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동안 대통령 단 3명, 왜 그랬냐면"

[시민기자와 함께 인터뷰] <10대와 통하는 선거로 읽는 한국 현대사> 저자 이임하 교수

등록 2017.05.06 20:56수정 2017.05.2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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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를 표방하는 <오마이뉴스>에서 '모든 시민은 서평가'이기도 합니다. 쏟아지는 신간을 지면에 감당할 수 없는 종이신문과 달리 <오마이뉴스> 책동네는 매일매일 따끈한 서평을 발행합니다. 그 가운데 주목할 만한 책 저자를 시민기자와 함께 인터뷰 해 싣습니다. [편집자말]
'글쓴이 이임하님은 딸아이를 마주하면서 <10대와 통하는 선거로 읽는 한국 현대사>를 썼다고 합니다. 이제 처음으로 선거권을 손에 쥐고 이 한 표를 쓸 젊은이한테 우리 선거권 발자국을 제대로 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앞으로 선거권을 손에 쥐고서 권리를 비로소 누릴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도 이 나라 선거권이 걸어온 길을 똑똑히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지요.' - 최종규 시민기자 서평, '누구 뽑느냐'에서 '어떻게 살까'로

딸에게 들려주는 선거이야기라... 이 서평을 읽고 혹했습니다. '장미선거'라 불리는 이번 대선은 어른들만 관심있는 게 아니거든요. 길거리에 펄럭이는 현수막을 보며 아이들도 저마다 관전평을 합니다. 선거권을 가지려면 아직 한참 먼 7살, 11살 우리 딸들도 그랬습니다.

"나는 빨강색이 좋으니까 2번 홍준표야."
"엄마 6번은 왜 박근혜를 석방하라고 해?"
"엄마 나는 3번. '미래 세대' 어쩌고 하는 게 좋아서. 근데 엄마는 누굴 뽑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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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선거로 읽는 한국현대사 ⓒ 철수와 영희

답하길 거부해도 아이들은 포기를 모릅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고. 이런 나에게 책 <10대와 통하는 선거로 읽는 한국 현대사>는 취향저격인 셈입니다. 저자 역시 말합니다. '선거로 우리 현대사를 돌아본다는 게 만만한 작업이 아니기에 머뭇'거렸지만, '투표에 참가한 딸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되었노라고요.

'2016년 4월 13일에 실시된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였어. 딸은 과제가 많은 대학의 학과를 들어가서 학교에서 밤새 작업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선거 전날도 마찬가지였지. 그런데도 2시간가량 걸려 투표 하러 집으로 왔지 뭐야. 선거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단정했던 20대 때의 나와 다르게, 투표를 마치고 허겁지겁 학교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어... 나를 포함해 기성세대는 권리보다 의무에 익숙하고 일상생활 속 정치적 권리에 둔감한 편이란다. 열심히 투표권을 챙기는 젊은 세대를 보면서 그들이 여는 세상은 분명 더 조화로울 거라는 희망이 생겼어. 그리고 내가 해줄 말이 있다고 생각했지. 이 책은 그 결과물이란다.' - 머리 말

실제 이 책은 엄마가 딸에 이야기하듯 씌어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 시기별로 정치적 상황을 소개하고 선거 때 으레 등장하는 공약이나 선거운동, 광고를 보여줍니다. 제가 태어난 1970년대 후반 이전의 선거도 등장하니 흥미롭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 장마다 등장하는 '우리가 몰랐던 선거이야기'에 나오는 내용들, 여성에서 투표권을 허하라, 대통령 탄신 축하식, 선거 연령 이대로 좋은가, 자유당의 선거 자금 등의 내용도 눈길을 끕니다. 상식 레벨이 1 상승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런데 이제 10대에 막 진입한 11살 딸에게 보라고 하기엔 생각보다 내용이 쉽지 않습니다. 중고등 학생들에게는 계기교육(학교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은 특정 주제에 대해 이루어지는 교육. 특정 기념일 또는 시사적인 의미를 가진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 기자말)으로 읽혀도 좋겠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들에게는 부모가 먼저 읽고 설명해주는 게 더 효율적일 듯합니다.

