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DJ-YS 아들들, 이번 선거 압축하는 '한 장면'

[대선 게릴라칼럼] 지역주의 깨뜨릴 절호의 기회 맞은 19대 '촛불 대선'

등록 2017.05.07 14:03수정 2017.05.0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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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한 두김씨 1987년 대선을 앞둔 10월 고려대에서 열린 집회에서 서로 외면한 김대중과 김영삼 당시 야당 총재. ⓒ 연합뉴스


19대 조기대선을 향한 유권자들의 열기가 뜨거운 지금, 공교롭게도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DJ'와 'YS'의 전성기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허나 둘의 성격은 판이했다. '인간' 김영삼은 화끈하고 직설적이었고, 김대중은 신중하고 논리적이었다. 그리고 평생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대결 상대였다. 두 정치 거목의 숙명적인 대결, 민주화를 위한 투쟁,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생애를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대통령 선거를 위해 네 번이나 맞붙었다는 점이다. 비단 단일화 실패라는 역사적 오점을 남긴 1987년과 3당 합당으로 YS가 승리한 1992년 대선 뿐만이 아니었다. 잘 알려진 대로, 그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인 1980년 이미 두 사람은 국민들 마음속 유력한 대선후보였고, 실제로 대통령 출마를 위해 뛰었었다.

그로부터 10년 전인 1970년엔 신민당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당내 경선에서 맞붙었었다. 그런 'YS'와 'DJ'였지만, 선거 유세에 나란히 서는 장면은 흔치 않았다. 1971년 4월, 신민당 대통령 후보 김대중과 그를 위해 찬조 연설에 나선 김영삼이 연단에 오른 곳은 부산 범일동이었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특유의 언설 능력을 뽐내며 수만 청중을 사로잡았고, 경선에서 역전패를 당했던 김영삼 의원은 그러나 "김대중의 승리는 우리들의 승리이며 곧 나의 승리"라며 맞잡은 DJ의 손을 치켜 올렸다. 그렇게 1971년 7대 대선은 현직의 박정희 대통령과 40대 젊은 정치인이 맞붙어 선전한 역사적인 선거였다.

그로부터 45년여가 흐른 2017년 5월, 김영삼의 아들과 김대중의 아들이 나란히 부산 유세에 나섰다. 서로를 위해서가 아닌 다른 한 정치인을 위해서 말이다. 그 둘이 양 쪽에서 사이좋게 한 정치인의 손을 굳게 잡고 팔을 들어 올리는 모습은 분명 대한민국 정치사에 있어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지긋지긋한 '지역주의'란 용어를 아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YS와 DJ의 아들들, 부산에서 다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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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5일 오후 부산 중구 광복중앙로에서 집중유세를 마치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국민대 교수와 포옹하고 있다. 왼쪽은 김덕룡 김영삼 민주센터이사 ⓒ 남소연


"3당 합당으로 갈라졌던 대한민국 민주화 세력, 우리 영남의 민주화 세력이 다시 하나가 됐다."


지난 5일 오후, 부산 중구 광복중앙로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집중유세에 YS와 DJ의 아들이 문재인 후보의 손을 맞잡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국민대 교수와 김대중 전 대통령 삼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문재인 후보의 손을 치켜 올렸고, 문 후보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이 손을 맞잡았다"며 "여러분 든든하지 않나"라고 화답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김홍걸 위원장과 김현철 교수는 문재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 자격으로 광주 5·18 민주묘지를 동반 참배했다. 대구에서 4선에 성공하며 지역주의 타파에 힘써온 김부겸 의원이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동행했다.

김현철 교수는 이 자리에서 첫 5.18 묘역 참배라 밝혔다. 이들은 입을 모아 두 사람의 만남이 "역사적인 사건"이며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최근 공개된 더불어민주당의 투표 독려 동영상도 함께 촬영했다.

"1800만이 넘는 촛불민심의 거대한 물결을 보며 저는 아버님을 생각했습니다.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는 아버님의 말씀이 촛불로 실현되는 것을 하늘에서 보시고 아버님도 분명 기뻐하셨으리라 믿습니다." (김홍걸)

"그렇습니다. 촛불로 이뤄낸 이번 조기대선을 보면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던 아버님의 말씀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김현철)

엷어진 지역주의, 성숙한 유권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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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 지지와 투표 독려에 나선 김대중 전 대통령 삼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국민대 교수. ⓒ 더불어민주당


1987년 야권의 후보 단일화 실패는 YS와 DJ의 뼈아픈 실책으로 기록되고 있다. 훗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YS는 "천추의 한"이라고 평했고, DJ 역시 "단일화 실패를 가장 후회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실패는 '보스정치', '계파정치'라는 유산 외에도 지역주의 정치의 노골화라는 폐해를 남겼다.

