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사드 배치 찬성, 두고두고 골칫거리"

[인터뷰] 전 안철수캠프 공명선거추진단장 "안철수, 토론 때 미흡"

등록 2017.05.17 13:58수정 2017.05.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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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도자 인지이기(因地倒者 因地而起)'.

대선 패배 뒤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는 첫 물음에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전남 여수시갑)은 위 구절을 인용해 답했다. 이는 '땅으로 인해 넘어진 사람, 땅으로 인하여 일어난다'는 뜻으로, 패배로 인해 위축되지 않고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용주 의원은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저도 그렇지만,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만약 5년 후에 다시 뛸 생각 있다고 하면 계속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전 대표의 정계 은퇴설과 관련해 "정계 은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본인도 아니라고 했고 그럴 상황도 아니"라며 "그렇다면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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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사진)은 지난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저도 그렇지만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만약에 5년 후에 다시 뛸 생각 있다면 계속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애


이 의원은 지난 19대 대선 당시 국민의당 중앙선대위에서 공명선거추진단장으로 뛰었다. 추진단이 지속적으로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 아들 특혜취업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신원을 알기 힘든 제3자 음성녹취를 핵심 증거로 내놓는 등 '카더라'식 공세를 이어갔다는 비판이 많다(관련 기사: "문재인 이긴다"던 안철수 예언, 이래서 틀렸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 대해 이 의원은 "응시원서 등 물적 근거를 가지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며 "검증 차원이었던 게 맞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현재 이 의원은 민주당 측으로부터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이 의원 외에도 김성호·김인원 부단장, 손금주 당시 대변인 등이 함께 고발됐다.

이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의 가장 큰 패인 중 하나로 미흡한 정치적 대응을 꼽았다. "홍준표 후보가 돼지흥분제 등 여성·장인 비하 발언(을 비롯해) 여러 악재 속에서도 선전했다. 그 와중에 우리가 토론회 때 잘못한 게 컸다"며 "안 전 대표가 정치적 현안에 대해 충분한 숙지가 안 됐거나 현안을 잘 몰랐다고 말할 수 있는 모습이 토론회에서 계속 보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럼에도 "선거에서는 졌지만,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호남에서 전략적 투표로 문 대통령을 지지한 걸 감안하더라도, 안 전 대표에 대한 상당수 지지는 살아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될 사람 밀어주기' 차원의 이른바 전략적 선택이었을 뿐, '정치인' 안 전 대표는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 9일 대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최종 득표율 21.4%로 문재인 대통령(41.1%)과 홍준표 전 후보(24.0%)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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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지난 19대 대선 과정 당시 국민의당 중앙선대위에서 공명선거추진단장으로 뛰었다. 지난 대선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4월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네거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함께 인사 중인 이용주 단장(가운데)의 모습. ⓒ 유성호


다음은 이용주 의원과 만나 한 인터뷰 요지를 1문 1답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안철수, 선거 졌지만 실패는 아냐... 다시 시작할 여지 충분하다"

- 대선이 끝났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인지도자 인지기야'라는 말이 있다. 넘어졌지만 땅을 짚고 다시 일어난다는 말이다. 저도 그렇지만 안철수 전 대표가 만약 5년 후에 다시 뛸 생각이 있다고 한다면 뛰어야 한다.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거다. 정계 은퇴설? 전혀 아니다. 본인도 아니라고 말했고 그럴 상황도 아니다."

