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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이청용, 두 남자가 전해준 진한 아쉬움

[해외축구] 토트넘,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에서 1-0 승리

17.04.27 10:48최종업데이트17.04.2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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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토트넘 홋스퍼·왼쪽)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첼시와의 4강전에서 주심 마틴 앳킨슨에게 페널티킥 판정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유럽 무대 한 시즌 최다 골(19골) 기록 경신에 실패한 가운데 토트넘은 첼시에 2-4로 져 FA컵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 EPA/ 연합뉴스


최근 리그 4경기 연속골이자 5골을 기록한 손흥민이 충격적이었던 '윙백' 출전에 이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돼 팀 승리에 힘을 실었지만, 아쉬움을 숨기기 어려웠다. 윙백 출전으로 인해 느껴야 했던 현지 언론과 팬들의 비판에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었다.

토트넘 홋스퍼가 27일 오전 4시(한국 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탈 팰리스와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리그 8연승과 함께 승점 74점을 기록하며, '선두' 첼시를 승점 4점 차로 추격하게 됐다.

손흥민 대신 스리백 택한 포체티노 

이번에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스리백이었다. 최근 리그 경기에서 아스널과 레스터 시티, 리버풀을 상대로 2승 1무를 기록한 크리스탈 팰리스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았던 만큼, 토트넘은 안정적인 수비에 중점을 뒀다. 따라서 부상에서 돌아온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에 밀려 자리를 잃은 손흥민은 선발 명단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손흥민 윙백'에 이어 또 실패했다. 토트넘은 크리스탈 팰리스의 강력한 전방 압박과 빠른 역습에 여러 차례 흔들렸다. 특히, 무사 뎀벨레와 빅토르 완야마가 상대와 중원 싸움에서 완전히 밀리면서 전진하는 데 애를 먹었다. 공격의 속도가 느려지다 보니 전방의 케인과 알리도 고립되는 모습이 잦았다.

결국,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손흥민과 무사 시소코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전반전의 토트넘이 중앙뿐 아니라 측면 공격도 답답했던 만큼, 스피드가 있는 두 선수를 활용해 공격을 풀어나가겠다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토트넘의 공격은 전반전보다 위력적이었고, 분위기도 주도했다.

손흥민은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조엘 워드의 반칙과 옐로 카드를 이끌어내는 등 측면에서 상대 수비의 시선을 끌어주면서 중앙만 고집하던 팀 공격의 다양성을 더해줬다. 그 덕분에 중앙에 위치한 알리와 오른쪽 측면 카일 워커의 움직임도 살아날 수 있었다. 그러나 토트넘은 득점이 터지지 않아 답답했다.

토트넘이 측면 위주로 공격을 풀어나가자 앤드로스 타운센트와 윌프레드 자하의 수비 가담이 늘어났고, 중앙에 밀집한 수비 역시 더 강한 집중력을 보여줬다. 시간이 흐를수록 압박의 강도를 낮추는 대신 페널티박스 부근을 지키면서, 슈팅 시도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이때 에릭센이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32분 골문과 굉장히 먼 거리에서 볼을 잡은 에릭센이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이것이 골문 하단 구석을 갈랐다. 압도적인 분위기와 여러 차례 공격에도 불구하고 유효 슈팅도 없었던 토트넘에게 매우 귀중한 득점이었다. 이 골로 토트넘은 원정에서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었고, 리그 막판 역전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손흥민은 얼마만큼 잘해야 하나

손흥민의 후반전 투입 이후 토트넘 공격이 살아난 것은 사실이다. 그의 드리블 돌파와 공간 침투가 크리스탈 팰리스 측면 선수들의 공격 가담을 자제하도록 했고, 상대 수비진에 부담감을 더해줬다. 그러나 손흥민은 4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던 얼마 전과 달리 몸이 매우 무거워 보였다.  

