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과 '왜곡'의 아이콘 된 이순신 바로잡자

제51회 거북선축제 학술심포지엄서 김병호 이사장 <난중일기> 재해석

등록 2017.05.16 10:47수정 2017.05.1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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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자와 토론자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고 있다. ⓒ 황주찬


정권이 바뀌었다. 천만 촛불의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이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호사가들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뤘다'며 호들갑이다. 430년간 이어져 온 비정상을 정상화시킬 때가 됐다. '과장'과 '왜곡'으로 포장된 이순신을 바로 볼 때다.


1970년대 박정희 유신정권은 장기집권을 노렸다. 독재자는 정권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이순신을 이용했다. 박정희에 의해 이순신은 '구국의 명장'을 넘어 '민족의 성웅'으로 추앙받았다. 더불어 이 장군에 대한 역사 왜곡과 과장이 도를 넘었다. 독재자 박정희는 자신을 이순신과 등치 시키려 발버둥 쳤다.

역사를 올바로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역사를 고치지 않으면 치욕의 역사가 되살아난다. 그런 점에서 며칠 전 열린 학술심포지엄은 뜻깊은 행사였다. 지난 2일, 전남 여수 여수시문화원 대회의실에서 '여수 거북선 축제 51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이 열렸다.

인사말 (사)여수지역사회연구소 김병호 이사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황주찬


이번 학술심포지엄은 그동안 치러진 행사와 결을 달리했다. 과거 심포지엄은 '축제의 성공을 위한 논의'가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축제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자리였다. 심포지엄에서는 교과서와 난중일기 그리고 여수 지역 유적을 다시 살펴 임진왜란과 이순신에 대한 과장, 왜곡, 오류를 바로잡았다.

이를 통해 축제가 추구하는 이념인 임진왜란 중심의 호국정신과 문화유적을 재조명하는 자리였다. '여수 거북선 축제'는 이순신 장군이 여수에서 첫 해전을 출전한 날인 5월 2일을 기념하는 축제다. 최초 축제 명칭은 '진남제'였으나 1997년 삼여(三麗) 통합 이후 '여수 거북선 축제'로 명칭을 바꿨다.

발표 이정훈 여수고등학교 교사가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한국사 교과서’와 ‘2015년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에 따른 중, 고등학교 국정역사교과서’를 분석 한 뒤 외국 교과서에 나타난 ‘자국사’와 ‘세계사’ 연결 구조를 정리했다. ⓒ 황주찬


"이순신이 장수로서 큰 공을 세웠으나 혼자 공을 세울 수 없다"


뜻깊은 축제의 근원과 의미를 되묻는 학술심포지엄을 정리했다. 학술심포지엄은 3개 분야를 다뤘다. 첫 발제는 한국사 교과서에 서술된 '이순신 장군'을 생각하는 자리였고 두 번째는 난중일기 해석 오류를 바로잡는 토론이었다. 끝으로 현재 여수에 남아있는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 관련 유적의 보존실태와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먼저, 교과서에 나타난 임진왜란과 이순신을 살피는 일은 이정훈 여수고등학교 교사가 맡았다. 그는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한국사 교과서'와 '2015년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에 따른 중, 고등학교 국정역사교과서'를 분석한 뒤 외국 교과서에 나타난 '자국사'와 '세계사' 연결 구조를 정리했다.

그는 발표에서 "이순신이 조선 수군 장수로서 큰 무공을 세웠으나 그것은 결코 개인만으로 공을 세울 수 없다"라며 "당시 축적된 조선 사회와 조선 수군의 해상활동 전통이 있었고 군인과 함선, 무기 등 수군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존재했음을 무시하고 있다"고 역사 교과서의 편향을 지적했다.