- 안철수 전 대표가 전국 낙선 인사를 다니고, 5.18 기념식에도 갈 예정이라고.
"짧은 기간 치러진 선거였던 탓에 후보가 전국을 돌지 못했다. 특히나 제 지역구인 전남 여수는 대도시이고, 안 전 대표 처가가 있는 곳인데도 못 갔다. 그래서 정말 미안한 마음에 낙선 인사를 가는 것이다. 또 안 전 대표가 진 뒤에, 자신이 바닥 민심, 지지자들과 얘기를 못 해봤다고 깨달은 것 같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것이다. 광주 5.18 기념식은 (안 전 대표가) 정치를 떠나지 않았으니,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가야 할 자리여서 가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졌지만,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 전 대표 득표율이 만약 12~15%였다면 심각한 상황이고 다음 선거도 어렵다고 봐야 하지만, 여전히 안 전 대표에 대한 상당수 지지는 살아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득표율(21.4%)로도 다시 시작해볼 여지는 충분히 있다. 호남에서 전략적 투표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 걸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호남에서 '이번에는 1번 찍었는데 다음에는 (안철수) 찍을 테니 준비해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 최근 여론조사 결과 정당지지도에서 정의당이 국민의당을 앞서기도 했는데.
"그럴 수 있다. 이번에 정의당이 선전한 것은 사실이고, 젊은 사람들이 정의당의 참모습을 봐서 지지하게 된 건 맞다. 그러나 일시적인 거라고 봐야 한다. 또 다음에 심상정 전 후보가 다시 정의당 대선후보로 나와서 대통령이 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지금과 같은 정치지형이 유지된다면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 되기는 어렵지 않겠나 싶다."

- 안철수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진 가장 큰 패배 원인이 뭐라고 보나.
"이번 대선은 결국 전 새누리당 실패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해 이뤄졌다. 선거 초반, 보수표를 다 합해봐야 10%도 안 됐었다.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대결로, 소위 정권교체는 이미 된 상황에서 '더 좋은 정권교체'를 두고 경쟁할 수 있었다. 그런데 홍준표 전 후보가 2월 중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최소한의 보수 세력이 찍을 수 있는 사람, 박근혜 정부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생긴 것이다.

홍 전 후보는 경남도지사를 지내서 지역적 지지기반도 있다. 우리가 이기려면 당시 보수표를 최소 15% 아래로 묶었어야 하는데, 다시 말해 보수 후보들을 합쳐서 (득표율) 15% 아래로 묶었어야 이길 수 있었는데 그걸 제대로 못 했다. 4월 초까지는 잘 되고 있었는데 그 뒤로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구도가 무너졌다." 

- 구도는 외부의 변수다. 내부에서의 이유는 없나.
"우리가 토론회 때 잘못한 게 컸다.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지지, 특히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지지는 적극적 지지가 아니고 소극적 지지였다. 이유는 두 가지, '문 후보는 안 된다'는 것과 '안 후보는 유능하다'는 것이었는데, 토론회를 보고 나니 '안철수 유능'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지지층들이 홍 후보 또는 기권으로 갔다고 본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가 정치적 현안에 대한 숙지를 잘하지 못했다.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거나 현안을 잘 몰랐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모습이 토론회에서 계속 나타났다는 얘기다. 안 전 대표는 지금껏 상대의 공격을 받아서 답변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정치적으로 대응할지를 고민해보지 않았던 게 컸다고 본다. 햇볕정책 또는 사드 배치에 대해, 본인 소신과는 별개로 그 발언이 어떻게 표로 이어질지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고 본다."

- 'MB 아바타냐'라는 등 안 전 대표가 직접 토론회에서 질문한 게 많이 회자됐다.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호남이 제일 미워하는 사람 중 하나다. 이 얘기가 호남에서 비공식적으로 돌면서 큰 패인 중 하나가 됐다. '박지원 상왕론'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온 거다. 그러면 안 전 대표가 역으로, '4대강 재조사 위원회'를 만들어 재조사하겠다고 하면 끝나는 문제였다. 근데 보수 세력을 의식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그 말을 못 해서 직격탄을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도 명확히 정리하고 끊었어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못 해 불리한 걸 자초한 측면이 있다. 제대로 선거를 치러본 게 이번이 처음이라 그렇다고 본다."

