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따라하기만? '아류' 도시 울산

야시장, 적산가옥, 케이블카 등 관광자원 모방 줄이어, 단체장 치적 쌓기 비판

등록 2017.04.28 12:46수정 2017.04.2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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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부터 방어진 적산가옥, 영남알프스 인공암벽, 큰애기 야시장 ⓒ 최수상


남의 것이 좋아 독창성 없이 그대로 모방하는 것을 일컬어 '아류(亞流)'라 한다. 최근 들어 울산이 '야시장'과 '적산가옥', '인공암벽장' '케이블카'까지 모방하며 '아류'의 집산지가 되고 있다. 도입 이유는 대부분 관광자원화 명목이지만 현실은 오히려 부정적이다.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야시장은 부산 국제시장 옆 부평깡통시장의 야시장이다. 울산보다 3년 앞선 2013년 전국 처음으로 상설화되면서 야시장 붐을 일으켰다.

이에 울산에도 야시장이 생겨났다. 울산 중구는 지난해 11월 '큰 애기 야시장'을 개장했다. 중구 옥교동 중앙전통시장 내 아케이드에 35개 식품 판매대와 1개 상품 판매대를 갖추고 매주 화요일~일요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운영하는 방식이다.

올해에는 울산 남구 수암야시장이 '수암한우야시장'으로 이름을 바꿔 오는 5월 12일부터 재개장한다. 매주 금, 토요일에만 여는 시장이다. 지난해 4월 처음 야시장을 열었지만 문을 닫았다가 재도전한다.

하지만 외지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부산 부평깡통시장 야시장과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 전주 남부시장 야시장 등이 이미 유명세를 타면서 국내관광객 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한국 대표 야시장으로 등극해 있기 때문이다.

울산은 일본관광객 유치 목적으로 뒤늦게 적산가옥 관광자원화에도 뛰어들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소유했던 일본식 가옥을 '적산가옥(敵産家屋)'이라 한다.

울산 동구는 일본관광객 유치와 도시재생 목적으로 20억 원의 예산을 투입, 2020년까지 방어진에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거주했던 골목을 재현키로 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득세했던 방어진 옛거리 일대 60m 구간에 '일본 히나세 골목길'을 복원하는 사업이다.

일본 히나세(현재 비제시 일부) 지역은 방어진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일제강점기 때 가장 많은 일본인들이 건너와 국내 수산물을 수탈해갔다. 동구청은 기존 적산가옥 거의 소멸해버려 아예 일본 전통주택을 새로 지어서 조성한다고 밝혔다.

울산 중구 또한 관광자원 차원으로 문화의 거리에 일제강점기 시기 일본인들의 여관 역할을 한 건물을 최근 일본식 건물 형태로 외관을 바꾸고 관광거점 건물로 지정했다.

적산가옥의 관광자원화는 이미 전라북도 군산시와 포항시 구룡포 등에서 시작됐다. 해방 후 도심 개발이 더뎌 많은 적산가옥이 보존되어 오던 군산은 울산보다 10년 앞선 2007년부터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적산가옥을 관광지로 조성했다. 구룡포도 2011년부터 관광자원화 사업의 일환으로 적산가옥 관광지를 개발했다.

아류는 또 있다. 울산 울주군에서는 설악산 케이블카 등 국내외 유명 케이블카 사업을 본 떠 영남알프스 신불산 일원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산악관광자원화 명목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1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개장한 울주군의 영남알프스복합웰컴센터의 인공암벽장도 아류다. 산악문화도시를 꿈꾸는 울주군이 국내외 인공암벽장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울산도심에서 20km 가량 떨어진 산 아래에 위치하다보니 인공암벽장에서 필수인 접근성이 크게 떨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청도군 등 일부 지자체에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인공암벽장을 세웠다가 실패한 사례가 이미 있다.

울산은 산업일변도라는 도시 정체성을 바꾸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문화예술 분야와 아울러 관광자원 발굴에도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역 독창적인 관광자원보다는 갈수록 아류만 넘쳐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모방을 두고 적지 않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외관광객 유치에 큰 효과가 없고 오히려 단체장 치적쌓기라는 지적이다.

홍모(48·자영업)씨는 "야시장의 경우 전국 유명 야시장만 해도 10곳이 넘고 관광객을 거의 선점한 것으로 안다"며 "결국 울산의 야시장은 동네 야시장이 될 수밖에 없는 데 지역특성은 못 살리고 예산 낭비에만 그칠 뿐이다."고 지적했다.

홍씨는 "타 지역 아이템을 베껴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려는 것은 해당지역 단체장의 치적 쌓기라는 비판만 불러 온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울산만의 독창적인 관광자원을 발굴하거나 개발하는 편이 미래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관광업계도 부정적이다. 부산의 일본관광객 전문 S여행사 관계자는 "부산에도 적산가옥이 있지만 그것을 보기 위해 관광 오는 단체 일본관광객은 없다"며 "관광객 대부분이 오히려 신라와 조선 시대 문화유산에 더 매료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부산으로 입국하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부산 야시장과 경주 문화유적을 보고 울산보다는 대구를 더 방문하고 있다"며 "울산만의 특성 있는 관광자원이 없다보니 대구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뉴스행동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울산 #야시장 #적산가옥 #케이블카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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