자료집 심포지엄 자료집 ⓒ 황주찬


또, 신채호와 이광수가 만든 '영웅 이순신'을 설명하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서 수군의 승리를 영웅 중심의 역사 서술 구조를 넘어 조선이 수군 강화 전략을 채택해 '수군 통제영'이라는 기구를 설치하므로 써 수군 군사력을 높여 가져온 승리라는 역사적 배경도 함께 서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역사교과서에서 임진왜란에 대한 서술 분량이 너무 적다"며 "전쟁의 배경과 전투의 성과 그리고 지역 주민의 역할을 소개함으로써 종합적 시각으로 교과서를 서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역사적 사실을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로 적는 내러티브 서술 방법을 적용할 것"도 주문했다.

동헌 전라좌수영 동헌의 옛모습 ⓒ 황주찬


백서량 백서량은 남면 횡간도가 아니고 상암동 신덕 앞바다에 있는 백도를 말한다. ⓒ 황주찬


백서량은 전남 여수시 남면 '횡간도' 아닌 상암동 '백도'

이어진 발표는 김병호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이 맡았다. 그는 난중일기 중에서 여수와 관련된 내용을 뽑아 공공건물, 유적, 지명 오류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그는 잘못된 지명을 바로잡았는데 대표적인 예가 유도(柚島)다. 유도는 현재 송도라 불리는데 율촌면 율촌산업단지 앞바다에 있는 섬이다.

김 이사장은 "난중일기를 번역한 다수의 책에서 묘도(猫島)를 유도(柚島)로 번역하고 있는데 이는 오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군사관학교에서 작성한 '순천 왜교 전투도'에서 '조명 연합군 사령부'를 유도로 지정한 전투도는 수정돼야 하며 사령부는 지금의 묘도에 위치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또, 난중일기에 표시된 백서량(白嶼梁)의 위치도 수정했다. 김 이사장은 "백서량은 남면 횡간도가 아니고 상암동 신덕 앞바다에 있는 백도를 말한다"며 "이 장군이 순천 왜성에 있는 적을 두고 전장(戰場)을 이탈하여 멀리 떨어져 있는 남면에 진을 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오역이 생긴 이유는 "누락과 오류가 많은 <충무공전서>를 그대로 번역하거나 앞서 번역한 사람들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고 여수 지리를 잘 모르는 외지인들이 난중일기를 해석했기 때문에 생긴 오류"라고 소개했다. 덧붙여, "난중일기는 1953년 설 의식의 <난중일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0여 권 이상이 발행됐는데 번역에 아쉬움이 많다"고 언급했다.

유도와 묘도 난중일기를 번역한 다수의 책에서 묘도(猫島)를 유도(柚島)로 번역하고 있다. ⓒ 황주찬


송도와 묘도 해군사관학교에서 작성한 ‘순천 왜교 전투도’에서 ‘조·명연합군사령부’를 유도로 지정한 전투도는 수정돼야 하며 사령부는 지금의 묘도에 위치해야 옳다. ⓒ 황주찬


이순신에 대한 잘못된 상식, 역사 엉뚱한 곳으로 이끈다.

끝으로 김 이사장은 "난중일기는 자구의 정확한 해석도 필요하지만, 지역별로 보다 정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마지막 학술심포지엄 발표자는 조미선 한영대 외래교수로 여수 임진왜란 유적 보존 실태와 활용할 방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조 교수는 "<난중일기>에 나타나는 여수의 지명은 29곳인데 현재는 객사인 진남관만 남아있어 아쉽다"라며 "좌수영에 딸린 다른 건물들도 속히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는 멸실 직전에 있는 곳과 복원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 하루빨리 보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수 거북선 축제 51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은 총 3시간 동안 진행됐다. 학술심포지엄은 여수뿐 아니라 타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만큼 이순신과 임진왜란은 관광 상품으로서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순신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과장된 왜곡은 역사를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하게 만든다.

이순신 마케팅이 전국적으로 유행이다. 이럴 때에 학술심포지엄에서 지적된 내용은 곱씹어 볼 만하다. 아이들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이런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학술심포지엄은 (사)여수진남거북선축제보존회와 (사)여수지역사회연구소가 주최, 주관을 맡고 여수시가 후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거북선축제 #난중일기 #이순신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여수진남거북선축제보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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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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