이 책의 서평을 쓴 최종규, 이명옥(관련기사 : 우리나라 선거에서 이런 일, 부끄럽다) 시민기자들과 함께 글쓴이 이임하 교수에게 궁금한 것 몇 가지를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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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인문한국 연구교수 이임하 ⓒ 이임하


- 역사적으로 역대 선거를 되짚어 보는 일은 정말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모르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됐고요. 이 책을 10대를 위해 쓴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책을 쓴 이유는, 한국 현대사에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는데 선거 국면에는 항상 정치인들의 민낯을 보게 되잖아요. 민낯을 잘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선거 국면에는 온갖 달콤한 말들을 쏟아내지만 실제로 정책으로 실현됐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는 거죠. 그리고 집권자가 어떻게 선거에 개입하고 있는지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여하튼 현대 사회에서 일정한 연령에 달한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선거제도입니다.

한국 현대사에서의 선거는 민주주의의 긴 시험장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선거는 결과이지만 민주주의 과정으로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또한 제가 경험했던 때보다 요즘 청소년들은 자신에 대한 고민이나 감정의 드러냄 그리고 권리의식에 더 민감한 것 같습니다. 그런 점이 저에게는 생소하기도 하고 좋았습니다. 거기에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정치적 권리를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쓰게 됐습니다."

- 시민기자들이 쓴 서평을 읽고 인터뷰 요청한 다음에야 책을 봤다. 앞에도 썼지만 이제 막 10대에 진입한 초등학생 고학년이 읽기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선거를 앞두고 계기 교육으로 이 책을 볼 부모들에게 활용 팁을 줄 수 있다면?
"사실 이 책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각하고 썼습니다. 그래도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과 부모님들께서 함께 읽는다면, 이런 방법도 있을 것 같네요. 책 속에 있는 포스터나 그림을 보고 가장 재미있는 것은 무엇인지, 가장 재미있는 선거 구호는 무엇인지, 재미없는 구호는, 이해할 수 없는 구호는 무엇인지 따위로 질문하는 거죠. 또 어떤 선거구호나 선거광고가 눈에 띄었는지 묻고 그것에 대해 말하면서 그 언저리의 선거 상황과 후보들을 이야기 해나가면 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는 인용문 가운데 공약을 골라 공약의 뜻이 무엇인지 말해보기라든가 그리고 공약이 실현되었을까 상상하고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가장 관심 가는 부분, 눈에 띄는 부분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87년 이전 선거 역사에 대한 비중이 더 커보이는데... 의도한 바가 있었나.
"의도한 바는 없습니다. 87년 이후 선거를 세세하게 다루지 못한 것은 제 역량이 부족한 까닭입니다. 선거만이 아니라 전체적 틀 안에서 파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지요."

- 한국 선거 역사에서 '어느 대통령'이 한국을 가장 망가뜨렸을까?
"2016-2017년 촛불집회로 모두 짐작 하고 있을 텐데요. 이명박 정권 때가 낫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으니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은 모두 18대 대통령이었지만 탄핵 당한 박근혜를 꼽겠군요.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그러한 정치들의 기원을 생각하면 그동안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꼽은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다시 되돌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48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69년 동안 38년은 3명의, 31년은 8명의 대통령이 집권했습니다. 그리고 순위를 꼽아야 한다면 저는 집권 기간이 긴 순서로 꼽고 싶어요. 집권 기간이 길다는 것은 국민들의 자유로운 선택보다 억압에 의한 강요나 부정선거의 결과였으니까요."

- 한국을 여러모로 망가뜨리는 대통령은 왜 나타났을까?
"어려운 질문이네요. 간단하게 대답하겠습니다. 저는 분단과 한국전쟁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일제 강점기 민족해방운동을 했던 수많은 사람들, 다종다양한 사상과 활동을 했던(민족주의자,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사회민주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여성주의자, 평등주의자 등등) 사람들이 사라졌습니다. 그들의 경험과 생각들을 이어받지 못했습니다. 우리들은 생긴 모습, 취향이 다르듯이 정치적 지향 또한 다릅니다. 다양성의 말살, 이원론적 세계관, 끊임없는 차별 따위가 이런 대통령이 나온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그들은 왜 사라졌나?
"한국전쟁 때 학살당한 경우도 많았고 반공주의만이 유일한 잣대인 사회에서 숨기고 살아가거나 연좌제로 묶여 감시 당해 말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승만 정권 때 평화통일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세상이었습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수많은 역사의 자원을 잃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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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선거로 읽는 한국 현대사> 속 내용 ⓒ 최은경



