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황교안 '사드 이면 합의' 있었나

백악관, 4월 중순까지도 미온적... "한국도 이해하고 있다"는 트럼프 발언이 열쇠

등록 2017.04.28 16:38수정 2017.04.28 16:38
23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가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나는 지난 2월 초에 펴낸 <사드의 모든 것>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예상한 바 있다.

"트럼프로서는 '왜 우리 돈으로 산 걸 한국에 배치하려고 하느냐'는 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사드 배치 결정 시 한국에게 상응하는 금전적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7일자(현지시각)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뭐라고 말했을까? 이 통신 홈페이지에 게재된 42분간의 인터뷰 발췌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사드는 약 10억 달러짜리이다. 왜 우리가 돈을 내야 하냐? 미국은 한국을 보호하고 있는데, 미국이 10억 달러를 지불하는 게 말이 되느냐? 그래서 나는 한국이 부담하는 게 적절하다고 통보해줬다. (중략) 미국은 한국을 방어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야하고 한국은 이걸 이해하고 있다."

국내 대다수 언론은 트럼프의 발언 가운데 "한국이 10억 달러를 내야 한다"는 부분에만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아니 더 주목해야 할 대목들이 있다. "한국에 통보했다"는 것과 "한국은 이걸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부분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트럼프와 황교안 사이에 이면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기실 4월 26일 새벽에 단행된 사드 기습 배치는 선뜻 납득하기 힘든 일이었다. 황교안 권한 대행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사드 판을 최대한 키우고 대선 전에 대못박기를 원했을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서두를 이유는 별로 없었다.

실제로 4월 14일과 4월 16일 백악관 고위 관료는 '사드는 한국 대선 이후에 결정할 사안'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잇달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사드 기습 배치는 대북 압박에 나서온 중국의 뒤통수를 때리는 격이었다. 성주 롯데 골프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시작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왜 사드를 서둘러 배치한 것일까?


이 의문은 트럼프의 발언으로 상당 부분 풀리게 됐다. 필자가 다각도로 확인해본 결과, 미국은 사드 배치를 서두를 의사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한국 측에서 빨리 배치하자고 거듭 요청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발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황교안 측의 거듭된 요청을 받고는 '그럼 한국이 돈을 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를 트럼프는 "한국에 통보했다"고 소개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도 이해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황교안 측에서 미국의 10억 달러 요구에 대해 최소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다.

황교안, 10억 달러 거부 의사 밝히지 않았을 것

a

지난 2016년 7월 15일 경북 성주군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배치를 설명하던 도중 성주군민들이 투척한 계란과 물병을 피해 버스에 고립돼 있다가 경호원과 경찰의 도움을 받아 황급히 군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오른쪽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 ⓒ 이희훈


만약 이러한 물밑 대화나 이면합의가 있었다면, 이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박근혜-황교안 정부는 사드 1개 포대의 비용은 약 1조 5천억원이라며 "사드 구입비용과 운영유지비용은 미군이 직접 부담하고, 우리나라는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게 된다"고 설명해왔다. 특히 미국에 비해 한국의 부담이 훨씬 적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를 완전히 뒤집었다. 더구나 황교안 대행 정부는 서두를 의사가 없었던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조속한 배치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10억 달러 이면합의나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묵인을 해줬을 가능성마저 있다.

트럼프가 말한 10억 달러는 사드 운영유지비가 아니라 사드 1개 포대 가격이다. 이걸 한국이 내라는 것이다. 그럼 운영유지비는 어떻게 될까? 한국 국방부 말대로 "미군이 직접 부담하게" 될까? 주한미군 사령관의 입장을 보자.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4월 27일 미 의회 청문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이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하는 데에 필요한 유연성을 제공하고, 사드 기지 향상과 같은 점증하는 요구를 충족시킬 비용 전용을 가능케 한다"고 밝혔다. 이는 성주 사드 포대 운영에 있어서 미국 측 부담을 한국이 준 방위비 분담금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트럼프의 발언이 있기 전부터 사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사유는 넘쳐나고 있었다. 작년 7월 8일 기습적인 사드 배치 발표에서부터 올해 4월 26일 기습적인 사드 배치에 이르기까지 절차상의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한 사드의 효용성과 북핵에 미칠 영향, 사드의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MD)와의 연관성 및 중국과의 문제, 여러 가지 편법·불법 논란 등 숱한 문제를 외면해왔다. 이에 더해 이면합의 의혹까지 불거지게 됐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사드 배치는 잠정 중단하고 사드 대란을 일으킨 당사자들에게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 실질적인 총 지휘자인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그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한민구 국방장관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권한 대행 등을 상대로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사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졸저 <사드의 모든 것>에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의 인세 수입은 전액 성주와 김천 사드 대책위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사드
댓글2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