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고 세계여행, 현지인들 반응은?

[가족세계여행] 한복으로 세계친구 사귀고 자긍심 높이는 법

등록 2017.04.27 11:10수정 2017.04.2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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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의 프리스티나에서 한복 휘날린 날. 숙소에서 뉴본(New Born)까지 걸어갔다 오느라 한복도 우리들도 고생했다. ⓒ 김광선


세계여행을 위해 짐을 싸면서 한복을 가져가자, 말자로 남편과 이틀간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었다. 결국 네 식구 모두의 한복을 가져왔고 날씨가 화창하고 새로운 도시가 마음에 들면 한복을 입고 광장이나 바자르를 다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마디 툭툭 던지는데, 제일 반응이 좋은 곳은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터키 사람들이다. 터키 해양도시 안탈리아에서 시계탑 중심지에서 시작해서 칼레이치 선착장(2세기부터 지중해를 오가는 배들이 쉬어가는 일종의 정거장)까지 걸어갔다가 케밥을 먹고 오는 데, 보는 사람들 마다 웃으면서 말을 건다.


"예쁘다. (Beautiful)"
"멋져.(Very good)"
"오, 전통복장이구나.(Oh, it's traditional dress)"
"사진 좀 같이 찍자.(Photo, Photo )"

처음엔 어색해서 어쩔 줄 모르다가 몇 번 포즈 잡고 신난 아이들과 우리 부부. 한국 홍보 대사가 되어 배경까지 바꾸어 주면서 사진을 찍어드렸다.

"한복이라고 해. 우리는 한국에서 왔어.(This is Han-bok. We're from Korea.)"

기모노라고 말하는 어떤 사람 때문에 지나가면서 계속 '한복'을 힘주어 외쳐댔다.

"한복이야, 한복 (기모노 아니야!)"


"아이고 힘들어."
"더워."
"불편해."

숙소에 가자마자 한복을 벗어 던지고 궁시렁궁시렁. 그래도 뭔가를 해냈다는 뿌듯함과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은 7살 규호와 10살 민애에게도 자연스러운 감정인가 보다.

"엄마, 한복이 예뻐서 좋아."
"사람들이 자꾸 쳐다봐서 싫었는데, 이젠 같이 사진 찍는 게 재미있네."

전통 옷 입고 짜증낼 수 없으니, 환하게 웃고 우아하게 걷고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최대한 품위를 지키느라 힘들었다.

터키 친구 에멜이 입은 한복.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사랑하게된 에멜은 한복을 입고 무척 행복해했다. ⓒ 김광선


한복 사랑이 언제부터였을까. 어머니와 손혜원. 두 분이 떠오른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는 "한복을 자주 입어봐야 어색하지 않아" 하시면서 명절은 물론 생일에도 꼭 입혀주시고 본인도 곱게 한복을 차려입으셨다.

난 화려한 빛깔과 아름다운 자수가 마음에 들어 한복을 입고 엄마놀이를 하거나 명절 일주일 전부터 한복을 꺼내서 챙겨놓곤 했다. 중학교 올라가면서 한복과 전혀 상관없이 지내다가 손혜원 국회의원, 2013년 당시 크로스포인트 대표였을 때 찍은 영상을 보고 한복을 다시 마음 속에 품게 되었다.

분홍색과 회색이 어우러진 저고리 한복을 차려입고 나타난 손혜원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복심포지엄 <한복의 미래, 입어서 자랑스러운 우리 옷> 발표에서 당차게 요구했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한복을 입고, 각자 생활 속에서 여러 스타일로 바꿔서 시대에 맞는 편안한 옷으로 입자고.

"그래, 나도 한복입고 학교 가고, 해외여행도 한복 입고 다녀야지."

다행히 혼자 뻘쭘하지 않게 남편과 아이들이 도와주었다.

"같이 입자. 세계 친구들 사귀고 관심 끌면서 더 재미있는 일들이 생길 거야."
"그래."

남편은 한복을 입고 나이가 10살은 더 들어보였지만, 아이들은 매일 추리닝 바지에 티 하나 입고 다니다가 분홍색 빛 좋은 한복을 차려입으니 그럴싸해 보였다.

"공주님, 왕자님, 내일은 어디를 입고 나가 볼까요?"

터키 카페트 가게 주인이 어서 들어오라며 한국과 터키가 전통으로 만나야 한다며 가족 사진을 찍어주셨다. 카페트 꼭 사라며 꼬시면서. ⓒ 김광선


한복입은 우리 모습을 보고 저기 멀리서 쫒아온 터키 가족. 옆에 여자분이 너무 과한 애정 표현을 해서 힘들었다. ⓒ 김광선


#한복 #세계여행 #터키 #기모노 #전통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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