- 대통령이 될 만한 그릇·자질·덕목은 어떠해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할 만한 연륜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질문은 사회 어른들이나 10, 20대의 청년들에게 해야할 것 같습니다. 사회 어른들은 일상생활을 살아가면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식과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말해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생각하지 못할 창의적이고 참신한 생각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만들어 나가야 할 세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최근에 나온 기사에 한국출판인협회의 '책 읽는 대통령이 보고 싶습니다'는 캠페인이 재미있었습니다. 대통령 후보자나 대통령의 서재에는 어떤 책들이 꽂혀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대통령의 의복, 화장, 언설 따위에 관심을 두지만 대통령의 서재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조선시대 임금들이 유교 경전을 두고 경연을 했던 것과 비슷하게 대통령과 행정장관들이 책읽기 모임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 선거권을 처음 누릴 젊은이한테 들려주실 이야기라면?
"나의 선택이 나의 역사를 만든다고 하잖아요. 젊은이들은 역사 한가운데 있으며 젊은이들의 선택이 곧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책의 마지막, 부록으로 실은 '대통령 취임사로 읽는 시대정신'에서 '다음 (대통령) 취임사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몫이 아닐까?'라고 한 건 그런 의도에서인가.
"네. 그리고 부록으로 실은 취임사는 왜 다른 곳에는 감동을 주는 취임사가 많은데 우리는 그렇지 못할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취임사는 선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데 대통령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우리나라 선거 연령에 대한 생각은?
"2017년 5월 9일에 19세가 안 된 청소년들은 23, 24살에 대통령 선거를 하겠네요. 이런 생각이 납니다. 1947년 입법의원에서 청년들의 선거권 참가 연령을 정할 때 20세냐 25세냐를 두고 논쟁이 있다가 결국 23세로 정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5월 9일 생일이 지나지 못한 19세의 청소년은 23세에 대통령 선거를 할 수 있으니 1947년과 2017년이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운전면허도 18세면 가능하고, 공무원 임용도 18세면 가능합니다. 혼인 적령도 18세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18세에 선거권이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세계적으로 봐도 18세 선거권은 144개국, 19세 선거권은 한국이 유일하다지요? 선거 가능 연령은 18세로 조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시민들이 국정에 참가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가 선거인데 이에 대한 문제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선거법이나 선거제도의 미비점을 끊임없이 고쳐나가야 합니다. 한 예로 박정희 정권 때도 신민당이 공화당과 득표율이 같거나 조금 높았지만 의석점유율은 반대였습니다.

공화당의 의석점유율은 언제나 2/3였습니다. 이런 결과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고 지방의원의 경우 더 심각하다고 합니다. 정당득표율과 지방의회, 국회의원의 의석 점유율의 불일치는 계속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연동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선이 필요합니다."

- 그럼에도 '10대는 정치적 판단력, 분별력이 없다'는 소리를 하는데.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민주주의 현장에 10대는 항상 앞장섰고 현장에 있었습니다. 2016년에도 2017년에도 촛불집회에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책에도 나와 있지만 사실 4·19혁명은 3·15부정선거를 반대하는 집회에서 비롯됐습니다. 3·15부정선거 반대시위는 3월 내내 전국의 고등학교 학생들의 시위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리고 부정선거 시위가 4·19혁명으로 바뀐 계기도 부정선거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김주열 때문이었는데 그도 고등학생이었습니다.

미국소고기수입반대 촛불 시위 때도 10대가 앞장섰습니다. 앞장서서 부패한 현실을 알렸고 잘못된 관행과 정책을 밝혔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1월 3일 학생의 날의 유래도 광주고등학교 학생들의 반일시위가 발단이 되고 전국적으로 반일운동으로 퍼진 것은 10대의 학생들이었습니다."

- 공약(公約)이 빈 약속(空約)이 되지 않게 하려면 감시 외에 또 어떤 대안이 있을까?
"선거 때만 되면 정책 분석이 이루어질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공약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필요하겠지요. 저는 전문적 시민기자의 활동이 다양한 분야에서 나오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시민기자의 활동? 좀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지 알고 싶다.
"한국 사회에서 인터넷은 모든 연령에 직접적 영향을 줍니다. <오마이뉴스>의 경우 비교적 자율적으로 시민기자의 활동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좀 더 확장하자면 예를 들어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나온 다양한 공약과 구호들이 다음 대통령 선거 때까지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아니면 말바꾸기, 아니면 선거때만 내놓는 공약인지 계속적인 점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한 정책에 관심 많은 시민기자의 활동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시민기자들 가운데 관심 분야가 비슷하면 함께 짝을 이루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0대와 통하는 선거로 읽는 한국 현대사

이임하 지음,
철수와영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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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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