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봉산의 특별한 숲, 팥배나무 군락

[써니's 서울놀이 ⑥] 전국 유일 팥배나무 군락지

등록 2017.05.24 10:51수정 2019.06.2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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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정답고 편안한 봉산. ⓒ 김종성


서울 둘레길 가운데 하나인 봉산(209m)은 정다운 이름에 어울리는 동네 뒷산이다. 조선시대 무악봉수로 이어지는 봉수대가 있어서 봉령산 혹은 봉산(烽山)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은평구 수색동에서 증산동·신사동·구산동 등을 지나 서오릉 입구까지 이어지는 9km의 긴 능선 길은 험하지 않은 데다, 적당히 경사진 오르막길이 자리하고 있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능선길이 길어서인지 동네마다 산 이름이 바뀐다. 신사동을 지날 땐 팻말에 덕산이라고 바뀌어 있고, 증산동 쪽은 비단산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산 모양이 떡시루 같다고 하여 증산(시루 증甑, 뫼 산山), 한글로는 비단산이라고 한단다.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사이에 있는 서울의 서쪽 경계를 이루는 산이기도 하다.


이맘때 따가워지는 햇살에도 울창한 나무숲이 그늘을 드리어줘 걷기 좋은 데다, 주말에도 인파에 휩쓸려가지 않고 한갓진 산길을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점도 좋다. 길섶에서 고개 들어 여행자를 반기는 노란 애기똥풀꽃, 금계국꽃 등과 눈을 맞추면 절로 마음이 화사해진다. 아예 숲속 정자에 앉거나 누워 책을 읽고 스마트폰을 보며 봉산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벌이 좋아하는 꿀샘 많은 꽃잎, 새가 좋아하는 붉은 열매가 나는 팥배나무  

경관과 가치를 인정받아 봉산에 지정된 생태보전지역내에 팥배나무 숲이 있다. ⓒ 김종성


탐방로를 따라 볼 수 있는 팥배나무 숲. ⓒ 김종성


팥배나무는 10m가 넘는 늘씬하고 키큰나무다. ⓒ 김종성


봉산에는 특별한 숲이 있는데 바로 팥배나무 군락지다. 능선 길을 걷다 보면 '봉산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는 안내 팻말이 나오면서 등산길 옆으로 팥배나무가 군락을 이뤄 사는 곳으로 가는 나무 데크 생태 탐방로가 나 있다. 멋진 팥배나무 숲 경관과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서 2007년 서울시에서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은평구 신사동 산 93-16일대 7만 3478m² (약 25만 평)에 달하는 생태경관보전지역에 팥배나무가 군락을 이뤄 살고 있다. 열매는 팥을, 꽃은 배나무 꽃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오뉴월에 핀다는 새하얀 꽃잎이 푸른 신록 위에서 더욱 눈부시다. 꽃말은 '매혹'이다. 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배꽃을 닮았다. 산에 함께 살고 있는 떡갈나무·굴참나무·상수리나무 등 참나무류, 아까시나무 등과의 경쟁으로 모여 있기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가치 있는 곳이다.

5월이면 하얀 눈꽃 마냥 잎이 피어나는 팥배나무. ⓒ 김종성


꿀샘이 풍부해 벌들이 즐겨 찾아오는 팥배나무 꽃. 아까시 나무처럼 밀원(蜜源)식물이기도 하다. ⓒ 김종성


꿀샘이 풍부한지 꽃잎에 벌들이 연이어 찾아 왔는데, 알고 보니 팥배나무는 아까시 나무처럼 꿀을 생산하는 귀한 밀원(蜜源)식물이기도 하다. 가을이면 빨갛게 익은 팥알 같은 팥배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산속에서 겨울을 나는 새들의 주된 먹이가 된다니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나무구나 싶다.        


봉산의 팥배나무 숲이 특별한 건, 전국 어디서나 자라는 나무지만 이곳처럼 한곳에 모여서 사는 숲은 흔하지 않아서다. 날씬한 몸체에 키가 10m를 넘는 훤칠한 팥배나무가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덕분에 자외선 많다는 오뉴월 햇살을 차양처럼 막아주어 상쾌하게 나무 데크를 걸었다.
 
팥배나무 숲을 지나면 은평구에서 한창 조성하고 있는 편백나무 숲이 나온다. 편백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인 나무로 건강에 좋다는 피톤치드가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무려 7ha 면적의 너른 산지에 편백 묘목 만 그루를 심었다. 또 하나의 기대되는 숲이 봉산에서 자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기 : 서울 6호선 전철 증산역(3번출구) - 증산체육공원 - 봉산
* 문의 : 서울시 자연생태과 (02-2115-7551), 은평구청 공원녹지과 (02-351-8023~5)
*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에도 송고했습니다.
#봉산 #서울둘레길 #팥배나무 #팥배나무군락 #밀원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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