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보다는 문화재 보호가 우선"

시인 안학원씨가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을 반대하는 이유

등록 2017.05.02 10:27수정 2017.05.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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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암면 오산리에 사는 안학원 시인. 그는 용산에 있는 이 큰 바위가 남방형 고인돌로 추정 된다고 설명했다. ⓒ 이재환


충남 예산군 신암면에는 농사짓는 시인 안학원(남, 70세)씨가 산다. 안씨는 15대째 신암에서 살고 있는 토박이 원주민이다.

요즘 그의 최대 고민거리는 서부내륙고속도로이다. 안씨가 살고 있는 집(오산리) 바로 뒤로 서부 내륙고속도로가 통과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노동절인 지난 1일. 안학원씨의 신암 자택을 찾았다. 안씨는 뒤늦게 시의 세계에 눈을 떠 요즘은 시 쓰기와 낭송을 즐기고 있다. 안학원씨는 동시집인 <동구밖>을 비롯해 시집도 여섯 권이나 냈다. 본업이 시인이고 농사는 '부업'이 되어 버린 지도 오래다. 안 씨는 노년에는 시를 즐기며 평화롭게 살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은 그런 안 씨의 평화를 깨고 있다. 고속도로 이야기가 나오자 안학원씨는 얼굴이 붉어지며 하소연을 이어갔다. 안씨는 "신암면도 서부내륙고속도로가 취락지구를 관통하고 있다"며 고속도로가 사람 사는 동네를 무차별적으로 지나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안 씨는 이어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이 축산 분뇨 통 바로 옆을 통과하고 심지어 마을의 취수 시설 옆으로 지나 간다"며 "노선이 마을 곳곳의 주요 시설을 교묘하게 비켜가며 설계되었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또 "서부내륙고속도로는 용산(오석산)을 관통하지는 않지만 바로 옆으로 지나간다"며 "용산에는 고인돌로 추정되는 유적이 널려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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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직접 쓴 소봉래란 글씨가 있다. 이 산 인근으로 서부내륙고속도로가 지나간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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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암각문을 설명하고 있다. ⓒ 이재환


실제로 오산리 인근인 신암면 용궁리에는 추사고택(추사 김정희의 옛집)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맞은편에 위치한 여사울에는 천주교 초기 신자인 이존창(1752~1801)의 생가 터가 있다. 천주교 신자들 사이에서 이곳은 중요한 성지로 꼽힌다.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할머니는 이존창의 조카딸로 알려져 있다. 서부내륙고속도로는 추사고택과 이존창 생가터 인근을 지나간다. 안학원씨는 "신암 일대는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유적지가 많다"며 "이 지역은 고속도로 건설보다는 문화재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1일 오후 1시.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예산군 오가, 신암, 응봉, 대흥, 광시 대표 5명은 예산군수(황선봉) 앞으로 '면담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김형용 서부내륙고속도로노선변경추진위 사무국장은 "예산군에는 10개면 2개 읍이 있는데, 이중 5개면이 서부내륙고속도로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예산군수가 찬반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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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부내륙고속도로의 노선은 이존창 생가터 인근을 지나 간다. ⓒ 이재환


#용산 #신암 #서부내륙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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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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