던진 대선후보들이 세월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과거에 어떻게 행동을 했는지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누구의 말이 옳고 누구의 말이 틀린 지 변별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현시점에서 나는 그들의 정치적 신념과 공약에 대해 옳고 그름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참사 발생 당시 애써 무관심했거나 소극적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지금에서야 표를 의식하여 팽목항과 목포신항, 분향소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일을 곱게 볼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물며 표를 의식하여 사실과 다른 네거티브에 우리 아이들을 악용하는 부당한 행위를 보고도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성인군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나는 세월호 참사 네거티브 공방과 관련하여, 미래 권력에게 감히 한마디 충고를 전하고 싶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 역사에 길이 남고 싶은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세월호 참사에 당당하게 접근하길 바란다. 세월호와 관련된 상대방의 약점을 밟고 우뚝 설 생각만을 할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우리가 한결같이 소망하는 새 대통령은 "뒤늦게 인양된 세월호에서 하루빨리 아홉 분의 미수습자를 찾아서 가족의 품으로 보내주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제2기 특조위(선체조사위 포함)를 조속한 시일 내에 구성하고, 그들의 활동을 기간과 예산의 측면에서 충분히 보장해야 하며, 참사와 관련하여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책임을 지게하고, 순직한 기간제 교사를 정교사와 차별하지 아니하며, 국가의 안전시스템을 개조하여 이 나라 이 땅에서 영원히 대형 참사를 추방할 수 있는 후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선거는 매우 잘못된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는 성격의 선거이기에 새 대통령은 박근혜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기대감에 부푼 국민들을 "행복의 나라"로 이끌 자신이 없다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중도하차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촛불 혁명과 함께 세계인들이 놀랄만한 선거운동이 남은 기간에 전개되길 강력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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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누운 형태의 세월호 내부 수색을 위해 작업자가 우현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한 계단(워킹타워)이 16일 설치됐다. ⓒ 해양수산부 제공


#세월호 #네거티브 #박근혜 #선거공약 #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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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범한 회사원 입니다. 생각이 뚜렷하고요. 무척 객관적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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