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이민자, 난민 아픔 끌어안은 이 영화... 칸영화제를 채우다

[칸 리뷰②] 영화 <주피터스 문>의 특징은 바로 카메라 워크

17.05.20 18:08최종업데이트17.05.28 10:04
원고료로 응원
총상을 입은 소년이 하늘을 날게 됐다. 자유롭게 빌딩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고 그로 인해 돈도 번다. 여기까지만 보면 숱한 SF 혹은 블록버스터 영화 줄거리 같다. 제7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주피터스 문> 이야기다.

영화 <천국의 나날들>로 급부상한 헝가리 출신의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은 <주피터스 문>을 통해 이민자와 난민의 아픔을 그려냈다. 그간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장르에서 심도 깊게 이 문제를 성찰한 영화들은 많았지만 SF 요소를 가미한 건 처음이다. 

영화 <주피터스 문>를 연출한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 ⓒ Cannes Film Festival


각종 상징과 아름다운 영상미

아버지와 함께 국경을 넘으려는 이민자 아리얀(Zsombor JÉGER)은 긴박한 순간 경찰의 총을 맞는다. 죽는 줄만 알았던 그는 그 이후 중력을 마음대로 조정하며 하늘을 나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를 쫓는 형사 라즐로(György CSERHALMI), 그를 통해 한 몫 챙기려다 결국 그를 돕게 되는 의사 스턴(Merab NINIDZE) 사이의 긴장감이 이 영화의 묘미다.

단순히 쫓고 쫓기는 추격만이 아니라 영화는 의사와 그의 연인과의 관계, 아버지와 헤어진 스턴의 고뇌 등을 적절히 제시하며 입체적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쌓아간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문구, '목성은 67개의 위성을 갖고 있다'는 것과 목성의 중력이 지구의 약 2배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민자 아리얀이 중력을 거스른다는 설정은 곧 감독이 난민 문제를 바라보고 설명하는 중요한 상징임을 알 수 있다.

유럽이라는 이름의 기원인 유로파는 목성의 4대 위성 중 하나다. 생물이 살기에 충분한 물이 있고, 그 때문에 외계인이 있다면 이곳에 있을 것으로도 추정된다. <주피터스 문>이라는 제목은 곧 유럽 연합 난민 정책과 더불어 이에 얽힌 여러 현상을 뜻하는 거로 볼 수 있다. 솅겐 조약과 더블린 협약으로 설명할 수 있는 유럽의 난민 정책은 테러와 범죄, 실업자 문제와 엮이며 현재까지도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난민에게 총격을 가한 헝가리 경찰, 그리고 아버지를 찾으려 하는 청년은 곧 휴머니즘의 속성을 대비시키는 캐릭터기도 하다. 한 사람은 자신의 임무를 철저히 수행하려 했고, 다른 한 사람은 그저 가족을 사랑했을 뿐이다. 이 대비에서 영화가 품은 슬픈 정서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영화 <주피터스 문> 관련 이미지. ⓒ Cannes Film Festival


이런 설정과 함께 <주피터스 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카메라 워크. 단순히 와이어만 이용해 공중 부양을 표현하지 않고, 영화는 상하수직 움직임을 철저히 계산해 인물과 배경의 조화를 노렸다. 특히 높은 건물에서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오는 아리얀을 빛과 그림자의 크기로만 약 2분 동안 묘사한 장면은 백미. 여기에 카체이싱 장면도 선과 면, 소리를 고려한 미학적 요소가 돋보인다. 무조건적인 헨드헬즈(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찍는 기법)가 아니라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서사 구조는 다소 약하지만 카메라 워킹과 화면 구성에서 <주피터스 문>이 이룩한 성과는 분명해 보인다. 아직 공개되어야 할 여러 경쟁작이 많이 남았지만, 촬영 기술 만큼은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평점 : ★★☆(2.5/5)

칸영화제 난민 코르넬 문드럭초 주피터스 문 이민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