드리블은 성공한 횟수보다 실패가 훨씬 더 많았고, 동료 선수들과 호흡도 매끄럽지 않았다. 동료의 패스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볼이 앞으로 튀어나가는 모습이 자주 나왔고, 중앙으로 침투하는 움직임도 위협적이지 못했다. 윙백으로 출전하기는 했지만, 첼시전에 이어 이날도 장기인 슈팅은 단 한 차례도 시도하지 못했다.

물론 이날 크리스탈 팰리스 수비진이 완벽에 가까운 조직력을 뽐내기는 했다. 포백 수비진과 미드필드진 사이 간격을 매우 좁게 가져가면서 슈팅을 내주지 않는 데 집중했고, 측면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토트넘의 공격을 약화시켰다. 그 결과 케인과 알리, 결승골을 기록한 에릭센도 이전과 같은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더욱 손흥민에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연이은 득점포 가동과 침묵을 반복하던 시기에는 '기복'이란 이유가 그의 선발 명단 제외 명분을 제공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가 않다. 부상에서 돌아온 케인이 최근 리그 3경기에서 1골, 알리는 4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반면 손흥민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최근 5경기에서 5골을 뽑아냈다.

'9월의 선수상'에 이어 '4월의 선수상' 유력 후보로 떠올랐고, 시즌 20골 이상의 득점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 손흥민의 상승세를 가로막았다. 특히 첼시전 윙백 기용은 정말 아쉽다. 몸 상태가 가장 좋은 시점에 윙백으로 출전하며 패배의 원흉이 됐고, 현지 언론과 팬들의 큰 비판을 피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손흥민도 사람이기 때문에 포체티노 감독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고, 잇따른 비판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손흥민의 무거운 몸놀림에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본다. 선수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이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물을 냈음에도 좌절해야 하는 상황만큼 억울한 것은 없다.

아직 28세 이청용, 뛰는 모습이 간절히 보고 싶다

▲ EPL에 나선 이청용 지난 2015년 8월 29일, 영국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첼시와 크리스탈 팰리스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크리스탈 팰리스의 이청용이 첼시의 디에고 코스타와 맞서고 있다. ⓒ 연합뉴스/EPA


이날 경기에서는 포체티노 감독의 손흥민 활용 못지않게 아쉬운 점이 또 있었다. 바로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활약하는 이청용의 연이은 결장이다. 이청용은 박지성 이후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확실한 재능이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2골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이던 볼턴 원더러스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등 부상만 아니었다면, 그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 확실하다.

최근 이청용의 상황은 정말 최악이다. 이번에도 이적 대신 잔류를 선택하며 크리스탈 팰리스에 남았지만, 지난해 1월 이후 공식 경기 출전이 없다. 벤치에 앉는 것도 보기 어렵고, 유소년 리그나 2군 경기에 나섰다는 소식만 들려온다. 아직 28세에 불과한 만큼, 더 이룰 것이 많고 보여줄 것도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은 정말 아쉽다.

물론 이청용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데는 본인의 잘못이 가장 크다. 그는 숱한 이적 제의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 남아 3년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 2015년 겨울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하며 프리미어리그 재입성에 성공했지만,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며 경기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맞이했다. 그럼에도 이적이 아닌 잔류를 선택하며 두 시즌을 버텼고, 아쉬운 시간을 허비했다.

볼턴에서 활약했던 20대 초반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앞으로 유럽 내 이적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이청용은 한국 최고의 재능이었고, 꾸준하게 경기 출전만 이루어졌다면 부상 이후 확실한 부활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마지막이었던 '코리안 더비', 손흥민과 이청용은 또다시 만나지 못했다. 이청용의 프리미어리그 내 이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두 선수의 만남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세가 꺾인 손흥민과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이청용. 박지성 이후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는 두 선수의 이루어지지 못한 만남이 그 어느 때보다 씁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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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이청용 토트넘 VS 크리스탈 팰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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