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단일화, 프랑스에는 없다"

[인터뷰] <빠리 정치 서울 정치> 저자 최인숙

등록 2017.04.28 09:59수정 2017.04.2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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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단일화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단일화) 하실 겁니까?"
"무슨 이유로 물으시는지 모르지만, 저는 단일화하지 않는다. 후보 동의 없이 단일화가 안 되는 거 잘 아실 것 아니냐. 문 후보님이 왜 그렇게 그 문제에 관심이 많나. 뭐 잘못될까 봐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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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 정치 서울 정치> 최인숙 저 ⓒ 매일경제신문사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25일 공동으로 주최한 대선후보 TV토론 중 한 장면이다. 문재인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공통으로 질문한 것에 대한 유승민 후보의 답변이었다.


바른정당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이 국민의당과 한국당에 '원샷 단일화'를 제안한 다음 날이었다. 단일화 대상으로 거론된 안철수, 홍준표 후보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단일화는 없다." 그래도 일각에서는 아직 단일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관련 뉴스가 나오는 걸 보면.

이런 우리 대선을 프랑스 시민들이 지켜본다면 의아할 것 같다. 유승민 후보 말마따나 왜 그렇게 단일화에 관심이 많은지 궁금할 것 같다. 왜냐고? 프랑스에서는 그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최인숙 저 <빠리 정치, 서울 정치>에 그 이유가 나온다.

"프랑스 정치는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부터 극좌인 좌파까지 한없이 넓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인정했다. 거기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단일화를 하느니 마느니 하는 잡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7, 8개 정당이 각각 후보를 한 명씩 내고 치열한 아이디어와 정책 대결로 1차전을 치른 후 그중 승리한 두 후보가 2차에서 결투를 벌이는 결선투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치와 한국 정치가 다른 게 이것뿐일까. 아니다. 대통령의 신년사부터 국가 비상사태를 대처하는 리더십, 여성 정치인 부재, 검찰 정치 등 많아도 너무 많다. 저자 최인숙 박사를 지난 25일 만나 프랑스 정치와 다른 한국 정치에 대한 이야길 나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단일화, 프랑스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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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 정치, 서울 정치> 저자 최인숙 ⓒ 최은경


- 대선 직전 인터뷰라 한국과 다른 프랑스 선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단일화하는 모습을 프랑스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고 썼는데.
"이번 프랑스 대선의 경우 11명의 대선 후보자가 나왔다. 프랑스에는 전통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 보니까 '단일화를 하자'고는 하지 않는다.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가 지난 2월 공금횡령 혐의 스캔들이 터지면서 다 된 선거를 놓쳤다. 그 결과 4월 23일 1차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이 24%를 얻어 1위에 올랐다. 극우 진영의 마린 르펜(국민전선) 후보가 21.3%, 우파 진영의 피용 후보가 20%, 극좌 진영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가 19.5%를 받았다. 한국 같았으면 단일화가 충분히 있어서 피용이 1등을 할 수도 있었다. 20%를 얻은 피용과 피용과 색깔이 비슷한 '일어서라 프랑스'(Debout la France)의 니콜라 듀퐁에냥 후보가 얻은 4%를 합했다면 이길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러나 한국처럼 야합 이런 걸 하지 않는다. 1차 선거 이후 한국처럼 비난하는 게 아니라 가십거리처럼 '이 사람이 없었으면 피용이 된 거였는데...' 그런 기사가 조금 나온 걸 봤다."

- 결선 투표제 때문에 안 하는 건가?
"그렇기도 하지만 프랑스는 (선거에서 이기는 것보다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호한다. 이번 선거가 끝나고는 어떤 분위기가 형성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항상 공화당과 사회당이 결선에 올라갔다(오는 5월 7일 1차 결선투표 1, 2위가 겨루는 2차 투표에는 마크롱, 르펜 후보가 나선다. 지난 1958년부터 정권을 잡아온 공화당이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기자 말).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마크롱이 올라가든 안 올라가든 르펜이 결선에 올라가는 것은 거의 확실했다. 그런데도 르펜을 1차 결선투표에서 제거하기 위해 우리처럼 단일화해야 한다는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 우리와 다르긴 참 다르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프랑스 정치를 미화하기 위해 쓴 글은 아니라고 밝혔다. 왜 그런가.
"우선, 프랑스 민주주의 역사를 한국과 비교할 수 없다. 프랑스는 200년이 넘었지만, 한국은 지난 1987년 이후가 고작이다. 또 민주주의가 우리 것이 아니다. 서구에서 시작한 거다. 단지 프랑스의 경우는 시행착오를 겪는다. 가령 자기네들이 옷을 만드는데 크면 줄이고, 작으면 늘리면서 맞춰간다. 한국 같은 경우는 서구의 것을 들여와 그냥 쓴다. 거기에서 오는 부작용이 있다."

