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유세현장 찾은 덕후들, 사복경찰이 몰려왔다

[체험기] 주권자들의 대선 덕질, 유승민 후보 유세현장을 강타

등록 2017.04.27 15:52수정 2017.04.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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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게 웃고있는 후보들을 볼때면 주권자 시민들은 단순히 한 표 행사하는 그림자에 불과한것인가 자괴감이 들때가 있다 ⓒ 강홍구


"좌파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능력 있는 기호 4번 유승민 후보를 지지해 주십시오."

기대 반 긴장 반을 머금은 채, 26일 오후 4시 30분께 이대역 3번 출구에 도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끌벅적 기호4번을 외치며 지지를 호소하는 유세차량을 찾을 수 있었다. 3번 출구 인근에 정차한 차량 1대와 자전거에 탄 선거운동원들을 보니 비교적 간소한 규모에 뭔가 짠한 감정이 밀려왔다.

대선이 채 2주도 남지 않았지만 다수 시민들은 여전히 한 표 행사하는 게 전부인 절반의 주권자다. 거리벽보에서 어색하게 웃고 있는 후보들을 바라볼 때면, '우리는 그저 누군가를 지지하거나 반대만 할 수 있는 그림자에 불과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선 TV토론도 벌써 네 차례나 지나갔지만, 이 후보 참 괜찮다 싶은 눈에 띄는 정책이나 담대한 비전하나 기억에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인지 썩 개운치 않다.

1600만에 달하는 촛불시민들이 박근혜 정부를 파면하고, 선거일까지 바꿨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시민들의 열망을 실현할 '진짜민생' 경쟁은 애석하게도 주요의제에서 사라진 느낌이다. 때문에 광장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온 시민단체들은 가만있을 수 없었고, 지난 4일 300여개 단체들이 함께 2017대선주권자행동을 결성했다.

이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주권자가 간다!> 캠페인에 동행해보았다. 방식은 언뜻 보기에는 간단했다. 이번 대선에 관심이 많고 후보들에게 직접 주권자의 권리를 주장하고픈, 일명 '대선덕후'(아래 덕후)들과 함께 목소리를 생생히 전달하면 끝! 지난 4월 17일 문재인 후보를 시작으로, 2차 심상정, 3차 안철수에 이어 네 번째 순서로 유승민 후보를 찾아가는 날이었다.

20대 표심 공략하려 온 분들, 맞나요?

26일 오후 이대3번출구 앞, 유승민캠프 유세단원들이 자전거에 타고 유세를 준비하고있다 ⓒ 강홍구


일행이 교통정체로 지각을 했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20여분 동안 유승민 캠프의 유세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후보가 도착하기 전 사전행사는 준비가 부족해보였다. 서울지역, 특히 대학가에서 20대의 표심을 공략하려면, 청년층에 맞는 공약과 발언들을 내놓아야 할 텐데, 마이크를 잡은 캠프관계자들은 유승민 후보의 유능함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바른말 하다 박근혜정부의 탄압을 받은 이력, 좌파세력에게 정권을 넘길 수 없다는 등의 철지난 색깔론까지, 고령의 보수층에게 어필할 법한? 매력 없는 말잔치를 이어갔다. 이 때문인지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청년들을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오후 4시 55분쯤 유승민 후보가 도착하고 나서야, 악수와 인증샷을 찍는 청년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덕후들도 삼삼오오 모여들어, 피켓을 들고 본격적인 캠페인 준비에 들어갔다. 막 시작하려던 찰나 중년남성 두 명이 다가왔다. 나중에 정보과 경찰이라고 밝힌 그들은 공직선거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거론하며 중단을 요구했다.

몇 분간 실랑이가 이어졌으나, 후보와 행렬을 따라 10여 명가량의 덕후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복경찰들은 집시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전 과정을 채증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유동인구가 많은 이대 앞거리의 수많은 인파가 후보를 따라 정문 쪽으로 움직였고, 경호 인력의 밀착마크 때문에 후보와 대화를 나눌 만큼 다가가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다행인지 안철수 후보 유세에서처럼 접근 자체를 봉쇄당하지는 않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참여자에 따르면, 유세시작부터 경찰 혹은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물리력을 행사해 덕후들을 고립시켰고, 피켓을 빼앗았으며 일부는 파손까지 했다고 한다. 지지자들까지 함께 어우러져 축제분위기를 만들었던 문재인·심상정 후보의 유세와는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고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집시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 경찰의 으름장

26일 이대역 3번출구 앞, 유승민캠프가 본격적인 유세에 앞서 사전행사를 하고있다. ⓒ 강홍구


연행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집시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경찰의 으름장은 재차 반복되었다. 다른 참여자는 이런 상황을 지적하며,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자유는 유니콘이나 봉황처럼 실체가 없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에 더해 "현행 공직선거법을 준수해 피켓에 후보자 이름을 명시하지도, 지지와 반대를 표명하지도 않았고, 단지 정책에 관한 질문 또는 의견만 적었을 뿐"이라며, 이것이 채증과 반복적인 경고를 받아야하는 범죄냐고 되묻기도 했다.