비록 역대 군사정권이 집권연장을 위해 영남의 YS와 호남의 DJ를 앞세워 지역주의를 조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1987년 13대 대선은 충청의 JP(김종필)와 대구·경북의 노태우 전 대통령까지 가세한 지역주의 선거로 치러졌다.

이후 지역주의를 이용한 선거 행태는 날이 갈수록 노골화됐다. '지역주의 타파'를 앞세웠던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이 '지역주의'는 북풍을 위시한 '안보상업주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으로 종말이 선고된 '박정희 향수'와 함께 보수 기득권 세력의 '표장사'에 기여하는 3대 요소였다.

그러나 '촛불시민'들이 이뤄낸 이번 19대 조기대선에선, 그 지역주의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완연히 약해지고 있다. 최근 조사를 하나 보자.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 지난 1~2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3일 보도)에서 이번 대선에서 '지역주의가 약해졌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70.8%에 달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구체적으로, '지역주의가 약해진 선거였다'는 의견에 20.1%가 '매우 그렇다'를, 50.7%는 '대체로 그렇다'고 응답했다. '별로 그렇지 않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층은 23.6% 뿐이었다. 이 같은 '지역주의 약화'에 대한 체감은 지지하는 정당과 구분 없이 50%를 상회했다.

선거를 치르는 각 캠프의 전략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지역주의'를 받아들이는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은 한층 높아졌다고 풀이할 수 있다. 같은 의미에서, 누가 '지역주의'를 노골적으로 이용하는가 역시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일 <뉴스룸> "'유세 발자국'에 찍힌 5명의 전략…동선 분석해보니"란 보도가 힌트를 줄 수 있다.

26.06%의 놀라운 사전투표율... 5월 9일은 지역주의 종지부 찍는 날

"각 후보 캠프의 전략은 후보의 발자국을 보면 나온다, 이런 얘기가 있죠.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17일부터 어제(4일)까지 약 3주 동안 각 후보들이 다닌 동선을 분석해봤습니다."

이날 <뉴스룸>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횟수로는 호남, 충청, 영남권을 골고루 찾았습니다"라며 "영남권 유권자가 호남권에 배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호남에 더 무게를 둔 셈입니다"라고 풀이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호남과 영남을 거의 비슷하게 방문했다. 하지만 <뉴스룸>은 "지난달부터 보수 유권자 쪽에 무게를 두기 시작하면서 호남은 당 지도부가 챙기고 본인은 영남권을 챙긴 것으로 분석"했다. 

예상 가능하듯, 보수층 표심에 집중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영남권 유세에 '올인'했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역시 영남권 중에서도 대구, 경북 지역을 자주 찾았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호남권과 영남권을 두루 찾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상대적으로 충청권 방문은 1번에 그쳤다. 서울과 경기를 제외하고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선거인수를 자랑하는 영남 방문 횟수가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YS와 DJ는 지역주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니, 지역주의의 수혜자다. 그들의 유산을 물려 받은 고 노무현 대통령은 결국 '지역 차별 타파'를 내걸었지만 그 지역주의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야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냐 여전한 '보수 vs. 진보'냐의 갈림길에 선 제19대 대선은 지역주의의 높은 산을 넘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는 '영호남 통합 대통령'을 내세웠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지역주의에 매달리기 보다 세대론을 내세우고 있으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호남에서 먼저 지역주의를 타파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호남 기반인 안철수 후보 역시 보수표심을 의식했다고는 하지만 영남을 더 많이 방문했다.

비록 지역주의에 매달리는 후보도, 캠프도 여전히 잔존하다. 하지만 '촛불대선'이라 일컬어지는 이번 대선이야말로 '촛불 유권자'들이 직접 그 벽을 허무는 장본인들로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는 기회다. 유권자들의 엷어진 지역색이 이를 방증한다. 26.06%라는 높은 사전투표율로 열기가 한층 달아 오른 이번 19대 대선, 오는 9일은 지난한 지역주의에 종지부를 찍는 날로 기억될 것이다.
#김홍걸 #김현철 #김영상 #김대중 #지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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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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