- 아무래도 칼럼을 쓴 시기와 박근혜 정부 집권 시기라 그런지,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지적이 많더라. 특히 프랑스 대통령에 비해 박근혜가 잘못한 게 있다면 뭘까.
"예를 들면 문창극 총리 임명할 때 국민 여론이 들끓었다. 이 정도면 (대통령으로서) 어떤 액션이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럴 때 프랑스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궁금해서 확인하고 칼럼을 쓰기도 했다. 물론 단순 비교하는 것이 리스크가 있다는 것도 알지만 '프랑스는 이걸 어떻게 했지?' 궁금해서 쓴 거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불만이 컸던 게 뭐냐면, 심지어 자기가 잘못했다 할지라도 국민 앞에 나와서 자기방어를 해야 한다고 본다. 어찌해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해명해야 했다. 극단적으로 왜 최순실과 그렇게 됐는지 변명이라도 좋으니까 자기방어를 시도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안 했다. 이런 사람이 우리의 지도자라는 게 한심했다. 물론 언변이 없어서 못 했겠지만 그런 액션을 한 번도 취하지도 않고 아웃되었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그런데 지지율 6% 올랑드 대통령은 달랐다. 프랑스 대통령제는 현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두 번째 대통령 선거에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올랑드 지지율이 너무 낮으니까 사회당 내부에서 말이 많았다. 결국 지난 1월 올랑드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기 능력으로서는 좌파를 끌어모을 수도, 국민을 끌어모을 수도 없다'고 했다. 대선에서 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대통령으로서 실패했다'고 인정한 건 아니었다.

올랑드는 4년간의 대통령 리더십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었다고 자료를 준비해 조목조목 따졌다. '경제정책 실패한 게 아니다, 실업정책 실패한 게 아니다'라고. 물론 우파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내가 박근혜에게 기대했던 것도 '내가 했던 것이 전부 실패는 아니었다, 이런 부분에서는 잘했던 게 있다' 이런 거다. 국민을 설득하기도 하고, 국민이 동의를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대통령으로서 국민 앞에 나와 설득해보려고 시도해 볼만 한데 그거조차 못했다."

- 프랑스에서 여성인권 신장을 위해 관심을 가진 것이 최근의 일이라 놀랐다. 2012년 대선 공약으로 성희롱 법 제정을 이슈화했다고 썼다. 우리도 지난해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이후로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프랑스는 1970년대를 넘어오면서 시몬 베유라는 보건부 장관이 베유 법(임신중절 합법화)을 만들었다. 프랑스 사람들이 지금까지 베유를 기리는 이유가 뭐냐면 임신중절법이 여성 해방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가톨릭의 나라다. 힘이 크다. 베유 법이 제정되기 힘들었던 이유는 아마도 가톨릭에서 임신중절은 해서는 안 되는 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유는 임신중절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여성의 사회 활동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국회에서 싸웠다. 당시 남자들이 대부분인 국회에서 용감하게 나서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열변을 토했다. 거기에 좌파 의원들이 동의를 해서 베유 법이 통과가 된 거다.

프랑스는 베유 법 이후로도 많이 발전했다. 2002년에는 조스팽이 남녀동수법 빠리떼 법을 만들어 여성할당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은 이걸 그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빠리떼 법 이후 여성들이 50% 장관에 임명될 수 있었고, 이번에 올랑드가 50% 동수법을 지켰다.

안철수 후보가 여성의 내각 비율을 OECD 평균인 30%부터 시작하겠다고 했고,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문재인 후보가 임기 내 내각의 성 비율을 동수로 맞추겠다는 성 평등 공약을 발표했다. 여성을 많이 기용하는 것도 좋지만 제대로 된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 프랑스도 여성 인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 젊은 정치인에 대한 준비가 많지 않다는 지적인 것 같다. 프랑스는 젊은 정치인을 어떻게 양성하나.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그것도 문화적 차이라고 본다. 우선 파리 정치 대학, 시앙스 포(Sciences Po, 입학률이 8~13%로 입학이 굉장히 까다로운 학교로 알려져 있으며 소수 정예의 우수한 학생들만 선발한다 - 기자 말)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다. 정치 대학이라고 해서 정치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그 학교 나온 사람들 가운데 저널리스트, 방송인, 심지어 변호사들도 많다.

