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첫날부터 북적... 이번 선거 뭔가 다르다

[해외리포트] 네덜란드 재외국민 투표 현장

등록 2017.04.28 10:26수정 2017.04.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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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재외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헤이그의 기차역. ⓒ 장혜경


2017년 4월 25일, 길고 긴 촛불의 염원으로 대통령이 탄핵된 후,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재외선거가 시작되었다. 19대 대선에 등록한 재외유권자는 지난 18대 선거보다 약 7만2천 명이 많은 총 29만4633명이다.

네덜란드 재외선거 투표 기간은 4월 25일부터 30일까지다. 네덜란드 재외 투표를 신청하고 등록한 사람은 1435명으로, 지난 18대 대선 신청 인원 603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전체 재외유권자 신청 수 증가세보다 월등히 높다.

현재 네덜란드는 최대 명절이라 일컬어지는 '왕의 날'을 비롯해 기념일과 행사들이 줄줄이 이어진 긴 휴가기간이다. 이번 선거는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주에 시작됐음에도 투표소인 헤이그 주 네덜란드 한국 대사관은 첫날부터 투표장을 찾은 유권자들로 붐볐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이 눈에 띄었다.

유권자들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대선 투표를 한다는 젊은 유권자들은 하나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투표를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투표권 생기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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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들 단체. 왼쪽부터 김아림, 정원정, 황선아, 금현아, 홍기용씨. 올해 첫 대통령 선거 투표를 실시하는 젊은이들로 "설레이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 장혜경


현재 네덜란드에서 교환 학생으로 공부 중인 김아림(23)씨는 학교에서 만난 외국 친구들과 정치에 대해 논의하면서 자신과 같은 세대의 친구들이 정치에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지난 18대 대선 결과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 당시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무척 낮아서 지지했던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제 투표권을 갖게 되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서 기쁘다. 한 표라도 반드시 행사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세력이 득세하지 못한 이유는 젊은 유권자의 정치 참여 때문이었다. 이곳에서도 젊은 층의 투표율이 낮다고 말하지만 한국보다는 높다. 한국이 탄핵 정국으로 치닫고 있을 때,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 때,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투표는 나에게 대단히 설레는 경험이다. 한국의 젊은이들도 꼭 투표에 참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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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교민 김해옥씨는 "대선후보 토론은 자신이 대통령 후보들의 성향을 파악하기에 적합한 방법"이라며 "그걸 열심히 보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장혜경


로테르담에 사는 결혼이민자 김해옥(51)씨의 소감은 이렇다.

"지난 11월부터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거대한 촛불을 보면서 좋은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마음을 다졌다. 재외 선거는 살고 있는 가까운 곳에서 투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트램을 타고, 그리고 이곳은 교통비가 상당히 비싸다. 시간적, 금전적인 수고를 무릅쓰고서라도 오늘 꼭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대한민국이 정치적으로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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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탄핵 집회 참여한 신지혜씨는 "선거는 꼭 해야할 숙제로 머리 속에 남았다"고 전했다. ⓒ 장혜경


주재원 가족 신지혜(38)씨는 촛불로 만든 대선이기에 기꺼이 시간을 내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에서도 박근혜 탄핵을 위한 집회가 몇 차례 있었다. 사실 지금 조금 허탈한 마음이다. 완전하게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 '내가 이 투표를 하려고 광장에 서 있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국민의 염원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꼭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가까운 곳에서 쉽게 투표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중한 한 표를 꼭 행사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었다."

박행국(65) 네덜란드 재외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유례없이 많은 유권자들이 선거를 포기하지 않고 재외투표 선거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까지 총 4차례 선거 위원장을 맡았다는 박 위원장은 네덜란드 이민 1세대로, 지금까지 치러진 역대 선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보통 첫 날엔 거의 투표를 하러 오는 분들이 없다. 이번 선거는 첫 날부터 선거를 하러 오는 유권자들이 많다. 다른 선거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아마도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상 유례없는 일을 겪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외에 사는 동포로서 부끄러움이기도 했다. 큰 사건을 치른 후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 동포들이 권리 행사에 큰 책임을 느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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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행국(65) 네덜란드 재외선거관리위원장. ⓒ 장혜경


재외 선거 투표에서 '선거 부정'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렇게 답했다.

"현재 재외선거 투표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자원봉사자 포함 12명이다. 그들은 각자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거 위원회에서는 투표장에서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한 후 투표 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전한다. 그러면 유권자가 기표소에서 투표한 후 회송용 봉투에 기표한 투표 용지를 넣고 봉합한 후 투표함에 봉투를 넣는 것까지를 확인한다. 그 이후 외교용 파우치로 한국에 전달될 때까지의 과정에서 부정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투표 용지가 한국으로 전달된 후 한국에서 이뤄지는 개표 과정 역시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들에게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재외선거인과 국외부재자를 위한 선거 시스템은 신뢰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19대 대선 투표, 조심해야 할 두 가지
이미 투표를 마친 기자와 유권자들은 입을 모아 다음 두 가지를 걱정했습니다. 아직 투표를 안 하신 유권자께서 이 점은 유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1. 후보가 15명이라, 투표 용지 속 기표칸이 너무 작다. 때문에 도장이 금에 찍히거나 금 밖으로 나갈 위험이 크다.

2. 투표 후 봉투에 넣기 위해 용지를 반으로 접을 때 인주가 용지 반대편에 묻을 위험이 있다. 반드시 인주가 마른 뒤에 용지를 접어야 한다.

#19대_대선 #재외국민 #네덜란드 #2017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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