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여한이 없다", 성주 사드 반대 단식 돌입

원불교 교무들, 미대사관 앞에서 단식 시작... 대구 시민단체들도 강하게 비판

등록 2017.04.28 09:47수정 2017.04.2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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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교무들이 27일 오후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성주 사드 배치에항의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 원불교 성주성지비상대책위


지난 26일 새벽 정부가 경찰 8000여 명을 투입해 경북 성주로 향하는 모든 도로를 봉쇄하고 주민들을 강제로 고립시킨 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를 성주골프장에 반입한 데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원불교 성주성지비상대책위원회는 27일 오후 4시부터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이들은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사무여한(死無餘恨)'의 정신으로 가장 비폭력적이고 가장 결사적인 방식을 통해 전쟁을 반대하고 사드 반입을 저지해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단식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원불교 교무 '사무여한' 정신으로 무기한 단식 들어가

원불교 교무들은 '다시 광화문으로 갑니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통해 "언제부턴가 이곳 소성리의 일상은 무너졌고 사람들은 불안해하며 하늘과 땅은 울리기 시작했다"며 "수시로 날아다니는 헬기소리만 들어도 벌떡 일어나 마을 앞 도로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날마다 울리는 마을방송 사이렌 소리는 가슴을 벌렁이게 한다"고 말했다.

강혜윤 교무는 "겨우 몇 십 명에 불과한 마을 주민들과 종교인들을 포위한 8000여 명의 경찰은 무지막지한 폭력으로 늙은 할매들을 몰아붙이고 원불교 교무들을 짓밟았다"며 "천주교 미사 중인 제대를 탈취하고 방패로 찍어 누르며 미군차량과 무기들을 골프장 안으로 집어넣었다.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고 주장했다.

강 교무는 "성주와 김천으로 통하는 모든 길은 통제되었고 마을 주민들의 움직임까지도 감시하고 제어하는 계엄령 상태였다"면서 "이런 대대적인 작전이 있던 26일 새벽에 미군은 유유히 비웃음을 날리며 소성리를 짓밟고 성주와 김천, 한반도를 짓밟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저는 남김천IC 아래에서 경찰에 붙잡혀 속절없이 미군 미기인 사드 장비들을 바라보는데 소름이 돋았다"며 "그 무시무시한 무기들이 소성리를 깔아뭉개고 올라가는 동안 경찰들은 할매들의 머리채를 잡아 끌고 맨몸으로 항의하는 주민들을 끌어냈다. 아침이 오후처럼 느껴지는 날이었다"고 비참함을 드러냈다.


강 교무는 그러면서 "저는 고립된 소성리의 아픔을 세상 모든 이들에게 알리고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나 앉기로 했다"며 이날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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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원불교 고무들과 천주교 사제단, 신도들이 함께 성주 골프장 안으로 들어가려던 유류트럭을 막고 기도회를 갖고 있는 모습. ⓒ 조정훈


양명일 교무는 "새벽 4시 50분께였던, 그날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면서 "소성리 어르신들의 절규와 평화지킴이들의 분노의 소리, 앞으로 아스팔트 맨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꽉 찬 헬멧을 쓴 경찰들 뒤로 지나가는 사드 차량들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제 자신이 너무 허탈했다"고 말했다.

원불교 비대위는 이날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원불교 교무는 강혜윤 교무와 양명일 교무 등 2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선명 교무는 성주군 소성리를 왕래하면서 동조단식에 참여한다.   

원불교는 또 교정원장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지금이라도 절차를 무시하고 배치 중에 있는 사드를 중단하고 차기 정부에서 충분한 공론화와 국민적 합의를 통해 진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원불교는 이어 "무조건적인 사드 배치 강행은 국민 분열을 더욱더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국가와 국민이 둘이 아닌 하나의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도 사드 배치에 '주권 포기' 강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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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새벽 경찰이 소성리 마을 주민들을 격리시킨 후 미군의 사드 장비가 성주골프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 조정훈


대구참여연대와 대구인권운동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들도 사드 기습 배치에 대해 '주권을 포기한 처사'라며 정부와 미국을 강력히 비판했다.

대구참여연대는 "박근혜가 굴욕적 위안부협정으로 식민의 치욕을 떨쳐내려는 국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더니 황교안이 전쟁의 참혹을 넘어 평화를 실현해야 할 이 땅에 대결을 고조시킬 사드배치의 대못을 박은 것"이라며 "2017년 4월 26일 새벽에 단행한 사드 기습배치는 대한민국의 군사, 외교사에 부끄러운 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이어 대선후보들을 향해 "주권국의 대통령이 되고자하는 후보들은 국가중대사에 대해 정략이 아닌 국익, 주권 수호의 입장에서 당당하게 대처하고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된다"며 "국민들은 누가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제대로 지킬 입장과 정책을 갖고 있는지 더욱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주군 소성리에서 경찰의 인권침해를 감시해온 대구인권운동연대도 긴급 규탄성명을 통해 "8000여 명의 경찰 폭력에 성주는 대한민국이 아니었다"며 "불법 사드를 비호하는 불법 경찰의 주민들과 성직자들에 대한 폭력과 인권침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구인권운동연대는 "소성리 마을회관 주변과 초전면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며 "경찰의 불법적인 폭력과 인권침해의 책임을 끝까지 묻고 결코 묵과하지 않고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소성리 주민들과 원불교 교무들은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주한미군이 사드 장비를 반입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고립된 채 격렬하게 항의하는 주민들을 보고 웃으며 사진을 찍은 미군들을 규탄할 예정이다.
#사드 배치 #원불교 #무기한 단식 #사무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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