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발정제' 홍준표 후보가 무릎 꿇고 읽어야 할 책

[홍준표 후보에게 추천하는 책 3권] <아내 가뭄>부터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등록 2017.05.06 23:10수정 2017.05.0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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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장미가 피는 계절이라고 해서 붙여진 '장미 대선'. 이름은 예쁘기 그지없는데 '장미 대선'이 다가오는 지금은 단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토론회가 한 번 휩쓸고 지나가면 마음에 폐허가 찾아오고, 잠시 조용했다 하면 곧이어 막말 파동이 일어난다. 분노하기도 지쳐 헛웃음까지 나오는 요즈음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독점하는 톱스타는 단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다.

타임라인이 홍준표 이야기뿐인데도 나는 그가 내거는 정책이나 정치적 신념을 전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올라오는 내용은 그의 막말이나 기행에 관련한 것뿐이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직접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더 잘 쓴, 이미 시중에 나온 책들을 빌려 이 분노를 풀기로 했다.


이 글을 홍준표 후보가 꼭 봤으면 좋겠다. 또 남자면 누구나 한번 그런 장난을 해본 적이 있다며 홍준표의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아준 수많은 '홍준표들'도 꼭 봤으면 좋겠다. 이들 뿐만 아니라 홍준표와 같은 생각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아래 책들은 부디 사서 보시라.

"설거지는 하늘이 정해준 여성의 일"
가부장 홍준표에게 추천하는, <아내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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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뭄> 책 표지 ⓒ 동양북스

설거지 하나까지 역할 분담해 줄 만큼 하나님이 할 일 없는 신이었던가. 홍준표의 이 발언은 <아내 가뭄>의 배경과 일치한다. 그는 궁색하게 '설거지는 전업주부의 것'으로 말을 바꿨지만, <아내 가뭄>의 분석에 따르면 전업주부건 그렇지않건 가사노동은 여성에게 가중된다. 그 원인으로 저자는 사회가 '남성들에게 가사노동을 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는다.

책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가사노동의 가치가 과소평가 되어 있고, 남성들에게 평가절하된 가사노동을 분배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언제나 더 가사노동이 할당되는 구조이다. 가사노동은 하늘의 뜻이 아니라 사회가 정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저자가 내거는 해결방안은 굉장히 흥미롭다. 가사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전업 주부 남성들이 대거 생겨나야 한다는 것. 그러니 홍준표 후보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게 아니라 본인의 발언을 반성할 겸 전업주부로서 가사노동에 매진하시는 편이 어떨지.


"흙수저의 롤모델은 바로 나"
꼰대 홍준표에게 추천하는, <미운 청년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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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청년새끼> 표지 ⓒ 미래의 창

N포세대, 사토리 세대.. 청년 세대를 지칭하는 말은 차고 넘치지만, 청년들이 스스로 붙인 이름은 아니었다. <미운 청년 새끼>의 저자들은 'N포세대'라는 명명에 관해 이렇게 질문한다. 포기했다고 판단하기 전에 왜 결혼, 출산, 육아를 누구나 당연히 원할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말이다.

이 질문은 홍준표가 청년을 이해하지 못하는 핵심을 찌른다. 그의 삶에서 당연했던 것이 지금 세대에서는 당연하지 않다. 결혼, 출산, 육아 뿐만이 아니다. '이대 나온 여자' 엘리트 여성에 대한 혐오도 이제 농담으로 치부되지 않는다. 여성을 비하한다고해서 '센 남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멍청하고 무례한 인간일 뿐.

무엇보다 홍준표 후보가 잘못 아는 건 '흙수저'에 대한 것이다. 애초에 '흙수저'는 단지 자신의 상황을 자조하기 위함이 아니라 흙수저-금수저를 가르는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비판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흙수저의 목표는 금수저가 되는 것이 아니고 될 수도 없다. 불가능하기 때문에 흙수저-금수저라는 태생적인 의미로 표현된 것이다. 오히려 흙수저들에게 공동의 목표가 존재한다면, 그건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기존 권력 체계의 몰락이 아닐까. 따라서 흙수저의 롤모델이 있을 리도 없지만, 만약 있다 해도 결코 당신만은 아니다.

'돼지발정제 성폭력 모의'
홍준표 후보에게 추천하는,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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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책표지 ⓒ 오월의봄

홍준표 후보가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일들로 많은 여성이 생명을 잃는다. 여성에게 돼지발정제를 먹여 강간하려 했던 그 일은 강간 미수일 뿐 아니라 급성 쇼크를 부를 수 있는 살인 미수 행위였다. 그걸 알면서도 도왔고, 그 내용을 자서전에 버젓하게 쓴 데다가, 몇 십년 전 일인데 지금 와서 들춘다느니 하는 반응에서 홍준표 후보가 갖고 있는 인식의 저열함을 총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은 가정폭력 피해 상담 여성 지원센터 '한국 여성의 전화' 쉼터에서 발간한 책이다. 가정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에세이가 실렸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정희진은 이렇게 말한다.

'왜 때리는가? 이런 질문이 바로 폭력이다.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때릴 수 있으니 때리는 것 뿐이다.'

돼지발정제 사건도 마찬가지다. 홍준표 후보를 비롯한 당신의 친구들은 단지 할 수 있으니 한 것뿐이다. 그러니 그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에 대해서도 듣고 싶지 않고 관심도 없다. 문제적인건 이 일이 '청춘의 불장난'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홍준표가 대통령 후보로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폭력에 노출되는 여성의 경험은 이제 '사소하지 않음'을 넘어 최소한 대통령 후보직을 박탈시킬 수 있는 정도의 파괴력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다루어져야 한다(관련기사 : '돼지발정제' 홍준표, 사퇴할 만한 일일까?). 그런데도 홍준표가 여전히 대통령 후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여성을 향한 폭력이 여전히 사소하게 다루어진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는 원인 불명의 폭력에 계속해서 노출되어 왔으나 용기있게 헤쳐 나온 생존자들의 기록이다. 지금의 사회에서도 여성들은 여전히 '이유 없이' 가해지는 폭력에 맞서야 한다. 그러니 홍준표 후보가 '돼지발정제' 사건을 제대로 반성하려면, 이 책을 무릎 꿇고 읽으시길 바란다. 물론 그 전에 후보 사퇴부터 해야겠지만.

아내 가뭄

애너벨 크랩 지음, 황금진 옮김, 정희진 해제,
동양북스(동양문고), 2016


#홍준표 #아내가뭄 #미운청년새끼 #그일은전혀사소하지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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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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