- 사드 배치는 사실상 찬성으로 당론이 변경됐다. 문제가 될 것이라 보나.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받겠다고 하는데, 우리 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아직 정리가 안 됐다. 말하기론 '변경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까지 얘기했지 절차를 밟아 변경된 건 아니지 않나. 이건 두고두고 '앳가심(애태우게 하는 요인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문준용 의혹, 네거티브 아니라 검증 차원... 국민의당 새로운 역할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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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선대위 이용주 공명선거추진단 단장(의원)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권재철 초대 한국고용정보원장 재임 시절 특혜채용 의혹 10여건이 발견됐다고 밝히는 모습. ⓒ 연합뉴스


- 문준용 특혜 의혹 제기 등이 지나친 네거티브였다는 지적이 많다.
"네거티브가 아니고 검증 차원이었던 게 맞다. 이미 그때도 보면, 입사 과정을 적절히 설명 못 하는 부분이 더 많았다. 그런 내용을 문제 제기 안 할 수 있겠나. 네거티브라는 지적은 적절치 않다. 응시원서에 직급·직렬 등이 비어있는 채로 응시했던 것도 있고, 뒤에 있는 날짜 등 필적이 위조됐다는 내용(의혹)도 있었다. 그건 응시원서 등 물증, 물적 근거를 가지고 한 거다. 근거가 있으니 네거티브는 아니라고 본다."

-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과도 하지 않았나.
"제가 직접 사과하긴 했는데, 사과한 것은 명확히 더 확인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은 부분, 우리가 예상했던 친인척 관계가 아니어서 사과한 것이지 다른 부분은 사과한 게 없다. 또 당사자인 권아무개씨에 하는 사과는 아니었다. 이건 인적사항을 확인하면 되는 거였고 자료를 한국고용정보원에 달라고 요청했는데 그쪽이 개인정보라며 주지 않아서, 즉 확인 방법이 막혀서 우리가 제기된 의혹을 공개한 거다. 우리 책임도 있지만, 이걸 100% 우리 책임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럼 모든 자료가 확보되지 않으면 의혹 제기도 말아야 하나? 저는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 고소·고발 건은 어떻게 됐나. 국민의당이 고발한다던 문준용씨는 고발했나.
"제 앞으로 고발이 한 건 돼 있더라. 추가특혜 채용사례 등 세 개 내용으로 고발했던데, 의혹에 모두 근거가 있던 거다. 그리고 문준용씨에 대한 고발은 제가 정무적 판단으로 보류하라고 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고소·고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설령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불법은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이건 10년 전 일인데 공소시효 문제는 어떻게 하나. 공소시효가 넘은 걸 어떻게 하겠나."

- 박지원 당대표 사퇴 등 당내 구심점이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그렇지 않다. 여전히 당내에 박지원 의원이나 안철수 전 대표의 영향력은 있다고 봐야 한다."

- 15일 TBS 라디오에서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없다'고 말했다. 이유가 뭔가.
"우리 쪽도, 상대 쪽도 안 하겠다고 하지 않나. 그리고 이해관계가 틀리다. 국민의당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당은 아니다. 적어도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무조건 가야 한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바른정당은 교섭단체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또 합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인적 인프라 등을 얻을 수 있지만, 저쪽(바른정당)에서는 얻을 게 없다."  

- 앞으로 국민의당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민주당이 여당, 국민의당은 야당인 상황이 됐다. 그런데 우리 당과 민주당의 정책이 다른 게 있나? 한두 건 빼고는 거의 비슷하다. 그러면 이제 다른 기능과 역할을 찾아야 한다. 지금 3당 체제가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렇듯 달라진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어떤 역할을 어떻게 맡아서 할지, 국민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태와 상황을 분석해봐야 한다.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비슷한 주장을 하지만, 다른 정당이다' 이런 지점을 국민에게 잘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용주 #안철수 #선거 패배 #이용주 의원 #바른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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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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