우리는 어떤가. 정치학과는 취직이 안 된다는 이유로 없어지는 추세 아닌가. 그리고 한국에서 야당 당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리스크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청년들이 당원에 가입안 하려고 하고 당원에 가입을 해도 숨기게 되는 거다. 이런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당에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활동할 수 있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파리 정치 대학이 유명한 게 여기에 들어가서 콩쿠르를 거쳐 3년 과정의 ENA 국립 행정 학교에 간다. 거기는 3분의 2가 실습이다. 프랑스는 실습, 인턴십을 엄청 중요하게 여긴다. 한국은 정치인들이 인턴십이라는 게 별로 없지 않나. 의미 있는 정치 활동을 하는 청년이나 정치인들 보면 청년당원으로 들어가서 다 활동한다. 그러다 기성 정치인에 발탁되어 그들의 사무실에서 정치 스킬을 익히는 거다. 엘리트라는 말에는 양성의 의미가 있다.

한국 국회의원 중에 사법고시 출신이 많으니까 엘리트들이 많다는 소리도 듣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프랑스 정치인과 한국 정치인의 차이는 양성되다 보니 자연스레 '윤리관'이 생기는데 한국 정치인들은 그런 게 부족해 보인다. 우리 정치인들은 젊은 시절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 온 사람이 많다. 따라서 정치적 스킬도 윤리관도 부족하다."

"생업으로 돌아온 시민들, 정치권 언론이 제 역할 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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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 정치, 서울 정치> 저자 최인숙 ⓒ 최은경



- 촛불 혁명 이후 적폐와의 싸움이 지지부진하다. 프랑스에서 얻을 교훈은 뭘까.

"우리가 꼭 길거리로 나와야 바뀌는 거 아니다. 프랑스의 경우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는 이유가 우선은 언론이 그 기능을 해준다. 예를 들면 2010년인가 2011년인가, 영국에서 정년을 연장했다. 그러니까 프랑스에서 2011년 사르코지가 앵글로색슨이 100세 시대라고 정년을 늘리는데 우리도 늘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움직임을 보였다.

프랑스에서는 이슈가 있으면 디베이트(토론)를 한다. 언론에서 반대, 찬성자가 나와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면서 그걸 시민들이 보면서 학습을 하는 거다. 바뀌면 나한테 뭐가 좋고 안 좋고, 유리하고 불리하고 이런 것들을 알게 된다. 그래서 나중에 여론이 엇갈리면서 찬성이 많으면 바뀌고, 반대가 많으면 안 바뀌는 거다. 정년 늘린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혹했다. '100세 시대 일 더 해야지' 하면서 처음에는 찬성하는 무드로 갔다.

근데 프랑스 노조 생각은 달랐다. 프랑스에서 연금을 받으려면 60세에 정년하게 되어 있는데, 계산해보니 더 일하는 게 손해였다. 그래서 주장했다. '우린 일할 만큼 했다. 더 하면 우리에게 불리하다. 우리 이제 쉬어야 한다. 태어나서 30년 일했으면 됐지 뭘 더 일하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재밌는 건 젊은이도 밖으로 뛰쳐나왔다는 거다. '정년 연장 문제인데 너희들은 왜 나왔니?' 물으니, '처음에는 우리 일이 아닌 줄 알았는데 연금 계산법을 언론에서 계속 보여주는 거 보니까 우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거다. 결국 학생들이 더 많이 시위에 참여해서 뒤집어버렸다.

촛불집회도 좋지만, 우리가 생업으로 돌아갔을 때 대신에 정치인들이 강력하게 나서줘야 한다. 언론이 이슈화해서 쟁점화해주고 정말 필요할 때 시민이 나가야지 항상 국민이 나갈 수는 없잖나. 보수 언론은 정말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까지 시민이 희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민이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프랑스와 한국은 문화가 틀리다고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 말한다. 문화가 틀리다고 이렇게 살다 끝날 거냐?고. 잘못된 문화가 있으면 그 문화를 우리가 바꿔야 하지 않겠나.

1600만 명이 나와 촛불 집회를 연 것에 대해 시민의 대항 헤게모니가 형성됐다고들 한다.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유럽에서 벤치마킹해야 하는 일'이라고도 한다. 유럽에서 이런 촛불집회를 할 하등의 이유가 뭐 있나. 그 이전에 평화롭게 다 해결이 되는데. 이번 촛불집회는 위대했지만 그 이후에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본다."

