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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블랙리스트, 불이익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inter:view] '사랑 노래 따위'나 부르고픈 디바, 신곡 '알바트로스'로 돌아온다

17.04.27 15:37최종업데이트17.04.2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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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촛불을 들고 국민 앞에서 선 가수 이은미가 지난 25일, 3년 만에 신곡을 발표했다. 제목은 '알바트로스'로 작곡은 윤일상, 작사는 최은하가 맡았다. 두 사람은 이은미의 히트곡 '애인있어요'를 만든 장본인이다. 광화문에서 국민의 시린 마음을 위로했던 이 곡의 감동을 '알바트로스'로 또 한 번 이어간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이은미, 윤일상, 최은하의 인터뷰를 전한다.

촛불 무대 선 후 '희망' 얻어

3년 만에 신곡 '알바트로스'를 발표한 '맨발의 디바' 이은미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 이정민


이은미에게 쏟아진 가장 많은 질문은 아무래도 촛불, 그리고 정치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에 앞서 어떻게 이 곡을 부르게 됐는지 밝혔다.

"보컬리스트는 목이 악기인데 지난 3년간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 적응하지 못했고 자신감을 갖지 못다. 그런데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무언가 뜨거움을 느꼈고 내 안의 긍정적인 날개를 다시 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신곡 작업을 하고 노래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 대한민국이 큰 변혁을 겪었는데, 작년 내내 함께 마음 졸였던 여러분과 일종의 해소를 이 곡으로 하고 싶었다."

'알바트로스'는 지난해 이미 곡이 완성됐지만 나라가 패닉에 빠진 상태에서 노래를 부르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은미는 "저 역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생활인이다 보니 충격이 컸고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그런 만큼 '알바트로스'는 다시 일어서는 '희망'을 담은 노래다. 

"지금까지 이은미의 곡들은 연가가 많았는데 이번엔 희망을 노래했다. 슬픔이나 애잔함, 그리움을 표현하기보다는 절박함과 해소를 표현하려 했다. 제목인 '알바트로스'는 새의 이름이기도 한데, 남들이 보기에 못생겼다고 여겨지는 큰 날개를 가진 새다. 자신의 아픔을 마주하는 내용이다. 무려 4일 동안 녹음했는데 다시없을 기록이 아닐까 싶다.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왔다."

블랙리스트 불이익? 없다고 말 못해

▲ 이은미, 3년 만에 신곡 '알바타로스' 발표 3년 만에 신곡 '알바타로스'를 발표한 맨발의 디바 이은미가 26일 오후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보다 단도직입적인 질문이 시작됐다.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가수로서 정치적인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 꺼려지지 않았는지.

"주변에서 만류를 워낙 많이 하셔서 그걸 거부하는 게 오히려 더 힘들었다. 실제로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걸 확인했듯이 세상이 순진할 수 없다는 걸 보았고 저 또한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저는 대중음악을 하는 음악가로 불특정 다수의 분이 제 음악을 아껴주시고 제 콘서트에 와주시고 이렇게 28년이란 긴 시간 노래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 사실에 놀란다. 그런 사랑을 공동의 선으로 나누고 싶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좋은 에너지와 힘이 있다면 좋은 쪽에 쓰이도록 하는 것이 나를 사랑해준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한다. 그게 정치적인 문제든 사회적인 문제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따뜻하고 살아갈 만한 곳으로 만드는 걸 하고 싶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중의 지지를 받는 한 사람으로서 말이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쪽으로) 제 힘을 보탤 수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 하려고 한다."

'애인있어요' 군단이 다시 뭉쳤다. (맨 왼쪽) 최은하 작사가와 오른쪽 윤일상 작곡가가 신곡 '알바트로스'를 함께 작업했다. ⓒ 이정민


이은미는 '책임'이라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얼마 전 가수 전인권이 정치색을 드러내 곤욕에 처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도 다시금 언급했다. 또한 "이은미씨도 불이익을 받은 게 없느냐"는 질문에도 담담하고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일단 '곤욕' 이라는 건 잘못된 단어 사용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거다. 의견이 다른 걸 인정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전인권씨가 본인의 정치적 소신을 밝힌 것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다.

(블랙리스트 관련) 제가 겪은 일을 일일이 다 말씀드리고 싶진 않다. (불이익 받은 게)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거다.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표현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진다는 것이다. 그것을 '불이익' 받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이은미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찬조연설을 한 바 있다. 이번에도 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기회가 되고 요청이 온다면 (특정 후보) 찬조 연설을 할 생각은 있다. 어떤 권력이 있다면 그걸 견제하는 세력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오래된 범야권 지지자다. 이미 2012년부터 알고 계셨을 거다.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은미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문화정책과 관련해 제안할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오면 음악가에게도 당연히 좋은 세상일 것"이라며 직접적인 제안은 하지 않았다. 또한, 문재인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노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등록 없이) 부르는 것은 불법으로 안다"고 답했다.

사랑노래 따위 실컷 부를 수 있는 세상 오길

이은미는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었다. ⓒ 이정민


이은미는 촛불무대에서 희망을 얻어 신곡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 이정민


이은미는 그의 최대 히트곡인 '애인있어요'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줬다. 그는 "지금 옆에 계신 작사가 최은하씨가 처음에 제목을 말했을 때 조금 당황했다"며 "당시만 해도 '애인'이라는 단어가 거의 안 쓰는 단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제목을 바꾸면 어떨까 하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는데 최은하 작사가가 읽기도 힘들 만큼 긴 메일을 이은미에게 보냈다고 한다. 이은미는 "녹음하고 나서 왜 다른 단어가 아닌 '애인'이어야만 하는지 비로소 이해가 갔다"며 "(최은하와) 더욱 신뢰하는 관계가 되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맨발의 디바'라는 별명은 어떻게 얻게 된 걸까. 그는 "데뷔 초에 한 기자님이 기사를 통해 붙여준 것이었는데, 당시 내가 프로가 된 지 4~5년밖에 안 된 때였다"고 말했다. "내가 20년 정도 가수로서 잘하고 있다면 그 칭호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닉네임을 제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은미는 "그 멋진 별명을 끝까지 잘 가지고 갈 수 있는 좋은 음악가로 남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개인적으로 이은미의 다음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아픔, 기쁨 같은 걸 연가로써 표현하는 걸 조금 더 잘한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사랑노래를 부르면 '사랑노래 따위를' 하고 말씀하는 분도 있지만, 사랑노래 따위를 실컷 부를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이은미는 소신을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 이정민



이은미 알바트로스 윤일상 최은하 애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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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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