결국 덕후들은 피켓을 들고 후보 주변을 서성이며 질문을 던져야했다.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고, 26일 새벽에 갑작스럽게 배치된 사드대한 비판과 질문도 쏟아졌다. 사드를 본인 지역구에 배치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성주에는 배치해도 되는가를 물었다는 참여자는, "사드 배치에 반대한 적 없으며, '학생 같은 사람을 지켜주려고' 배치하는 거니 이해해 달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너무 '따뜻하게' 찬성해서 더 이야기할 의욕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한동안 '나 혼자 말하고, 나 혼자 답하는' 노래가사 같은 시간이 이어졌다. 30~40분 정도 지났을까? 두 팔 벌려 하늘높이 피켓을 들고 있자니, 마치 벌을 서는 것 같았다. 반쯤 포기하고 앞쪽에서 잠깐 쉬려던 찰나, 유승민 후보가 서서히 다가왔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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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님 대부업체 특혜금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6일 이대 거리 앞에서 진행된 유승민후보의 유세현장에서 주권자가 간다 대선덕후 참가자가 대부업체 특혜금리 폐지를 촉구하며 견해를 묻고있다 ⓒ 강홍구


미리 진을 빼서 그런지, 목소리는 덜덜, 심장은 쿵쾅쿵쾅, 말도 더듬으며 대부업법 상 특혜금리 조항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촉구했다. 유승민 후보가 명확한 공약을 내놓지 않았고, 하현철 바른정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최고금리 인하에 대한 난색을 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부연하면 외환위기 이후 대부업체 양성화를 명분으로 제정된 대부업법은, 엉뚱하게도 이자제한법의 예외를 인정하는 특혜금리를 넣었다는 문제가 있다. 개인 간 금전거래는 여전히 이자제한법이 적용되지만, 대부업체를 포함해 2금융권 업체들이 무더기로 특혜금리를 인정받아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치솟았다. 연간 66% 수준으로 출발한 특혜금리는 조금씩 내려왔지만, 외환위기가 20년 전 과거의 일이 된 현재까지도 여전히 27.9% 수준에 머물러있다.

대부업 특혜금리를 폐지하고, 최고금리 20%이하로 대출이자를 정상화 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아직도 대부업체 특혜금리를 유지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혹시 친 대부업체 후보신가요? 따뜻한 보수, 개혁적 보수를 표방하지만, 친 서민 경제관이 의심됩니다! 이 말은 차마 목구멍을 넘지 못했다. 어영부영 던진 질문에 '잘 알겠다'는 답변이 반복되었고 찰나의 시간은 지나갔다.

덕후들과 악수하며 훈훈한 마무리 연출

오후 5시 54분께 유동인구가 줄어들며 점차 유세는 마무리되었고, 덕후들은 '따뜻한 보수'라는 그의 캐치 프레이즈가 단순 레토릭에 그치지 않기를 기원하며, 이대정문 앞에서 "따뜻한 보수 파이팅"을 외치고 캠페인을 마쳤다. 마침 신촌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차에서 이 광경을 본 유 후보는 마음에 들었는지, 덕후들과 악수를 하며 훈훈한 마무리를 연출했다.

성주를 잊지 말고, 꼭 찾아달라는 한 참여자의 진정어린 호소에 알겠다고 끄덕이던 그의 모습은 나름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피곤하고 고생이긴 했지만 미약하게나마 내가 주권자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직 미완이지만 우리들이 꾸준히 요구하고 행동에 나선다면, 가까운 미래에 주권자로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살짝 맛봤다.

주권자행동에서는 남은 2주 동안 주권자가 간다 캠페인을 함께 만들어 갈 대선덕후들을 모집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2017대선주권자행동 누리집에서 확인가능하다.
#2017대선주권자행동 #주권자가간다 #대선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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