- 촛불 혁명에 대한 관점이 조금 다른 건가.
"촛불 혁명이라 명명하고 싶다. 그럼에도 '캔들 레볼루션 멋지다'는 말을 들으면서 슬펐다. 1987년에 그만큼 희생해서 민주주의를 쟁취했으면 조금씩 진전해야 했다. 이렇게 우스운 대통령을 뽑아 놓은 결과 광장으로 나갔다. 우리가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지불했다고 본다. 그 차원에서 대단한 촛불 혁명이라고 자화자찬하기 이전에 반성해야 할 측면도 있다고 본다."

- 시민들이 생업으로 돌아갔을 때 언론과 정치인들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저는 정말 정치인들이 나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정치인들이 항상 시민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드골이 알제리 전쟁 후유증 등으로 국정이 불안정할 때 명연설을 했다. '모든 것은 나한테 맡겨라. 길거리에서 있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런 강력한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문화는 나서면 매 맞는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우리들이 감동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 언론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프랑스에서는 매년 7월 14일 프랑스혁명 기념일이 되면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두 명의 기자를 엘리제 궁으로 초대하여 40여 분간 생중계로 공개토론을 벌인다는 게 눈에 띄더라. 우리라면 가능했을까?
"프랑스처럼 심도 있지는 않겠지만 저는 가능하다고 본다. 프랑스에서 굉장히 재밌는 게 뭐냐면... 올랑드가 실업률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정책을 펼쳐도 이게 잘 안 된다. 국민 여론은 자꾸 나빠진다. 그러면 환기시킬 수 있는 게 담화다. 직접 텔레비전에 나올 수도 있고 기자들을 엘리제궁으로 부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때 발탁되어 들어가는 기자들은 대통령 혼자 선택하는 게 아니다. 물론 선택도 하지만 국민이 제일 신뢰하는 저널리스트가 누군지 듣는다. 올해 누가 들어가는지도 프랑스인들에게 굉장한 관심사다. 요즘은 여자 기자가 많이 들어간다. 질문하고 토론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는 기자들이 있다. 이번 프랑스 대선 스탠딩 토론 사회도 여자가 봤다.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본다. 인재 양성은 언론계에서도 필요하다."

- 파리 3대학에서 '선거 여론조사 공표가 프랑스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파리 정치 대학에서 '일본과 한국 여론조사의 제도화 과정'을 역사사회학적 관점에서 비교, 분석해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해서 여론조사에 대해 특히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우리나라 여론조사에 특징이 있나?
"우리 여론조사는 틀이 없다. 일본이나 프랑스는 일정 얼개가 있는 반면 우리는 한국갤럽, 리얼미터, 리서치뷰, 한국 리서치 등 조사 기관마다 가지각색이다. 이대로 가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다고 본다.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여론조사가 뭔지 정의조차 없는 건 문제다. 어느 정도의 아우트라인을 잡아 놓고 여론조사를 해야 각 사간 비교가 가능하다. 방법론이 너무 다르면 비교해도 의미가 없다.

이번에 A사가 '귀하는 누가 다음번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투표 의향 조사를 했다. 이건 '귀하는 다음 후보 중에 누구를 찍겠습니까'와 엄밀히 말해 다른 거다. 가령 친구랑 쇼핑을 하면서 1, 2, 3 중에 넌 뭐가 좋아 물었을 때 2번이 좋다고 말해 놓고서는 실제 3번을 사는 거랑 같은 거다. 그래 놓고는 지지도라고 발표한다.

또 여론조사는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가에 따라서도 여론이 출렁거린다. 그런데 조사 기관마다 방법론도 다르고 문항을 작성한 언어도 다르다면 지지율의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국은 여론조사 왕국이지만, 프랑스는 한 여론조사 기관에 몇 언론사가 공동으로 의뢰하여 발표한다. 투표 의향 조사의 경우 프랑스는 거의 문항이 정해져 있고 조사도 자제한다. 예를 들면 4일에 한번 혹은 큰 이벤트인 스탠딩 토론 이후 여론조사를 해서 지지율 변화를 알 수 있게 한다. 토론회 전과 후의 여론조사 추이를 볼 수 있다."

빠리정치 서울정치 - 리더스 커뮤니케이션 인사이트

최인숙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2017


#최인숙 #정치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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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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